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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夜] '그알' 도박중독자, "17세부터 11억 잃어"…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자 "참가자, 절대 돈 딸 수 없는 설계"

[스브스夜] '그알' 도박중독자, "17세부터 11억 잃어"…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자 "참가자, 절대 돈 딸 수 없는 설계"
모든 것은 설계된 늪이었다.

6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설계된 늪 - 어린 '꾼'들의 위험한 베팅'이라는 부제로 온라인 불법 도박과 청소년 도박 중독 실태에 대해 조명했다.

지난 6월 17세 준석 군은 동급생 유 군에게 끔찍한 일을 당했다. 3일 동안 모텔방에 감금되어 물고문까지 당했던 것.

중학생 때부터 유 군의 괴롭힘을 당했던 준석 군, 그리고 사건 발생 몇 달 전부터는 유 군은 준석 군에게 돈을 가져오라고 했고, 준석 군이 5월에서 8월 사이 할머니의 가방에서 훔쳐 유 군에게 가져다준 돈은 무려 800만 원에 달했다. 이에 준석 군은 "아예 그걸 안 했으면 그렇게 할 일도 없었을 거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민우 군은 그것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려 했다. 민우 군과 준석 군을 절망에 빠뜨린 것은 바로 '온라인 불법 도박'이었다.

청소년 제보자들은 상당 수의 아이들이 현재 온라인 불법 도박에 빠져있다고 했다. 이에 전문가는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때 달팽이, 사다리, 이런 사이버 도박과 관련된 대표적인 그림을 하나 띄워놓으면 난리가 난다. 이미 아이들이 그것이 무엇인지 안다는 거다. 정확하게 말하면 소비하고 있다는 거다"라고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말했다.

청소년들이 많이 하는 도박은 미니 게임으로 불리는 것들이다. 복잡한 기술이 필요 없이 50%의 확률을 맞히는 지극히 단순한 게임이지만 분명히 돈을 걸고 하는 도박이었다. 아이들은 이런 불법 도박을 어떻게 알고 접하게 될까?

제보자들은 "불법 웹툰 사이트에 들어가면 광고 같은 게 있는데 그게 거의 다 불법 도박 사이트다. 거길 클릭하면 바로 들어가기 때문에 쉽게 접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가입도 쉬워 쉽게 접하는 불법 도박. 특히 청소년들은 또래 집단에 영향을 많이 받고 친구들이 하는 것을 쉽게 따라 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 도박은 한 명의 슈퍼 전파자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특성을 도박 사이트는 적극 활용하는 것.

그리고 아이들은 처음 돈을 땄을 때의 달콤함을 잊을 수 없었다. 돈 맛을 본 아이들은 더 깊고 빠르게 온라인 도박에 빠졌다. 그러나 그 달콤함은 오래가지 못했다. 한 제보자는 "딴 돈은 거의 1억 정도 될 거다"라고 말했다. 이에 취재진이 1억이 어디 있냐고 묻자 제보자는 "다 날렸다. 잃은 건 1억 5천 정도 될 거다"라고 말해 충격을 안겼다.

17살 때 처음으로 온라인 불법 도박을 접했다는 현수 군은 취재진이 만난 제보자들 중 가장 많은 돈을 잃은 케이스였다. 그는 "제가 지금까지 11억 정도 잃었는데, 저도 한 1, 2억 따고 싶어서 계속하다가 이렇게 된 거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11억이라는 돈은 부모님의 도움을 받거나 지인에게 빌리거나 해서 마련했다고 밝혔다. 한 달에 적게는 2천여만 원에서 많게는 8천여만 원까지 도박에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원래는 전교 5등 안에 들어 특목고에 진학해 주요 과목에서 항상 1등급이 나왔던 현수 군은 도박에 빠져 빚 독촉에 시달리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학업에 몰두할 수 없게 됐고 대학 진학에도 실패했다고 말했다. 변호사가 꿈이었던 그는 도박 때문에 꿈까지 잃게 된 것.

길게는 5분에서 짧게는 10초 사이에 베팅을 하는 온라인 불법 도박. 전문가들은 청소년 시기에 이러한 짧고 강렬한 자극에 노출되는 것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이에 전문가는 "특정 도박과 관련된 뇌를 자극하게 되면 그쪽 뇌만 더 발달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이 친구들의 뇌는 일반적인 경우보다 훨씬 더 도박에 취약하고 도박에 빠지기 쉽고 빠지게 되면 나오기 어려운 뇌의 형태로 발달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도박 빚을 갚기 위해 다시 도박에 빠질 수밖에 없는 아이들, 결국 아이들은 돈을 갚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기도 했다. 중고 거래 사기부터 퍽치기까지 아이들은 더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되는 것. 전문가는 "아이들이 돈이 없으면 정상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알바를 못하면 범죄로 진입하는데 심한 경우에는 성매매, 최근에는 마약 던지기까지 손을 대고 있다"라며 "지금 사이버 도박은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을 벗어나고 있다. 그리고 다른 범죄를 수집하고 있다"라고 위험함을 강조했다.

취재 중 한 도박 사이트 운영자가 제작진에게 연락을 해왔다. 그는 현재 수배 중이며 곧 한국으로 돌아와 자수를 할 계획이라 밝혔다. 그런 그가 제보를 해 온 이유는 자신들도 온라인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며 불법적인 일을 저질렀지만 자신들도 놀랄 정도로 10대 회원이 무서운 속도로 늘어나고 있고 그로 인한 피해가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불법 도박 사이트의 모든 것을 털어놓겠다고 했다. 그가 중국에서 본격적으로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것은 2019년부터였다. 그는 "1년 조금 남짓하고 회원이 10만 명이 넘었고 월 수익이 10억 원이 넘는 메이저였다"라며 짧은 시간 동안 업체를 키우는 데 한몫한 것이 청소년들이라 밝혔다.

그리고 그는 "절대로 딸 수 없는 구조라는 게 있다. 확률 수 베팅이라고 생각하고 50대 50으로 베팅을 하지만 절대 확률이 50대 50이 아니다. 밸런스라고 해서 100% 기준에서 60%가 만약 홀이 이긴다고 돼 있다 그러면 그 결과 값을 꼭 반대로 주게끔 해서 업체가 손해를 안 보게끔 내주는 공식이 있다"라며 운영 업체가 수익을 내기 위한 조작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또한 전문가는 사이트의 이러한 조작이 없다고 해도 도박은 애초에 이길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현실 카지노에서도 게임 자체가 운영자 측에 이점을 갖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게임이 진행될수록 참가자는 돈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자는 조작 못지않게 심각한 것이 있다고 했다. 바로 텔레그램 N번방의 시작이 불법 도박 광고방이고 텔레그램 불법 도박방에서는 박사와 같은 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는 것. 또한 불법 도박 광고방으로 유입된 대부분이 청소년이라고 말했다.

도박 사이트에 가입하면 불법 영상을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했고, 자신들의 돈벌이를 위해 성 착취 동영상까지 이용했던 것이었다. 실제로 제작진은 현재에도 불법 동영상을 미끼로 불법 도박 사이트 가입과 충전을 독려하는 텔레그램 방이 운영 중인 것을 확인했다.

지난 2월 성착취 동영상을 미끼로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던 일당이 잡히는 일도 있었다. 이들은 아동과 청소년을 다룬 이른바 아청물까지 이용해 도박 사이트 홍보하는 일을 진행해 충격을 안겼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이 도박과 성착취 동영상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우려를 나타냈다.

현재 당국에서는 온라인 불법 도박에 대한 단속과 검거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상황. 이에 전문가는 처벌을 강화할 필요성에 대해 지적했다.

또한 청소년들의 온라인 도박 예방과 불법 도박 사이트 접근 차단을 위해서는 가정과 학교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자녀들의 도박 빚을 부모들이 갚아주는 것은 좋지 않다고 했다. 전문가는 "치료를 하더라도 빚은 갚아주면 안 된다. 본인이 본인 인생을 책임지겠다는 마음이 있을 때부터 시작이다. 우리 부모님이 도박 빚을 갚아주실 거야 하는 마음이 있는 순간부터 도박 치료는 안 된다"라고 조언했다.

(SBS연예뉴스 김효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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