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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지마, XXX야"… 차별 · 냉대에 한국 떠나

"눈에 띄지마, XXX야"… 차별 · 냉대에 한국 떠나

신정은 기자 silver@sbs.co.kr

작성 2021.10.28 20:36 수정 2021.10.28 22:0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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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에는 내전 중인 고국을 떠나 한국에 왔던 한 예멘 청년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우리나라를 제2의 고향으로 삼고 싶었다던 청년은 차별과 냉대를 견디다 못해 4년 만에 다른 나라로 떠나고 말았는데요.

우리 사회가 반성해야 할 부분은 없는지, 신정은 기자가 모하메드의 이야기를 취재했습니다.

<기자>

[직장 동료 A 씨 : 이 XX야 눈 똑바로 뜨지 마.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넌 알아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 이 XX야.]

이유를 물었지만,

[직장 동료 A 씨 : (왜 지금 나쁜 말 이야기해요? 나한테?) 그니까 눈에 보이지 말라고 XX야.]

반말과 욕설은 기본.

눈을 찌를 것처럼 과격한 삿대질이 돌아옵니다.

[직장 동료 A 씨 : 야 이 XX야. 총 집에 있지? 갖고 와. (아줌마 문제 만들고 싶어요? 나 문제 안 만들어요.) 너 나 죽이고 싶지? 죽여 이XX야. XXX이 진짜.]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직장 동료 B 씨 : 이유 없어. 너 벌어 먹고 살 거면 여기서 그냥 일만 열심히 해.]

모하메드는 최악의 내전으로 고통 겪는 예멘이 고향입니다.

2017년, 19살이던 모하메드는 소년병으로 징집되기 직전 탈출했습니다.

전장으로 끌려간 형제 같은 두 친구는 지금은 생사조차 알 수 없습니다.

한국에 도착해 '인도적 체류자'라는 신분을 겨우 얻었습니다.

'인도적 체류자'는 고문 등 비인도적 처우로 생명과 자유를 침해당할 수 있다고 인정돼 체류 자격을 받은 외국인입니다.

취업허가를 받으면 일도 할 수 있습니다.

모하메드는 한국을 고향으로 삼기로 했습니다.

한글을 배우며 이름도 '김한글'이라고 바꿨습니다.

하지만 차별은 꾸준하고 집요했습니다.

[김한글/모하메드(가명) : (직장 동료가) '왜 돼지고기 안 먹어. 돼지고기 안 먹으면 집에 가라'고.]

모욕감을 버티지 못하고 일을 그만두면 다음 일을 찾는 건 '하늘의 별 따기'였습니다.

직장을 옮길 때마다 출입국사무소에서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예약부터 난관입니다.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 담당자 : 코로나 때문에라도 기존 예약자들을 밀집 못 하도록 줄였으니 까 민원인 중에선 본인이 예약 못 하게 된 경우엔 상당히 불편을 느끼시긴 했을 건데….]

심사에 2주가량 걸리는데 그 사이에 일자리를 빼앗기기 일쑤입니다.

[김영아/'아시아평화를향한이주' 대표 : 계약서를 써놓고도 계약이 많이 파기되고요. 다시 신청서를 내고 12만 원 수수료 내고 다시 2주를 기다려야 하면 한 달 치 월급이 또 사라지고.]

김한글 씨는 아픈 전쟁의 기억 때문에 '생명'과 '평화'라는 단어를 마음에 품고 살았습니다.

[김한글/모하메드(가명) : 저는 평화. 문제 안 만들고 평화 살고 싶어요. 저는 안정. 살고 싶어요.]

하지만 끝 모를 차별과 냉대를 겪다 어느새 "죽음"을 생각하게 됐다고 합니다.

김한글 씨는 SBS와의 인터뷰 한 달 뒤, 다시 모하메드라는 이름으로 돌아가 차별이 덜한 곳을 찾아 한국을 떠났습니다.

(영상취재 : 이승환, 영상편집 : 김종미, CG : 신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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