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싣고 내리다 순식간에…지게차 기사만 처벌하나

<앵커>

무거운 짐을 나르는 지게차는 산업 현장뿐 아니라 마트나 시장 같은 곳에서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 일상과 가깝다 보니, 지게차 사고로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사람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9일) 이 문제, 집중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최선길 기자, 이현정 기자가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최선길 기자>

운전석 뒤 비좁은 공간에 쪽잠을 자던 이부자리가 놓여 있고, 수건과 생수병 등 숙식을 해결하던 흔적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아내와 6남매의 생계를 책임지던 고 박양규 씨의 화물차는 지게차 사고 이후 멈췄습니다.

지난 7월 23일 인천의 한 목재 공장.

화물차 기사 박양규 씨가 짐칸에 올라가 고임목을 놓자 지게차가 목재를 차에 올립니다.

물건을 절반쯤 싣고 지게차가 다음 목재를 내리려는 순간, 1.25t 무게 목재 두 단이 쏟아지면서 박 씨를 덮칩니다.

한순간에 가장을 잃은 가족들은 박 씨가 상차 작업을 하다 사고당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박양규 씨 딸 : 운전해서 물건 운반해주는 건 알고 있으니까 근데 이제 실질적으로 제가 일을 같이 다닌 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적재함 올라가서 짐 싣고 이런 것까진….]

경찰은 지게차 기사와 업체 대표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노동청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살피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가족은 넉 달째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양규 씨 동생 : (장례 치르고) 연락도 안 오고. 보험하고 해서 한꺼번에 합의를 하려고 거기는. 우리 의중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더라고요.]

숨진 박양규 씨는 상차 작업을 하다 사고를 당했지만, 업체 직원이 아닌 개인 사업자라서 산재 승인을 받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결국 사고를 낸 지게차 기사만 처벌을 받고 끝날 가능성이 있는데, 근본적인 작업환경 개선 없이 이런 처벌만으로 사고를 막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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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 기자>

지난 1월 5일 아침,  임 모 씨는 자동차 부품 제조회사에 시험용 기계를 납품하던 중이었습니다.

임 씨가 가져온 기계를 회사 측 지게차가 바닥에 내리려던 그때, 사고가 났습니다.

800kg짜리 기계가 중심을 잃고 임 씨를 덮친 겁니다.

임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습니다.

[임 씨 부인 : 신정에도 쉬지 않고 그 기계를 친구분하고 같이 닦고 정리하고 포장하고 그러고 새벽에 출장을 갔는데. 에휴, 그렇게 몇 시간 만에.]

회사 측은 모든 사고 책임을 임 씨에게 떠넘기려 하고 있습니다.

특히 "임 씨가 "지게차 운전반경 안으로 스스로 들어가는 비상식적인 행동을 한 게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목격자들의 의견은 다릅니다.

"임 씨가 기계 바퀴를 푸는 동안 지게차가 움직였고 기계가 기우뚱해서 넘어갔다"고 진술했습니다.

지게차 운전자가 임 씨를 보지 못했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또 사고 당시 큰 물건을 싣기 위해 지게차에 끼우는 덧발이 고정이 안 돼 자꾸 빠졌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CCTV 영상을 보면 기계를 얹기 전 지게차 포크의 양쪽 길이가 다른데, 덧발이 빠졌다 끼워졌다 하는 겁니다.

기계가 넘어진 바닥에는 빠진 덧발이 나뒹굴기도 했습니다.

수사기관은 지게차 기사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기소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유족은 회사 측의 책임도 물어달라며 수사 결과에 이의신청을 한 상태입니다.

[임 씨 부인 : 수사가 철저히 돼서 대표자든 물류 팀장이든 엄중한 처벌을 받기를 저희는 원하고 있거든요.]

[임 씨 딸 : 구겨지고 더러워진 회사 봉투에 100만 원 넣어 가지고 부조금이라고 건네주는데 그것도 저희 입장에선 오히려 고인이 된 아버지를 우롱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돌려줬어요).]

취재진은 회사 측에 여러 차례 입장을 물었지만,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영상취재 : 김세경·하륭·양현철, 영상편집 : 이승진, CG : 강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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