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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미 핵잠수함 충돌 사고의 미스터리…양식장 충돌설 등 소문만 무성

지난 2일 미 해군의 시울프급 핵추진잠수함인 코네티컷호가 남중국해에서 정체불명의 물체와 충돌했습니다. 미 해군은 "공해에서 작전 수행 중 일어난 일로, 인명을 위협할 만한 큰 부상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잠수함은 안전한 상태이며 핵 추진 설비에도 영향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충돌 사실이 공개된 것은 사고 발생 엿새 만인 지난 8일이었습니다. 미 해군 당국자들은 코네티컷호가 사고 이후 괌으로 향했는데, 작전상 보안 유지를 위해 발표가 늦었다고 설명했습니다. AP통신은 승조원 2명은 중간 정도의 부상을, 9명은 긁히거나 멍이 드는 정도의 경상을 입었다고 전했습니다. 정체불명의 물체가 무엇이었는지, 어떻게 사고가 발생했는지 추가적인 설명은 아직 없는 상태입니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나라입니다. 당연히 이번 사고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미 핵추진잠수함 코네티컷호 (사진=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소셜미디어에 "황조기 양식장 충돌설" 확산…중국 관영 매체 "가능성 낮아"

지난 11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는 사진과 함께 하나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프랑스 통신사의 보도를 인용한 글인데, '남중국해 심해에 있던 황조기 양식장 시설이 정체불명의 물체와 충돌해 2만 5천 킬로그램 상당의 황조기와 양식 어종이 탈출했다'는 내용입니다. '중국남해양식어업유한공사'란 구체적인 회사 이름까지 거명하며 4억 위안, 우리 돈 737억 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했습니다. 중국 네티즌들은 이를 곧바로 미 잠수함 충돌로 연결 지었습니다. 잠수함이 충돌한 게 다름 아닌 이 양식장 시설이라는 것입니다. 소문은 빠르게 번져 나갔습니다. 어떤 네티즌은 양식장 시설의 규모와 깊이를 언급하며 충분히 잠수함과 충돌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했고, 어떤 네티즌들은 미국이 이 회사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런 양식장 시설을 곳곳에 설치해 미 잠수함의 접근을 막아야 한다는 조롱성 글까지 올라왔습니다. 나아가 일부 중국 매체들이 이런 글들을 소개하는 기사를 양산하기 시작했습니다.

10월 11일 중국 웨이보에 '황조기 양식장 시설이 정체불명의 물체와 충돌해 피해를 입었다'는 내용의 글(사진 왼쪽)과 양식장 시설 사진이 올라왔다.

급기야 중국 관영 매체가 나섰습니다. 중국 CCTV 군사채널 기자는 남중국해 인근 하이난성의 양식 업자를 만나 인터뷰했습니다. '하이난성에서는 황조기를 양식하지 않고 양식장 시설은 보통 수심이 얕은 바다에 설치한다'는 내용입니다. 양식장 시설은 해안선 20km 밖에 설치하지 않는다고도 했습니다. 한마디로 잠수함이 황조기 양식장 시설과 충돌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입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도 거들었습니다. 웨이보의 글이 인용했던 프랑스 통신사 보도에서 해당 내용을 찾을 수 없으며, '중국남해양식어업유한공사'란 회사도 실체가 불분명하다고 했습니다. 중국 당국이 보기에도 '황조기 양식장 충돌설'은 너무 황당했던 모양입니다.

남중국해 인근 하이난성의 양식장 모습 (사진=중국 CCTV 군사채널)

"미국 어리석은 실수 저질렀을 것"…중국 외교부 "미국이 진상 밝혀야"

중국 관영 매체들은 대신 미 잠수함이 '어리석은 실수'를 저질렀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글로벌타임스는 군사 전문가를 인용해 "미 잠수함이 양식장 시설보다는 난파선이나 시멘트 암초 등 인공어초를 들이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이 이 문제에 침묵하는 이유는 어리석은 실수를 저질렀기 때문일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코네티컷호와 같은 시울프급 핵추진잠수함은 수동 음파탐지기(소나)를 사용하다가 공격 기동이나 복잡한 해저 지형을 항행할 때는 탐지용 음파탐지기로 바꾸는데, 승조원이 탐지기 전환을 하지 않아 사고가 났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CCTV 군사채널도 남중국해는 해저 지형이 복잡하고 끊임없이 변화해 잠수함 항행이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이어 "시울프급 핵추진잠수함은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하는 공업용 농축 우라늄과는 다른 무기급 고농축 우라늄을 사용한다"면서 "배수량이 9천 톤 이상인 잠수함에서 우라늄이 누출되면 매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미 잠수함 코네티컷호의 파손 부분으로 추정되는 사진 (사진=중국 CCTV 군사채널)

중국 외교부도 연일 공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외교부 자오리젠 대변인은 8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군의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작전이 이번 사고의 근본 원인"이라며 미국·영국이 호주와 핵잠수함 협력을 추진하기로 한 것까지 싸잡아 비판했습니다. '항행의 자유'는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며 베트남, 필리핀 등과 갈등을 빚자 미군이 선박의 자유로운 항행을 보장해야 한다며 군함을 파견해 온 작전을 말합니다. 자오리젠 대변인은 11일에도 "미국은 핵잠수함 사고가 어디서 발생했는지, 핵 물질이 누출돼 해양 환경을 파괴했는지, 사고가 항행 안전과 어업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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