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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타이완 주둔 미군 수 32명?…중국 "어벤져스냐" 비아냥

[월드리포트] 타이완 주둔 미군 수 32명?…중국 "어벤져스냐" 비아냥

김지성 기자

작성 2021.10.30 13:39 수정 2021.11.02 15:5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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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의 발언이 중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습니다. 차이잉원 총통은 28일 공개된 미국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군이 타이완에 주둔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타이완과는 단교하고 타이완에 주둔하던 미군도 철수시켰습니다. CNN 방송은 '수십년 만에 미군 주둔 사실을 공식 확인한 첫 타이완 총통'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차이잉원 총통은 타이완 주둔 미군의 수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생각하는 것만큼 많지 않다"고만 밝혔습니다.

중국 매체들은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의 '미군 타이완 주둔' 발언을 연일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다. 

중국 "미군 주둔은 레드라인 침범"…타이완 "훈련 돕기 위한 교류"

차이잉원 총통의 이 한마디에 중국은 '전쟁 불사' 의지를 다졌습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과 타이완의 통일은 역사의 대세이자 정도이며, 타이완 독립은 역사의 역류이자 막다른 길"이라면서 "타이완 독립은 죽음의 길"이라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타이완이 중국의 영토라는 사실을 추호도 바꿀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마샤오광 국무원 타이완판공실 대변인도 "타이완 집권 민진당 당국이 미국에 의존해 독립을 도모하면 타이완에 전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튿날인 29일에도 중국은 날을 세웠습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미군의 타이완 주둔은 '레드라인'을 넘어선 것"이라며 "미국이 타이완의 독립을 지지하고 종용하면 중국은 무력을 사용해 타이완을 해방시킬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타이완을 관할하는 동부전구가 실시한 실탄 사격 훈련 영상을 공개하기까지 했습니다.

파장이 커지자 타이완 국방부장이 진화에 나섰습니다. 추궈정 국방부장은 우리의 국회 격인 타이완 입법원에 출석해 "미국은 평상시 타이완군을 돕고 있다"며 "부대로 주둔하고 있는 게 아니고 훈련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소수의 미군이 타이완군의 훈련을 돕기 위해 타이완에 와 있으며, 이는 정상적인 인적 교류에 해당한다는 설명입니다. 
 

CNN "미 국방부 기록 인용 주타이완 미군 32명"…중국 매체 "어벤져스냐"

이런 중국의 강성 기류는 30일 '비아냥'으로 바뀌었습니다. 중국 매체들은 30일 "CNN 방송이 타이완에 있는 미군의 수를 폭로했다"고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CNN 방송이 '타이완 주둔 미군의 수가 2018년 10명에서 올해 32명으로 증가했다'고 보도했다는 것입니다.

'CNN 방송이 타이완 주둔 미군의 실제 정확한 수를 폭로했다'고 보도한 30일자 중국 관영 환구시보 보도 
CNN 보도 내용을 찾아봤습니다. '중국이 미국-타이완의 군사 접촉에 단호한 반대를 표명했다'는 제목의 29일자(현지 시간) 기사 중간에 "미국 국방부 기록에 따르면, 타이완에 있는 미군의 수는 2018년 10명에서 올해 초 32명으로 증가했다"고 돼 있습니다. 미국 국방부의 공식 기록을 전한 것뿐입니다. 하지만 중국 매체들은 그 비중을 확대해 보도했습니다. CNN 기사를 인용한 타이완 매체들의 보도를 함께 전달하며, 타이완 네티즌들의 반응까지 전했습니다. "3,200명이라도 중국군의 이빨 틈을 막기 부족하다"고 했습니다. "이빨 틈을 막기 부족하다"는 것은 "간에 기별도 안 간다", "누구 코에 붙이겠는가"라는 뜻의 중국식 표현으로 턱없이 부족함을 나타냅니다. "32명이 타이완을 지킬 수 있느냐", "어벤져스인 줄 아느냐"는 조롱성 댓글까지 '친절하게' 전했습니다.

미국 국방부 기록을 인용한 CNN 방송 보도(맨 위)와 CNN 보도를 전한 타이완 매체들의 보도 
중국 매체들은  

타이완 주둔 미군 수, 더 많을 가능성 높아…차이잉원 발언 의도는?

그렇다면 차이잉원 총통의 발언은 32명에 불과한 미군의 수를 과장해 부풀린 단순 해프닝이었을까요? 실제 타이완에 있는 미군의 수는 미국 국방부의 공식 기록과는 다를 가능성이 큽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특수부대와 해병대가 타이완군 훈련을 위해 타이완에서 1년 이상 비밀리에 활동해 왔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난해에는 타이완 외교부가 '미군이 타이완에서 훈련하고 있다'고 발표했다가 철회했고, 타이완 해군 측에선 '미 해병대 특수부대가 타이완 해군기지에서 중국 침공에 대비한 전술을 훈련하고 있다'는 말이 실수로 흘러나오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미 국방부 공식 기록을 중국도 모를 리 없습니다. 그런데도 예민하게 반응했다는 것은 실제 더 많은 미군이 타이완에 주둔하고 있을 가능성을 중국도 인정한다는 방증입니다. 중국 군사전문가 쑹중핑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차이잉원 총통이 '미국이 타이완의 뒤를 봐주고 있으니 중국 인민해방군은 무모하게 행동하지 말라'고 말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루예청 타이완 국립정치대 교수는 "차이 총통이 타이완과 미국의 관계가 이미 비공식적 수준을 넘어섰다는 것을 중국에 알리려 했다"고 풀이했습니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의 타이완 침공시 군사 개입 가능성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이른바 '전략적 모호성'을 공식 입장으로 삼아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미·중 갈등이 심화되고 중국의 타이완을 겨냥한 대규모 무력 시위가 잇따르자 '전략적 모호성'을 '명확성'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미국에서도, 타이완에서도 커지고 있습니다. 차이잉원 총통의 발언이 미국과 중국, 아울러 타이완 내부의 반응을 떠보기 위한 것이었을 수 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다만 30일 중국 매체들의 반응을 보더라도, 실제 타이완에 주둔하는 미군의 수가 공개되지 않는 한, 인적 교류가 아닌 정식 주둔으로 확인되지 않는 한, 중국의 대응이 당분간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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