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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장거리 공대지와 KF-21…방사청장 "꼬리가 몸통 흔드는…"

[취재파일] 장거리 공대지와 KF-21…방사청장 "꼬리가 몸통 흔드는…"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작성 2021.10.13 14:3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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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2일) 국회 국방위의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 국정감사에서 강은호 방사청장이 한국형 전투기 KF-21의 성패를 진단하는 유의미한 발언을 했습니다.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이 없는 무기체계(KF-21)가 나온다면 상당 기간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깊이 고려해야 한다." 연구개발 주관기관을 국방과학연구소(이하 ADD)에서 업체로, 1년 만에 다시 ADD로 조정하려는 방사청과 ADD의 오락가락 행보에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이 쓴소리하자 내놓은 강은호 청장의 답변입니다. 강 청장은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일까지 같이 검토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국회 국방위에서 답변하는 강은호 방사청장
 
꼬리는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이고, 몸통은 KF-21입니다. 강 청장의 발언은 꼬리인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의 개발과 체계통합을 제때 못하면 몸통인 KF-21 사업을 망친다는 솔직한 고백입니다. 적 방공망 걱정 없이 먼 거리에서 지상 표적을 정밀 타격하는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이 KF-21에 조속히 장착되지 않으면 KF-21의 해외 수출은 물 건너갑니다. 우리 공군한테도 배척 당하기 십상입니다. KF-21를 생산하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회사 존폐의 위기를 맞을 수도 있습니다.

강은호 방사청장의 냉정한 현실 인식은 환영받아 마땅합니다.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개발은 대한민국 국방과학의 사활적 도전인 KF-21 사업의 성공과 실패를 판가름하는 중대한 문제입니다. 그래서 KF-21의 양산 계획과 공군의 전력화 일정, 수출 경쟁력을 모두 아우르는 방향으로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이 개발돼야 하는데, 불행하게도 현재 계획은 그렇지 못합니다. 게다가 계획 달성의 방법을 놓고 갈팡질팡입니다.
 

꼬리가 몸통 흔드는 장거리 공대지 계획

KF-21은 2026년까지 체계개발을 마치고 양산에 돌입합니다. 초도 양산은 2026년부터 2028년까지 2년 간입니다. 약 40대 생산으로 알려졌습니다. 후속 양산은 2028년부터 2032년까지 4년 간입니다. 약 80대 생산으로 알려졌습니다. 초도 및 후속 양산 120대는 우리 공군용입니다.

지난 4월 출고식에서 첫 선을 보인 KF-21 시제 1호기
 
공군도 흔쾌히 인수하고, 해외 시장에 노크해보려면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은 초도 양산이 시작되는 2026년부터 KF-21에 장착돼야 합니다.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은 유럽의 미티어로 정해졌으니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만 적시에 개발되면 KF-21은 2026년부터 장거리 공대지·공대공 무장을 완비한 4.5세대 전투기 완전체가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방사청과 ADD 계획은 2026년은커녕 후속 양산 개시 2~3년 뒤에야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을 장착하겠다는 것입니다. 방사청이 국감을 계기로 여야 의원들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체계개발은 2022년부터 2028년까지 6년 간입니다. 미국과 유럽도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개발하는 데 십수년 걸렸는데 우리는 단 6년 만에 해치우겠다는 무모한 계획입니다.

체계개발 즉 미사일 자체를 개발했다고 끝이 아닙니다. 미사일을 전투기의 신경망과 두뇌에 연결하는 초정밀 체계통합(integration)을 거쳐야 합니다. 방사청이 의원들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체계통합은 '후속 양산 간'입니다. 체계통합에 약 2년 소요되니까 후속 양산 마지막 2년 동안 제작되는 KF-21에만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을 붙인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 공군이 인수할 KF-21 120대 가운데 100대 가까이는 체계통합을 못해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을 달래야 달 수가 없습니다. 방사청 관계자는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사업 추진 계획에 변화는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방사청과 ADD의 계획이 완벽하게 달성된다 한들 강은호 방사청장이 어제 걱정한 대로 '무장 없는 불완전 전투기'가 탄생해 꼬리가 몸통을 흔들게 됩니다.

KF-21의 상당수는 우리 영공에서 북한 핵심 시설을 타격할 수 없는 전투기로 전락하는 것입니다. 전투기인데 공대지 전투 못하니 수출은 엄두도 못 냅니다. 수출 못하면 규모의 경제가 안돼 KF-21의 가격은 천정부지가 됩니다. 제조사인 KAI와 공군은 절망적 상황을 맞는데, 방사청과 ADD의 계획은 이와 같습니다.
 

갈팡질팡하는 개발 주관기관 조정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개발 계획은 요지부동인데, 개발하는 방안은 말 그대로 갈팡질팡, 오락가락입니다. ADD가 개발한다고 했다가, 업체가 개발한다고 했다가, 다시 ADD가 개발하는 방향으로 방사청과 ADD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이 중차대한 무기체계이기도 하지만 방사청과 ADD가 원샷원킬(one-shot one-kill) 개발 성공에 확신이 없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방사청은 작년 6월 말 국방장관이 주재하는 방위사업추진위에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등의 업체 주관 개발 방안을 보고했습니다. 방사청과 ADD, 그리고 업체가 숱하게 협의를 거쳐 업체에 맡기기로 했습니다. 업체 주관 개발은 국회에도 알렸고, 국방백서에도 기재했습니다. 국민에게 약속까지 한 일인데 방사청은 올 들어 슬금슬금 주변을 살피더니 "도로 ADD 후퇴"를 말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업체가 해도 된다더니, 올해는 업체가 하면 개발 기간 늘어난다는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그런데 감사원이 들여다봤더니 ADD의 일반 무기 연구개발 기간은 평균적으로 업체보다 더 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국회 국방위 국감에서 질의하는 기동민 의원
 
우직하게 한 길을 걸어도 될까 말까 인데 방사청과 ADD는 이렇게 헤매고 있습니다. 연구개발의 방향타를 틀 때마다 철저히 검토했을텐데 1년 만에 결정을 손바닥 뒤집듯하니 도통 믿음이 안갑니다. 누가 이랬을까요? 방사청의 한국형전투기 사업단은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업계에서는 "사업단이 미국 무장만 쫓아다니다가 좋은 기회들을 날렸다"는 말이 돌고 있습니다. 보다 못한 국방위 여당 간사 기동민 의원은 어제 국감에서 "ADD는 비닉(秘匿), 비익(非益), 첨단 기술에 집중하고, (장거리 공대지 같은)일반 무기체계는 방산업체에 맡기는 ADD 재구조화 개혁의 큰 틀을 지켜야 한다"고 교통정리에 나섰습니다.
 

두 ADD 소장의 ㈜한화 방문…키는 KAI 손에

업계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 ADD의 남세규 소장과 박종승 본부장(현 ADD 소장)은 ㈜한화를 직접 찾아가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사업 참여를 종용했습니다. ㈜한화 관계자는 "기술 이전 등 조건이 맞으면 개발한다고 했고, ADD는 기술 이전을 약속했다"고 말했습니다. ADD의 남세규, 박종승 두 전현직 소장은 특정 업체에 사업 몰아준다는 비판과 특혜 의혹을 감수하고 ㈜한화를 적극 지지했습니다.

㈜한화는 터키 로켓산(Roketsan)의 쏨(SOM) 미사일을 기술협력 파트너로 골랐습니다. 그런데 쏨은 장거리 공대지가 아니라 중거리 공대지입니다. 기술적 성숙도도 떨어집니다. KAI도 공군도 쏨 기반의 KF-21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을 바라지 않습니다.

방사청의 한국형 전투기 사업단은 미국 무장만 바라보다 허송세월한 터라 별다른 대안이 없습니다. 사업단의 고위 관계자는 "그래도 ADD가 개발해야 낫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즉 방사청 계획대로 KF-21의 후속 양산 후반부터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을 달자는 것입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그렇게 하면 꼬리가 몸통을 흔들어 KF-21 사업은 실패합니다.

탐색개발중인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을 장착한 F-4 전투기가 미사일 분리 시험을 위해 이륙하고 있다.
 
KF-21 사업이 실패해도 방사청과 한국형 전투기 사업단, ADD의 현재 책임자들은 아무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대부분 내년 대선 전후로 퇴장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KAI는 다릅니다. KAI는 KF-21을 양산하는 2026년 이후 장거리 공대지 없는 불완전 전투기의 모든 폐해를 고스란히 떠안습니다.

실제적 책임 없는 방사청, ADD만 믿다가 KAI는 되돌릴 수 없는 곤경에 빠집니다. 목 마른 자가 물을 찾는 법. 회사가 성장하느냐 고꾸라지느냐의 이슈이기 때문에 KAI는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확실한 기술 협력 파트너를 물색해 장거리 공대지 개발의 지름길을 제시해야 합니다. 인도네시아가 분담금을 내지 않아 상대적으로 KAI의 지분율이 높아지는 만큼 KAI는 큰 목소리를 낼 자격이 있습니다. 어디 눈치 볼 필요도 없습니다.

ADD의 전현직 소장은 ㈜한화 대신 목 마른 KAI를 찾아가서 장거리 공대지의 해법을 모색했어야 했습니다. 다음 주에 서울 ADEX(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가 열리는데 많은 눈이 KAI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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