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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夜] '그알' 母에 2천대 맞고 사망한 C사찰 피해자…충격적인 자술서에 제보자 "비슷한 각서 강요받아"

그알

C사찰 사망사건의 피해자는 어머니 때문에 사망한 것이 맞을까?

16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자백, 그리고 2,000번의 구타 - 청도 C사찰 사망사건의 진실이라는 부제로 C사찰 사망사건을 조명했다.

지난해 8월 경북 청도군의 한 사찰에서 김수혁(36세)씨가 사망했다. 그의 사인은 구타로 의한 신체 내 과다출혈로 속발성 쇼크사였다. 그리고 그를 이렇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김 씨의 어머니였다.

2시간 반에 걸쳐 저항 한번 없이 전신을 2,000회 이상 구타당한 후 1시간 동안 방치된 김 씨는 결국 사망하고 말았던 것. 아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어머니는 아들을 훈계하기 위함이었다며 몇 장의 서류를 공개했다.

수혁 씨의 어머니가 꺼낸 것은 수혁 씨가 남긴 자술서. 자술서에는 그가 사찰에서 자해, 성추행, 금품 갈취 등에 대한 믿기 어려운 자백이 담겨있었다. 이에 수혁 씨 어머니는 아들이 사찰에서 큰 죄를 저질러 이를 훈계하기 위해 매질을 하다 아들이 죽음에 이른 것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아버지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아들 사망의 책임이 아내뿐만 아니라 사찰에도 있다며 사찰에 대한 의혹을 주장했다. 그리고 그는 아들의 자술서 내용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모든 사건이 사찰의 주지와 사찰의 관계자들과 관련이 있음을 의심했다.

이에 김 씨의 어머니는 사찰은 아들의 죽음과는 일절 관계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지인의 소개로 인연을 맺은 C사찰의 주지의 기도 덕에 심신의 안정을 얻게 된 어머니는 남편과의 갈등으로 별거를 선택하며 남편에게 받은 1천오백만 원 중 1천만 원을 사찰에 기도 값으로 지불하고 사찰과 친정을 오가며 생활했다고 했다.

이후 남편의 부상으로 집으로 돌아온 어머니. 그런데 이때 청각장애 5급의 수혁 씨가 취업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아버지와 갈등을 빚게 됐고 이에 지난해 6월 갑자기 스님이 되겠다며 사찰로 들어가겠다고 했다는 것.

수혁 씨의 어머니는 아들 수혁 씨가 사찰에 들어간 지 열흘도 채 되지 않아 문제를 일으켰다고 했다. 수혁 씨가 여자 신도들의 방을 드나들며 자위를 하고 속옷에 정액을 묻혀놓는 행동을 했다는 것. 이에 제작진은 그게 CCTV에 찍혔냐고 묻자 어머니는 "안에서 하는 건 안 찍혔지만 방에 들락거리는 게 찍혔다. 그래서 잘못한 걸 써봐라 하니까 자기가 자술서를 썼다더라"라고 본인도 전해 들은 이야기를 전했다.

특히 자술서에는 수혁 씨가 청각장애인 행세를 했다는 내용도 쓰여있었다. 이에 어머니는 "그게 다 쇼였던 거다. 나도 이걸 보고 놀랐다"라고 말했다. 그밖에도 자술서에는 그동안 했던 성적인 행동과 거짓말, 앞으로의 계획들까지 충격적인 내용들이 다 쓰여있었다. 부모님 이혼 이후 아버지의 자살 유도를 계획하고, 어머니를 대상으로도 성적 해소를 했다는 내용 등이었다.

어머니는 사찰로부터 수혁 씨의 이 같은 일을 보고 받고 이후 사찰로 가 아들을 나무랐다고 했다. 그리고 사망 당일 어머니는 수혁 씨를 데려가라는 스님의 연락을 받고 마음이 조급해 사찰로 갔고, 진실된 사과를 하지 않는 아들을 훈계하기 위한 구타가 시작되었다는 것.

총 여섯 차례 쓰인 수혁 씨의 자술서, 분석 결과 이 자술서는 수혁 씨의 필체가 맞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자술서의 진위 여부에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다. 지인들이 기억하는 수혁 씨는 자술서의 내용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는 것. 바보같이 느껴질 정도로 착하고 미래를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는 것.

그리고 지인들은 몸이 아픈 수혁 씨에게 사찰의 스님이 가족 때문에 아픈 것이며 이에 사찰로 들어올 것을 권했다는 것. 또한 사찰로 들어간 수혁 씨는 얼마 후 사찰에서 성추행의 누명을 쓰게 됐다고 지인들에게 알리기도 했다. C사찰을 특수한 사찰이라 말했던 수혁 씨. 사찰이 위치한 동네 주민들도 실체를 모르는 C사찰.

수혁 씨의 아버지는 아들의 죽음이 보험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도 했다. 그는 아들이 사망하기 두 달 전 계약된 운전자 보험의 수익자와 계약자가 사찰의 주지 스님 아내인 것에 의혹을 가졌다. 그러나 경찰 측에서는 사찰에서 진행하는 양봉 사업에 필요한 운전자 보험을 들어준 것일 뿐 보험 범죄로 여길 만한 부분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제작진은 직접 주지 스님과 그의 아내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했다. 주지 스님의 아내는 수혁 씨를 위해 말을 아끼겠다며 답을 거절했다. 이후 이어진 설득 끝에 주지 스님의 아내는 인터뷰에 응하기로 했다. 그러나 인터뷰 당일 인터뷰가 어렵다는 말을 전했다. 그리고 급히 어디론가로 향하는 신도들의 모습에 심상찮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다음 날 경찰 측을 통해 사찰에 일어난 심상찮은 일의 실체를 알게 됐다. 주지 스님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것. 그는 수혁 씨 사망 사건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 그는 영상으로 자신은 수혁 씨의 죽음과 완전히 무관한데 검찰이 자신의 사생활까지 건드렸다며 억울하다는 내용의 유언을 남겨 눈길을 끌었다.

이후 수혁 씨 어머니는 1심에서 상해 치사가 인정이 되어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제작직은 판결문에 적힌 공소 사실에서 뜻밖의 사실을 확인했다. 사찰 내에서 내부인들 간에 영적인 치료 등을 명목으로 한 폭행, 나체 상태의 종교적 의식 등이 이루어지기도 했다는 것.

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제작진은 다시 사찰을 방문했다. 주지 스님의 아내는 수혁 씨가 절에 온 날부터 지옥처럼 살고 있다며 억울함을 주장했다. 또한 주지 스님의 죽음은 수혁 씨의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고, 사찰을 두고 불거진 폭행과 성관련 의혹은 모두 거짓이라고 했다.

취재 도중 제작진은 C사찰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제보자를 만났다. 박진우 씨는 자신도 수혁 씨가 쓴 자술서를 썼다고 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으로 사찰에 갔던 그는 8년 정도 사찰에서 생활을 했다. 그리고 그가 경험한 사찰 생활은 폭력으로 물들어 있었다. 본인뿐만 아니라 주지 스님이 신도들을 폭행하는 일을 수시로 목격했다는 것.

이후 사찰에서 나와 불행도 끝난 줄 알았던 진우 씨. 그러나 3년 전 무슨 일인지 누나가 사찰에 들어가서 생활하기 시작했고 지난 2019년 그는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주지 스님이 그가 누나를 상대로 음란한 행위를 했다며 몰아세웠던 것. 이에 1-2주간 추궁은 계속됐고 주지 스님과 신도들의 폭행도 이어졌다. 그리고 누나 또한 언제부턴가 진우 씨가 했다며 그를 몰아갔다는 것. 이에 진우 씨는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폭력을 피하기 위해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을 인정하고 사과까지 했다.

그리고 그는 각서를 쓰면 가족과의 연을 끊어주겠다는 누나의 이야기에 아버지가 쓰라는 대로 각서를 작성했다고 했다. 이에 진우 씨는 수혁 씨 또한 자신과 같은 상황이었을 거라 추측했다.

전문가들은 수혁 씨의 자술서에 대해 "신빙성이 떨어지는 글이다. 혼자 앉아서 생각을 정리한 글이 아닌 사전에 나온 것들을 정리해서 담은 느낌이다"라며 "실제로 발생한 일이 아닐 가능성이 꽤 높아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자술서를 쓰게 한 것이 증거를 만들기 위함일 것이라 추측했다.

그렇다면 진우 씨의 누나는 왜 있지도 않은 일로 동생에게 각서를 쓰라 강요했던 걸까. 이에 전문가는 "전형적인 기억 작업이다. 실재하지 않았지만 있었음직한 덩어리들을 슬쩍 맥락 정보를 자꾸 주입하면서 '너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 거야'라고 신뢰하는 인물이 지속적으로 말하는 거다. 그러면 어렴풋이 생각이 나기 시작하고 어렴풋한 것에 대해 질문자들이 전달하는 암시 정보들을 통해 새로운 기억들이 만들어지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수혁 씨의 어머니 경우에도 스스로 목격하거나 경험한 것은 전혀 없으면서 자술서의 내용을 굳게 믿고 있었다.

전문가는 수혁 씨와 진우 씨의 사건이 너무 비슷하다며 "같은 사람이 기획했기 때문에 패턴이 같은 것 아닐까"라며 "두 사건의 맨 꼭대기에 스님과 아내가 있다"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리고 제작진은 수혁 씨의 어머니가 불구속 상태로 경찰 조사를 받을 당시 주지 스님과 그의 아내와 나눈 통화 내용을 통해 그 실마리를 찾았다. 주지 스님과 그의 아내는 수차례 어머니에게 그날의 기억을 채워주었다. 그리고 어머니가 수혁 씨를 폭행한 이유도 언질을 줬다.

앞서 어머니는 만났던 제작진. 어머니가 제작진에게 전한 이야기는 주지 스님과 그의 아내가 어머니에게 일러준 내용과 몹시도 닮아있었다. 또한 어머니는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사찰과 스님을 두둔하기에 바빴다. 이에 전문가는 절대적인 권위자인 스님의 말을 맹목적으로 믿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후에도 주지 스님과 그의 아내는 수혁 씨의 죽음에 자신들이 불리하지 않도록 어머니의 진술을 암시했다.

그리고 지난겨울 검찰은 수혁 씨의 사건으로 사찰 압수수색을 벌였고, 이에 진우 씨의 자술서를 발견해 그를 참고인 조사했다. 그러자 그의 누나와 아버지는 진우 씨가 누나에게 성폭행을 가한 것이 맞다는 내용의 진술서와 탄원서를 제출해 충격을 안겼다.

가족과 연을 끊은 채 살고 있던 진우 씨는 아버지와 누나가 작성한 진술서를 보고 괴로워하다 울음을 터뜨렸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암으로 어머니는 여읜 후 그에게 가족은 없는 존재라고 했다. 그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오늘 처음 뵌 피디님이 더 가족 같다. 징그럽다, 가족이라는 사람들이"라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진우 씨는 사찰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이상한 곳이다"라며 사찰에서 신도들에게 귀신이 들었다며 퇴마 의식도 했다는 것. 주지 스님은 퇴마 의식과 기공을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C사찰은 어떤 곳일까. C사찰은 대한불교 조계종 소속이 아닌 '유사 조계종'의 이름을 단 어느 종단에 소속되어 있었다. 과거 스님 행색으로 시주를 받으러 다녔던 주지 스님 부부, 그들은 어느 순간 퇴마 의식과 기공을 하는 특수한 사찰을 운영했던 것.

전문가는 주지 스님 부부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대해 "전지전능해진다. 모든 구성원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저항할 수 없는 존재들로 거느릴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거다. 그러려면 이들에게 극도의 공포심을 유발해야 하는데 그래야 스님의 안전한 날개 밑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며 다른 생각을 안 하게 될 거 아니냐"라고 분석했다. 또한 젊은 남성을 희생양으로 삼는 어떤 논리가 공유됐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전문가는 "내가 말하는 대로 믿고 따르고 추종하는 사람들이 주는 묘한 희열이 있다. 그런데 수혁 씨가 자신들이 생각하기에 거짓말로 흠집을 낸 것. 그래서 그거에 대한 복수와 자술서를 씀으로써 우리가 가진 저 아이에 대한 복수심과 분노가 정당하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만으로도 이들에게 가치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자신의 손으로 아들을 죽인 후에도 사찰을 보호하려는 어머니의 심리는 무엇일까. 전문가는 "이 집단 속에서 이미 자유로운 의사결정권은 박탈됐을 수도 있다. 강요와 암묵적 지시와 설득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기계적으로 아들을 폭행했을 거다"라며 "현행법상은 엄마에게 단독범으로 책임을 묻고 있지만 나머지 사람들도 모두 직간접적으로 공범으로서 영향을 주고받았다고 볼 수 있는 거다"라고 말했다.

C사찰의 주지에게 승려증을 내주었다는 한 종단의 대표. 그는 종단에 들어오고 싶다는 이야기에 일정의 등록비를 받고 승적을 내줬을 뿐이라고 했다. 그리고 해당 종단은 등록비만 내면 누구나 등록할 수 있지만 관리는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지자체도 개인 사찰에 대한 관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이에 전문가는 종교 안에서 일어나는 잘못된 행위를 처벌하고 관리할 수 있는 법률이 하루빨리 제정되어야 하며, 개인 사찰이 신고만 하면 등록이 되는 것이 아닌 허가제로 바꾸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BS연예뉴스 김효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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