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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가 우선이지만 특기도 있어야…우상화는 강조, 사회 교육은 부족한 북한 학교 [안정식 기자와 평양 함께 걷기]

우리는 통일에 준비돼있는가

공부가 우선이지만 특기도 있어야…우상화는 강조, 사회 교육은 부족한 북한 학교 [안정식 기자와 평양 함께 걷기]
▲ 북한 고급중학교

북한은 김정은 집권 이후인 2017년부터 12년제 의무교육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유치원 2년 중에 높은 반 1년과 소학교 5년, 초급중학교 3년, 고급중학교 3년을 합친 것입니다. 학기는 남한보다 1개월씩 늦어 1학기가 4월부터 9월까지, 2학기는 10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운영됩니다.

중학교를 졸업하게 되면 대학에 가거나, 대학에 가지 못할 경우 남자는 군대에 여자는 직장 배치를 받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교사나 의사, 법관 같은 전문 직업을 갖거나 간부로 출세하려면 대학을 나와야 하기 때문에 북한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대학에 가기를 원하지만 북한의 대학 진학은 완전경쟁 시스템이 아닙니다.

중학교에서 군대를 거치지 않고 바로 대학에 가는 학생들을 '직통생'이라고 하는데, 직통생이 되려면 성적도 좋아야 하지만 출신 성분도 좋아야 합니다. 대학 입학지원서에 고급중학교 추천서와 청년동맹 추천서가 첨부되기 때문입니다.

북한에서도 특기를 중시해 공부 말고도 노래나 악기 연주, 축구 등의 특기로 대학에 진학하기도 합니다.

소수만 대학에 진학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북한 학생들은 고급중학교까지 좋은 성적으로 졸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졸업 후에도 항상 자신을 따라다니는 학교평정서 때문입니다. 학교평정서는 학교장과 담임교사, 청년동맹지도원 3명의 책임 하에 작성되는데, 졸업 후에도 항상 개인을 따라다니는 평가 문서가 됩니다.

북한의 대학 교육은 남한에 비해 세상을 넓게 이해한다는 본연의 교육적 측면이 강조됩니다. 자격증 취득 같은 것은 중요시되지 않습니다. 직장을 국가가 배치시켜 취업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하지 않는 점이 이런 분위기에 일조하는 듯합니다.

북한에서 대학은 종결 교육으로서의 의미를 갖습니다. 일반적으로 대학을 졸업하면 공부가 끝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계속 공부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2008년 기준으로 볼 때 북한에서 소학교 졸업이 최종 학력인 사람이 20.8%, 중학교 졸업이 최종 학력인 사람은 59.4%였다고 합니다.

북한의 대학은 4∼6년제로 종합대학(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등)과 일반 단과대학, 산업체 부설 현장대학, 직업기술대학 등이 존재합니다. 북한에서 중앙 대학과 지방 대학이라는 개념은 우리하고는 좀 다릅니다. 중앙 대학은 대학 소재지와 관계없이 전국 단위로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을, 지방 대학은 해당 지역에서만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을 말합니다. 방학 때에만 수업을 듣는 이른바 통신 과정으로 대학 학력을 취득할 수도 있으나, 간이 형식의 학력 취득 방식인 만큼 통신대학 제도로 대학 학력을 얻는 경우 정규 대학 졸업자와 같은 수준으로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뒤 우리의 대학원에 해당하는 과정으로 박사원, 연구원 과정이 있습니다. 박사원에는 학사(준박사)반과 박사반이 있는데, 학사반은 대학 졸업 학력이나 그와 동등한 자격을 갖춘 사람이 입학하는 곳으로 우리의 석사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박사반은 학사학위를 수여받은 사람이나 동등한 자격을 갖춘 사람이 입학하는 곳으로 우리의 박사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연구원은 대학 교원과 연구사가 될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입니다.

박사학위를 따기 위해서는 학위논문 제출 자격시험을 통과하고 논문 대중 공개 심의와 전문가 비공개 심의, 논문 내용이 인민경제현실에 도입돼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따져야 하고, 학위학직심의위원회의 비준도 받아야 합니다. 박사학위는 취득하기가 매우 어려워서 대학생들이 일반적으로 희망하는 목표도 아니고, 대학 교원들이 모두 학사나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박사학위 취득이 이렇게 어려운 만큼 박사가 되면 무상으로 고급 아파트를 주고 내각 부상급 이상만 출입이 허용되는 특별 상점을 이용할 수 있으며, 월급의 30%에 해당하는 배려금을 지급받는 등의 혜택이 주어집니다. 북한에서는 박사를 '총리만큼 높게 본다'는 말도 있다고 합니다.
 

김일성 일가 우상화 교육과 부족한 사회 교육

북한에서 돈이 있는 집 학부모들은 악기나 무용 등에서 특별한 재능을 갖춘 교원이 있는 유치원을 찾아 자녀를 보내려고 열심입니다. 경제력이 있는 학부모들이 유치원 특기 교육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북한 사회에서 특기를 가진다는 것이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입니다. 북한에서는 학교나 직장 등에서 각종 축전을 개최하고 '충성의 노래 모임' 같은 것이 수시로 운영되기 때문에, 학교나 직장에서 특기를 가진 사람들을 필요로 합니다. 군대에서도 악기를 다루는 사람은 인기가 있고 군대생활도 쉽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공부가 우선이지만 특기도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북한 사회에 퍼져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 교육의 가장 특이한 부분을 꼽으라면 김일성 일가에 대한 우상화 교육이 강조되고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소학교 때부터 김일성, 김정일, 김정숙(김일성의 부인, 김정일의 생모), 김정은을 우상화하는 과목이 교육과정에 들어가 있습니다. 2013년 기준으로 소학교 과정에 들어가 있는 사상 과목에는 〈위대한수령김일성대원수님어린시절〉, 〈위대한영도자김정일원수님어린시절〉, 〈항일의여성영웅김정숙어머님어린시절〉, 〈경애하는김정은원수님어린시절〉, 〈사회주의도덕〉과 같은 것들이 있는데, 소학교와 중학교 과정에서 이러한 정치사상 과목 비율이 16∼17%에 이르고 있습니다. 대학교에서도 정치사상 과목 비중이 25∼35%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김 씨 일가 우상화 교육은 정치사상 과목에서만 아니라 다른 일반 과목에서도 행해지고 있습니다. 2013학년도 초급중학교 1학년 영어교과서에 "Let's Become True Sons and Daughters of the Respected General Kim Jong Un!"(경애하는 김정은 장군님의 진정한 아들과 딸이 되자!)와 같은 문구가 등장하는 식입니다. 초급중학교 자연과학 과목 중 동물에 대한 단원에서 참고자료로 염소에 관해 설명하면서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께서는 우리 인민들에게 고기와 우유를 풍족하게 먹이시기 위하여 훌륭한 축산기지들을 마련하여 주시고 염소를 비롯한 풀 먹는 짐승들을 대대적으로 키우며 우량품종의 집짐승들을 육종해내도록 현명하게 영도하게 계신다"는 기술이 나오고, 고급중학교 1학년 물리교과서에는 "경공업 원료, 자재 문제를 풀기 위한 근본 방도는 원료, 자재의 국산화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우주를 정복한 위성과학자들처럼 최첨단돌파전을 힘 있게 벌려 나라의 전반적 과학기술을 하루빨리 세계적 수준에 올려 세워야 합니다"라는 김정은의 교시가 등장합니다.

이렇게 우상화 교육이 강조되는 반면 일반적인 사회과 과목의 교육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법치주의가 통용되지 않고 민주적 시민의식이 필요하지 않은 사회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소학교에서는 사회주의 도덕을 제외한 사회과 과목이 없고, 초급중학교에서는 사회주의 도덕에 지리와 역사 과목이 추가되며, 고급중학교에서는 사회주의 도덕과 법, 지리, 역사에 당 정책 정도가 사회 과목으로 추가됩니다. 김정은 시대 들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새로운 교육강령이 발표되면서 토론과 탐구를 강조하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정치사회 부문에 대한 비판적 문제 제기가 허용되지 않는 것은 물론입니다.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를 봉쇄시키는 이러한 교육은 교실 안에서만이 아니라 교실 밖에서도 행해집니다. 북한 교육에서는 집단주의가 강조됩니다. 개인보다는 집단에 대한 헌신과 봉사가 우선시 됩니다. 학생들은 누구나 소년단이나 청년동맹 같은 조직에 가입해 조직생활을 해야 합니다. 청년동맹에 가입하면 동시에 붉은청년근위대원이 돼 야영훈련에도 참가해야 합니다. 개인의 불평불만이 용납되는 분위기가 아니며, 학생들은 자라면서 집단에 복종하는 문화를 이론과 행동으로 체득하게 됩니다.

이론과 실천 교육의 병행, 교육과 노동의 결합을 강조해 학업뿐 아니라 농사 지원, 건설현장 노력봉사, 나무 심기 등을 해야 하고 혁명전적지 답사 행군 같은 것도 해야 합니다. 소학교의 경우 연간 2∼4주, 중학교는 연간 4∼10주, 대학교는 12∼14주 정도 각종 노력동원에 나서야 합니다.

북한 소학교

교육 통합의 과제

통일이 되면 남북한의 교육과정을 통합해야 합니다. 교육과정 통합이란 학제와 교과과정을 통합하고, 남북한이 같은 교과서를 사용하며, 바뀐 교육과정을 충실히 교육할 수 있는 교사와 학교시설 등 시스템까지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먼저, 남북한의 학제 부분을 살펴보겠습니다.

현재 남한은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시스템인데, 북한은 소학교 5년, 초급중학교 3년, 고급중학교 3년 시스템으로 남북한 간에는 초등학교와 소학교 과정의 차이가 있습니다. 남한의 초등학교가 북한 소학교 과정보다 1년 더 긴 것입니다.

다행히, 남북의 학제는 큰 무리 없이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북한은 유치원 2년 과정 중 높은 반 1년을 의무교육 과정에 넣어두고 있는데, 북한의 유치원 높은 반 1년과 소학교 5년을 합쳐 우리의 초등학교 과정으로 재편한다면 남북한 학제가 동일해질 것입니다.

입학하는 나이가 문제가 될 수 있으나 현실을 보면 이것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남한의 경우 만 6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합니다(보통 8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데 만 나이로 치면 대개 6세가 됩니다). 북한의 경우 학제상으로는 유치원 높은 반에 만 5세, 소학교에 만 6세에 입학하도록 돼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1년씩을 늦춰 유치원 높은 반에 만 6세, 소학교에 만 7세에 입학하고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유치원 높은 반 1년과 소학교 5년을 그대로 통합하면 만 6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남한과 동일한 체제가 됩니다.

다음으로 커리큘럼, 즉 교과과정 문제입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북한의 교과과정에는 김일성 일가에 대한 우상화 교육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사회 과목의 비중이 적은 실정입니다. 더구나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함양할 법치와 민주주의에 대한 교육은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자연과학 과목의 경우에도 남한과 수준별 차이가 존재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교과과정을 남한식의 교과과정으로 전면적으로 개편할 경우 북한 학생들이 변화된 교과과정에 적응하기 어렵습니다. 지식의 습득도 습득이지만 우상화 교육을 받아오던 김일성 일가가 하루아침에 부정되는 상황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 학생들이 배울 수 있는 과도기적인 교과서를 만드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지만, 각급 학교별로 각 과목별 교과서를 일일이 만드는 작업은 만만치 않은 작업입니다. 집필에서 인쇄, 보급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 지도 알 수 없습니다.

현실적으로는 남한 교과서를 활용하면서 과도기적인 적응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어 보이는데, 새로운 교과과정을 담당할 교사를 확보하는 것도 과제입니다. 기존 북한 교사들이 새로이 변화된 교과과정을 제대로 담당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남한 교사들을 대거 파견해 북한 교육의 공백을 메우기도 쉽지 않습니다. 2008년 기준으로 북한의 교사 수는 소학교와 중학교만 따져도 20만 명 가까이 되는데, 이 많은 수의 교사를 남한에서 대체하기는 어렵습니다.

혹시 교사 수의 문제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남한의 교사들이 북한에 가서 가르친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닙니다. 교육은 단순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 주체들 간의 공감 속에서 효과를 발휘하는 과정인데, 북한의 교육문화도 모르고 북한 용어에도 익숙지 않은 남한 교사들이 북한 학생 교육을 제대로 담당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남한 교사들이 일부 파견된다 하더라도 통일 이후 북한 지역 교육은 북한 교사들이 주축이 돼 담당할 수밖에 없어 보이는데, 과도기적인 교과과정 마련과 북한 교사 재교육 등 만만치 않은 과제를 풀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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