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소프트하게 해결하자"…"모르는 번호에 공포감"

<앵커>

저희가 오거돈 전 부산시장 강제추행 피해자를 처음으로 만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건 당시 집요한 회유 또 압박이 있었고 1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도 2차 가해와 고통이 이어지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피해자는 아직도 평범했던 삶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첫 소식 강청완 기자입니다.

<기자>

오거돈 부산시장의 강제추행 사건 이틀 뒤, 오 전 시장의 측근이자 부산시 정무직 공무원이던 신 모 씨가 피해자에게 만나자며 연락을 해왔습니다.

신 씨는 일이 커지면 정무직 공무원들이 그만둬야 한다며 합의를 종용했습니다.

[피해자 (음성대역) : 정무직에 내 식구들 일자리 다 잃고,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애들 다 길거리 나앉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피해자 주변 사람들에 대한 회유 시도와 압박도 이어졌습니다.

사건 당일 피해자의 가까운 지인을 만나 피해자가 원한다면 골프장에 취업시켜주겠다고 황당한 제안을 하는가 하면, 시장직 사퇴는 어렵다고도 말했습니다.

[신 모 씨/당시 부산시 정무직 공무원 : (오거돈 시장이) 지금 개인이 아니잖아요. 선거도 며칠 안 남았고, 지금 상황은 본인이 사퇴할 상황도 아니고….]

피해자의 동료 직원들에게는 피해자와 나눈 SNS 대화를 지우라고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피해자는 4월 안에 사퇴하겠다던 오 전 시장 측의 약속을 믿고 기다렸지만 4월 15일 총선이 끝나자 기류가 바뀌었습니다. 

연락을 해도 답이 오지 않거나 늦어지더니 4월 22일, 모르는 번호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여보세요? ○○○씨? 한번 뵈었으면 해서…전화했습니다.]

사건을 잘 알고 있다는 이 남성, 오 전 시장의 핵심 참모에게 피해자 전화번호를 받았고 시장직 사퇴는 막아야 하지 않겠냐고 제안했습니다.

[처리 방법이라는 게 꼭 그 방법밖에 없을까 하는 그런 아쉬움이 참 많습니다. 일을 좀 소프트하게 해결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는 게 있지 않겠습니까.]

불안과 공포를 느낀 피해자는 오 전 시장 측의 사퇴를 요구했고 다음 날인 23일, 오 전 시장은 전격 사퇴를 발표했습니다. 
 
1년 반이 지난 지금도 피해자는 가족과 따로 살면서 직장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재판에서 피해자에게 반성하고 사죄하겠다던 오 전 시장, 그러나 항소심에서 오 전 시장 측 변호인은 피해자의 정신적 상해를 다시 감정하자며 감정 촉탁을 신청해 또 다른 2차 가해 논란도 불거지고 있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