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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신변 정리 끝냈는데"…존엄사 앞두고 돌연 취소 당한 여성

[Pick] "신변 정리 끝냈는데"…존엄사 앞두고 돌연 취소 당한 여성
콜롬비아 최초로 시행될 예정이었던 존엄사가 시행을 불과 11시간 앞두고 취소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현지 시간으로 지난 11일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들은 투병 생활 끝에 존엄사를 선택한 51살 콜롬비아 여성 마르타 세풀베다 씨의 존엄사 허가가 돌연 취소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콜롬비아 존엄사 최종 결정기관인 '존엄사 학제간과학위원회'는 존엄사 집행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논의한 끝에 "세풀베다 씨의 존엄사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만장일치로 취소 결정을 내렸습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위원회 재심의는 당일 오후까지도 예정에 없던 일정으로, 세풀베다 씨 역시 취소 통보를 받기 전까지 재심의가 열린 사실조차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세풀베다 씨의 변호인은 위원회의 취소 통보에 대해 "그는 휴대전화 요금제 탈퇴를 끝으로 신변 정리를 마친 상태였다"며 "위원회의 결정은 품격있는 죽음에 대한 권리를 침해한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세풀베다 씨는 지난 2018년 루게릭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후 병세가 점차 악화하며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게 된 그는 고통과 불안에서 벗어날 방법으로 '존엄사'를 떠올렸습니다.

존엄사 11시간 앞두고 돌연 취소 당한 콜롬비아 여성
▲ 가족들의 부축을 받으며 걷는 마르타 세풀베다 씨의 모습

콜롬비아는 지난 1997년 존엄사를 허용한 뒤 2015년 법으로 제정했으나, '말기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만 허용한다'는 높은 기준 때문에 존엄사가 실제 시행된 적은 없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7월 콜롬비아 헌법재판소가 "존엄사 선택 권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유권 해석을 내놓으며 기회가 생겼습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존엄사 대상 선정 기준에 대해 "말기 질환자가 아니더라도 극심한 신체적 통증을 겪는 사람 역시 존엄사 심의 대상이 된다"고 해석했습니다. 이에 세풀베다 씨는 즉시 존엄사를 신청했고, 위원회도 헌법재판소의 유권 해석을 참고해 그의 결정을 승인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세풀베다 씨의 존엄사 문제는 뜻밖의 역풍을 맞았습니다. 가톨릭 국가인 콜롬비아에서 '존엄사는 인정할 수 없는 행위'라며 존엄사 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세풀베다 씨는 "나 역시 독실한 가톨릭 신자"라며 "하느님도 더는 내가 고통받길 원치 않으실 것"이라고 반대 여론에 맞섰습니다. 

그는 TV나 라디오에 출연해 자신이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을 소개하는 등 존엄사 인식 개선을 위해 활동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세풀베다 씨의 존엄사는 시행을 11시간 남겨두고 위원회가 번복 결정을 하며 끝내 취소됐습니다. 일각에서는 위원회의 번복 결정이 여론을 의식한 결과라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이에 위원회 측은 콜롬비아 통증 연구소의 검사 결과 지난 7월 이후 세풀베다 씨의 상태가 호전됐다는 결과가 뒤늦게 확인돼 긴급회의를 열어 결정을 번복했던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편 존엄사 취소 결정에 대해 세풀베다 씨는 아직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뉴스 픽'입니다.                  

(사진=유튜브 'Noticias Telemundo'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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