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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시진핑 '공동 부유' 강조에…중국 부자 순위 오르락 내리락

[월드리포트] 시진핑 '공동 부유' 강조에…중국 부자 순위 오르락 내리락

김지성 기자

작성 2021.10.29 09:1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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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시진핑 공동 부유 강조에…중국 부자 순위 오르락 내리락
중국 부자연구소인 후룬연구원이 27일 '2021년 중국 부자 순위'를 발표했습니다. 후룬연구원은 해마다 부자들의 순위를 공개해 오고 있는데, 올해는 지난 3월에 이어 두 차례 공개했습니다.

중국 후룬연구원이 10월 27일 공개한 '2021년 중국 부자 보고서'

이번에 발표된 순위에서 중국 생수 업체 농푸산취안의 창업자인 중산산이 3월에 이어 또다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중산산의 개인 재산은 3천9백억 위안, 우리 돈 71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틱톡을 보유한 바이트댄스의 창업자 장이밍(62조 원)이 2위를 차지했고, 이어 중국 최대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인 닝더스다이의 창업자 쩡위췬(58조6천억 원), 텐센트 창업자 마화텅(58조 원),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 가족(46조 원) 순이었습니다. 지난 3월 발표에선 마화텅이 2위,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의 창업자 황정이 3위, 마윈 가족이 4위, 장이밍이 5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번 발표에서 핀둬둬의 황정은 6위로 밀려났습니다. 7개월 사이 전기차 배터리 기업이 부상한 반면, IT 기업은 뒷걸음질 친 셈입니다.

후룬연구원이 공개한 부자 순위에서 생수 업체 농푸산취안의 창업자 중산산이 1위를 차지했다.

IT·부동산·교육업계 순위 하락…마윈 1위→5위·쉬자인 5위→70위

시간을 좀 더 거슬러 지난해 순위와 비교하면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지난해 후룬연구소 발표에선 알리바바 마윈 가족이 1위를 차지했고, 텐센트 마화텅이 2위, 농푸산취안 중산산이 3위, 택배업체 순펑의 왕웨이가 4위,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의 쉬자인 회장이 5위를 기록했습니다. 알리바바 마윈은 지난해 1위에서 올해 5위로, 텐센트 마화텅은 2위에서 4위로 내려앉았습니다. 마화텅의 재산은 13조 원이 감소했고, 마윈 가족의 재산은 26조 원이나 줄었습니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11월 알리바바 산하 앤트그룹의 상장을 무산시키는 등 IT 기업들에 고강도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중국 시장감독관리총국은 알리바바의 시장 독점을 문제 삼아 3조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왼쪽)와 올해 중국 부자 순위(출처=후룬연구원)

가장 하락세가 큰 업종은 부동산 업계입니다. 부도 위기에 몰린 헝다그룹 회장 쉬자인은 지난해 5위에서 올해 70위로 무려 65계단이나 순위가 낮아졌습니다. 쉬자인의 재산은 29조 원 줄어들어, 감소폭이 가장 큰 인물이란 불명예도 안게 됐습니다. 중국의 또다른 거대 부동산 업체 완다그룹의 회장 왕젠린도 지난해 30위에서 올해 41위로 밀렸습니다. 왕젠린과 쉬자인은 각각 2016년과 2017년 중국의 부자 순위 1위를 차지했습니다. 불과 4~5년 새 몰락에 가까운 추락을 한 것입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올해 처음으로 상위 10위 안에 부동산 기업가가 한 명도 들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중국 사교육 업계의 하락폭도 두드러졌습니다. 온라인 교육업체 TAL 에듀케이션 창업자 장방신의 재산은 17조 원에서 1조 원으로 줄었습니다. 1년 사이 재산의 94%가 날아간 것입니다. 중국은 사교육 시장에 대해서도 규제와 단속을 강화하고 있으며, TAL 에듀케이션은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가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다른 사교육 업체 신동방의 창업자 위민홍의 재산도 지난해 4조7천억 원에서 올해 1조3천억 원으로 감소했습니다.

재산 감소폭 순위. 헝다그룹 쉬자인과 알리바바 마윈 가족이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시진핑 '부의 분배' 강조…시진핑 집권 이후 부자 수 3배 늘어

시진핑 국가주석은 올해 들어 '공동 부유'를 국정 기조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공동 부유'는 특정 소수만이 아니라 '다 같이 잘 살자'는 기조로, 부의 분배를 강조하는 정책입니다. 갈수록 심해지는 빈부 격차를 줄이자는 취지인데, 내년 하반기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앞두고 서민과 중산층 계층의 민심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강해 보입니다. 이 공동 부유론은 곧장 거대 기업들에 대한 규제로 이어졌습니다. 그동안 축적한 부를 이제는 소비자들에게, 서민들에게 베풀라는 것입니다. 이런 규제는 거대 IT 기업, 빅테크 뿐만 아니라 부동산, 사교육, 게임, 엔터테인먼트 산업 등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대출 제한 등 고강도 규제에다 주가 폭락까지 이어지면서 기업들은 납작 엎드렸습니다. 농촌에, 수해 현장에 앞다퉈 통 큰 기부를 하는가 하면, 공동 부유론 지지와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맹세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의 재산 20억 위안 이상 부자들 수 추이

그렇다면,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중국 부자들의 수는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시 주석이 집권하기 직전인 2012년 재산이 20억 위안(3천659억 원) 이상인 중국 부호는 972명이었습니다. 그러던 게 올해는 2천918명으로 늘었습니다. 시 주석 집권 기간 3배나 증가한 것입니다. 물론 여러 경제적 여건이 뒷받침했겠지만 시 주석 임기 동안 '부의 축적'이 대거 이뤄진 것만은 사실입니다. '내가 집권했을 때 돈을 많이 벌었으니 이제는 좀 내놓아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진국에서도 자발적으로 기부에 나서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통제가 강한 사회주의 국가 중국에서 기업의 성장이 오롯이 정부와 공산당의 선심성 정책 덕분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것도 갑자기, 전방위에 걸쳐 부를 분배하라고 압박하니 기업들 입장에선 '기업하기 힘들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합니다. 매년 공개되는 이런 식의 부자 순위가 정작 부자들에게는 '가시 방석'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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