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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경항모 '사전 검토' 모두 통과…"이왕 하는 거 '한국형 항모'로"

[취재파일] 경항모 '사전 검토' 모두 통과…"이왕 하는 거 '한국형 항모'로"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작성 2021.11.07 09:2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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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경항모 사전 검토 모두 통과…"이왕 하는 거 한국형 항모로"
▲ 지난 6월 부산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에 전시된 현대중공업의 경항모 모형

해군 경항모를 건조할지 말지 사전에 검토하는 절차가 모두 끝났습니다. 기획재정부의 사업타당성 조사는 8월에 "조건부 타당성 확보" 판정을, 국방부의 연구용역은 이달에 "경항모 건조 필요"의 결론을 각각 내렸습니다. 정부와 국회가 올해 계획한 사전 검토의 허들을 모두 뛰어넘었으니 다음은 경항모 본사업인 기본설계입니다.

정부는 내년 기본설계 착수 예산으로 72억 원을 요청했습니다. 국회가 동의하면 내년 중 사업자를 선정해 기본설계에 착수할 방침입니다. 작년 국회는 경항모의 군사적, 경제적 효용이 불분명하니 1년 동안 사전 검토만 충실히 하자며 예산 1억 원을 내줬는데, 올해 국회는 분위기가 많이 다릅니다. 사업타당성 조사, 연구용역을 통과했기 때문에 경항모 설계에 대해 반대보다 찬성 또는 비판적 찬성의 의견이 우세합니다. 경항모 기본설계 착수의 수순이 유력합니다.

그럼에도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습니다. 경항모 자체의 건조 비용이 2조 원을 넘는 데다, 함께 움직일 기동 함대 건조 비용이 천문학적 수준이고, 함재기 도입에도 큰돈이 들어간다는 경제성 논란이 대표적입니다. 항모도 아니고 대형 수송함도 아닌 어중간한 경항모의 효용, 취약한 방어 능력도 입방아에 오르고 있습니다.

찬반의 틈바구니 사이에서 제 3의 길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경항모에서 탈피해 야무진 '한국형 항모'로 추진하자는 목소리가 최근 정치권과 조선업계뿐 아니라 군 내부에서도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덩치와 성능을 조금씩 키워서 차돌 같이 알찬 항모를 건조하자는 것입니다. 미국·유럽의 핵 항모와는 다른, 한국의 전략·전술적 환경에서 적합한 한국형 항모의 교리도 확립하고, 결국엔 한국형 비핵 디젤 항모를 수출해 돈을 벌자는 주장입니다. 비핵 디젤 항모를 원하는 나라들은 분명히 있을 텐데, 조선(造船) 강국 대한민국은 그런 항모를 합리적 가격에 건조해 팔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나라라는 점도 한국형 항모론을 뒷받침합니다.
 

이도 저도 아닌 경항모 대신, 차돌처럼 야무진 한국형 항모로…

지난 6월 부산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에 전시된 대우조선해양의 경항모 모형
"한국형 항모라고 하면 얼마나 좋아요. 경항모로 우리 군 자존심 상할 일 있어요? 이왕 하는 거 그냥 한국형 항모라고 하면 되는 것이지…"

지난 8월 20일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 중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입니다. 한국형 항모라는 용어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처음 나왔습니다. 반대론과 찬성론이 혼재하고 돈도 많이 들어가니, 이왕 하는 것 제대로 하자는 뜻입니다. 우리 해군 최초의 항모이자 해군 전체를 선도하는 기함(旗艦·Flag Ship)이 될 테니 함종(艦種)부터 번듯하게 한국형 항모로 규정하자는 취지입니다.

군의 한 고위 관계자도 "돈이 많이 들지 않고, 과도하지도 않다는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경항모로 네이밍(naming)한 측면이 있다", "정책적 판단이 좀 부정확했다", "이제 내부적으로는 '경' 자(字)를 빼고 항모로 부르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해군의 기함으로서 한국형 항모라고 불리려면 그에 맞는 성능과 규모가 뒤따라야 할 터. 경항모는 3만 톤급으로 건조된다지만 사실 짓다 보면 더 늘어납니다. 해군 대형 함정들이 거의 그랬습니다. 장담컨대 경항모도 최소 4만 톤 안팎까지 커질 것입니다.

사업타당성 조사에서 위험 요인으로 꼽힌 고난도의 전투체계와 핵심 기술들도 차질 없이 개발해야 합니다. 1차적으로 우리 국방과학과 조선 기술로 성취해야 하는 과제입니다. 인도태평양 항행의 자유와 역내 세력균형을 지지하는 미국과 영국 등도 경제적 이윤뿐 아니라 국제 정치·안보적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기술을 지원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국형 항모란?

지난 2월 해군이 공개한 경항모 개념도

미국의 항모는 장거리 원정군의 기함입니다. 크고 작은 적들이 이곳저곳에서 공격할 것에 대비해 구축함, 호위함, 잠수함 등으로 구성된 기동 함대를 대동합니다. 막강하고 거대한 항모 전단으로 움직이는 것입니다.

한국형 항모는 이와 다릅니다. 한국형 항모의 제1 목적은 대북 억제와 전쟁 조기 종결 기여입니다. 이달 초 나온 국방부 연구용역에서 대북 억제와 전쟁 종결 기여는 인정됐습니다. 대북 억제는 평시 역할인데, 미국의 원정 항모처럼 대규모 전단으로 움직이지 않아도 됩니다. 별도 임무로 주변에 배치된 함정, 잠수함, 그리고 지상 기지와 유기적 네트워크를 유지하면 적절한 호위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전시에는 부산, 제주의 해군 기지와 가까운 안전 해역에서 함재기를 발진시키면 됩니다. 북한 미사일의 최우선 표적인 지상의 공군 기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안전하게 전투기를 출격시킬 수 있습니다. 항모 교리에 정통한 모 해군 예비역 대령은 "북한의 남진 압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동·서해의 공해에서 북한의 측후방을 압박할 때도 함정과 잠수함 등 호위 세력을 최소화해 작전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습니다.

동맹 지원을 위해 먼바다로 떠날 때는 다국적 연합 함대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방식이 될 것입니다. 각국이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함정과 잠수함들을 내놓을 테니 한국형 항모는 홀로 가벼이 길을 나서면 됩니다. 결론적으로 한국형 항모는 전·평시를 막론하고 미국 항모 전단처럼 거창하게 자체 기동 함대를 거느리고 다닐 일이 많지 않습니다. 한국형 항모의 운용 교리와 합동작전 교리, 작전계획을 한국적 현실에 맞게 수립해 항모를 운용하면 요즘 이야기되는 것처럼 많은 돈이 들지 않습니다.
 

"경제성 논란은 수출로 해결"

한국형 항모가 단단하게 탄생하면 '돈 먹는 항모'가 아니라 '돈 버는 항모'가 기대됩니다. 지난달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에서 만난 유럽 방산업체 관계자는 "핵 항모는 초강대국들의 전유물이어서 엄두를 못 내지만 비핵 디젤 항모는 여러 나라가 갖고 싶어 한다", "공군 기지 확보에 애를 먹는 도시 국가 싱가포르와 동남아 강국, 중남미의 대(大) 영토 국가들은 한국형 디젤 항모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선업계의 생각도 비슷합니다. 무엇보다 항모는 해당 국가 조선산업의 위상을 드러내기 때문에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사활을 걸고 설계와 건조 사업을 수주하겠다는 태세입니다. 우리 해군용 1~2척 건조에 그치지 않고, 몇 척 더 지어 수출한다는 구상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규모의 경제와 기술 축적 덕에 항모 가격은 떨어지기 마련이어서 수출 경쟁력이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습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항모의 해외 수요 조사를 병행하며 사업을 장기적으로 바라보겠다"고 밝혔고,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적자를 각오하고 한국형 항모 1번함 건조 사업을 따내겠다"며 의지를 다졌습니다. 기밀유출과 해킹으로 위신이 손상된 1, 2위 조선사들이 항모로 각성하고 있습니다.

최종 목표는 한국형 항모와 국산 유무인 전투기의 패키지 수출입니다. 꿈에서나 봄직한 환상적 이야기 같지만 불가능할 것도 없습니다. 지난달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 KAI와 현대중공업의 MOU 체결은 한국형 항모와 국산 유무인 전투기의 결합을 위한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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