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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기후변화로 '순록 사냥' 시작한 북극곰 …"최초로 포착"

[Pick] 기후변화로 '순록 사냥' 시작한 북극곰 …"최초로 포착"
기후변화로 인해 북극곰이 순록을 사냥하는 광경이 최초로 포착됐습니다.

현지 시간으로 지난 26일 영국 메트로 등 외신들은 폴란드 북극 연구자들이 지난해 노르웨이 스발바르 북극 연구기지 근처에서 북극곰이 순록을 사냥하는 모습을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기후변화로 먹잇감이 부족해지며 북극곰의 사냥 패턴에 변화가 생겼다는 주장은 여러 차례 제기됐으나, 영상과 사진으로 촬영된 기록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스발바르 제도에는 북극곰 약 300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극곰들은 봄부터 여름에 걸쳐 물범 등을 잡아먹으며 겨울을 나는 데 필요한 에너지 대부분을 섭취합니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해빙이 늦게 얼고 일찍 녹게 되면서 북극곰이 물범을 사냥할 수 있는 시간이 급격히 줄어들자 북극곰들이 다른 먹잇감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과거 북극 연구에 따르면 북극곰은 애초에 순록을 먹잇감으로 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레프 스템프니에비치 폴란드 그단스크대학교 동물학자 등은 과학 저널 '극지 생물학' 최근호에 게재한 논문에서 "올여름 북극곰의 배설물을 분석한 결과 순록이 27.3%까지 포함돼 주요한 먹이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폴란드 연구진은 지난해 8월 21일 스발바르 폴란드 북극 기지 부근에서 북극곰의 순록 사냥 장면을 직접 목격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촬영된 영상에 따르면 북극곰 한 마리가 코를 킁킁대며 해변 바위 근처에서 이끼를 뜯던 순록 무리를 향해 천천히 접근하기 시작합니다.

최초 포착된 북극곰의 순록 사냥

북극곰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눈치챈 수컷 순록 한 마리는 바다로 뛰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순록이 물속에서 북극곰을 따돌리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결국 북극곰은 물속에서 순록과의 거리를 빠르게 좁혔고, 순록의 목덜미를 물어 죽인 뒤 물 밖으로 끌어냈습니다.

북극곰은 사냥한 순록의 80%가량을 먹어 치운 뒤 남은 순록 사체를 돌로 눌러 숨기고 자리를 뜬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연구진은 이 북극곰이 다음날에도 비슷한 방법으로 또 다른 순록을 사냥하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습니다.

연구진은 "가장 흥미로운 점은 북극곰이 효율적인 사냥을 위해 순록을 바다로 몰아간 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북극곰들이 순록을 바다로 몰아 사냥하는 전문적인 기술을 새끼 북극곰들에게 전수하며 순록 사냥이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현재 스발바르 제도에는 순록 약 2만 마리가 살고 있으며, 따뜻해진 기후로 얼음이 녹은 땅에 이끼 등이 자라면서 먹이가 늘어 개체 수가 증가하는 추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연구자들은 "물범 새끼가 태어나는 봄부터 초여름까지는 여전히 물범이 북극곰의 주요 사냥감이겠지만, 그 외 시기에는 순록이 물범을 보충하는 주요한 먹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순록 사냥이 단기적으로는 일부 북극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기후변화로 피해를 보고 있는 북극곰들의 구원자가 되진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뉴스 픽'입니다.           

(사진 : P. Nowosad and P. Ulandowska-Monarcha / 인용 논문: Polar Biology, DOI: 10.1007/s00300-021-02954-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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