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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말, 어른답나요?…어른답게 말합니다 [북적북적]

당신의 말, 어른답나요?…어른답게 말합니다 [북적북적]
[골룸] 북적북적 311 : 당신의 말, 어른답나요?... <어른답게 말합니다>

"말은 내가 하는 것이니 내 것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말은 하지 않을 때까지만 내 것이다. 내뱉은 순간, 그 말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다. 그때부터 말의 소유권은 들은 사람에게 옮아간다. 이 엄연한 사실만 잘 받아들여도 말 잘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대상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변신하는 것, 말하기에서는 무죄다."
-<상대에 따라, 물을 담듯이>에서

말과 글, 참 쉽고도 어려운 두 가지입니다. 아무 말 혹은 아무 글이나 말하고 쓴다면 그것만큼 쉬운 것도 없겠지만 의미 있고 문제없는, 혹은 빼어나며 길이 남을 말과 글이라면 그것만큼 어려운 것 없겠죠. 말을 하면 할수록 글을 쓰면 쓸수록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말할 수 없으니 침묵한다는 게 늘 최선은 아니기에 또 어렵습니다. 나이는 이미 어른인데, 어른처럼 어른답게 말하고 글을 쓴다는 게 그렇습니다.

오늘 북적북적에서는 '어른의 말하기'에 대한 책을 함께 읽습니다. 아이는 처음 입을 떼 엄마, 아빠, 맘마만 해도 칭찬받고 밥 잘 먹고 똥 잘 싸는 것만으로도 잘한다, 잘한다 소리를 듣죠. 하지만 어른은 아무 말이나, 그것도 말하는 걸 넘어 지껄이거나 내뱉으면 책임을 져야 합니다. 강원국 작가의 <어른답게 말합니다>는 어른의 말하기에 대한 성찰과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는 책입니다.

강 작가는 2014년 출간한 <대통령의 글쓰기>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분이죠.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연설을 담당했던 경험 등을 바탕으로 낸 이 책 이후에 <회장님의 글쓰기>, <강원국의 글쓰기> 등을 잇따라 썼고 라디오 진행도 했는데 <어른답게 말합니다>의 모태는 그 라디오 프로그램이라고 합니다.

누구나 매일 같이 하는 말인데 뭘 그리 어렵게 생각하고 있냐, 왜 어른답게 말해야만 하냐 그냥 하면 되지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누구나 말을 한다. 그러나 제 나이에 맞는 말을 배우고 연습하는 사람은 드물다.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말을 가르치지 않는다. 그런데 의문이다. 어른이 된다고 어른답게 말하는 법을 알게 될까? 혹시 몸은 마흔 살, 쉰 살이 되었는데 말은 이삼십 대에 머물러 있지는 않은가? 말도 자라야 한다. 어른은 어른답게 말해야 한다." -<프롤로그>에서

이 책은 모두 7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말 거울에 나를 비춰봅니다', '어른답게 존중하고 존중받습니다', '유연하게 듣고 단단하게 답합니다', '말을 비우고 대화를 채웁니다', '일의 본질을 잊지 않습니다', '입장이 아닌 이익으로 설득합니다', '말보다 나은 삶을 살아갑니다'. 각 장의 제목만 봐도 작가가 어떤 얘기를 하려는 건지 좀 읽힙니다. '말 거울'이라고 표현했듯이 말에 비치는 삶에 대해, 처세에 대한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 어떻게 해야 진정성이 느껴지게끔 말할 수 있을까?... 정성을 기울이는 것은 필요조건에 불과하다. 진정성을 느끼게 하는 충분조건은, 말을 들은 사람이 내 말에서 실제로 무엇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 말이 어떤 도움을 줬는가? 내 말을 듣기 전후가 어떻게 달라졌는가?..." -<진정성의 필요충분조건>에서
"두 사람은 처음 만난 날, 서로에게 말을 놓지 않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언약을 70년 가까이 지켜오고 있다. 지나는 말로라도 반말을 하지 않는다. 형식이 내용을 담는다고 했던가. 두 사람은 평생 싸운 적이 없다. 깍듯이 존재하면서 싸울 순 없는 노릇이다. 싸울 일이 있으면 말을 하지 않을 뿐, 언성을 높이는 일은 없다." -<아버지의 평생 존댓말>에서

회사에서 저보다 연차 낮은 동료들과 일하게 될 때가 많아졌습니다. 존댓말이 발달한 한국 사회답게 말을 높이거나 낮추는 문제는 아주 심각하진 않더라도 신경 쓰이는 부분이었고 반말의 순기능도 어느 정도는 있다고 봤지만 나이와 위계로 눌러버리게 된다는 역효과도 적지 않았고... 그래서 누구누구 씨라고 호칭하며 존대하는 걸 기본으로 했습니다. 꼭 정답이라는 건 아닙니다만, 서로 존대를 하면 꼭 그만큼은 아니어도 존중이 함께 오간다는 느낌을 받아서 저는 괜찮더라고요.
"'나이 마흔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 에이브러햄 링컨이 한 말이다. 얼굴 표정에 그 사람의 성격과 세상을 대하는 태도가 드러난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나는 얼굴보다 말이 더 그 사람의 인격에 가깝다고 믿는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려면 얼굴을 볼 게 아니라 말을 들어봐야 한다... 내 말은 이런저런 노력 덕분에, 제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하루하루 성장하고 있다. 그것을 확인하는 기쁨과 즐거움이 크다. 그것만으로도 사는 게 재미있다." -<내 말은 여전히 자라고 있다>에서
"결국 구설수에 대처하는 궁극적 방법은 나를 돌아보는 것이다. 내가 지금 구설수에 오른다면 반드시 이유가 있다. 아니 땐 굴뚝에서는 연기가 나지 않는다. 내가 무언가 빌미를 주었기 때문이다. 곰곰이 생각해보자. 지위만 오르고 돈만 많아졌지 나는 이전 그대로인 것은 아닌지.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만족해야 하는데, 여전히 더 많은 것을 탐하고 있지는 않은지. 내가 이익을 볼 때 누군가는 손해를 봤을 텐데, 여기 오기까지 누군가를 서운하게 한 적은 업는지." -<구설수는 세상이 보내는 경고>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설득하는 사람이 누구냐이다. 당연하지만, 내가 평소에 믿고 좋아하는 사람의 말에는 쉽게 넘어간다. 설득하는 내용보다 설득하는 사람이 좌우한다. 그러므로 설득을 잘하려면 잘 살아야 한다. 존재 자체가 설득력인 셈이다." -<존재 자체가 설득력이다>에서
"언제까지 남의 흉이나 보고 불평불만에 가득 차서 살 것인가. 이제 사람 뒷전에서 험담하거나, 일이 끝난 뒤에 군소리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특히 험담은, 내가 안 할 뿐 아니라 남이 흉보는 자리에 말려들지도 않으려고 한다. 변호는 못 해줄망정 동조하지 않는다. 나아가 흉보는 사람을 아예 멀리하려 한다. 좋은 사람만 만나기에도, 후회 없는 삶을 살기에도 남은 시간이 부족하다." -<말은 반드시 돌아온다>에서

누군가를 설득한다는 게 참 쉽지 않다는 걸 나이가 들수록 더 느낍니다. 자칫하면 '가르치려 들지 말라'는 날 선 반발을 받기도 합니다. 각자가 갖고 있는 생각이나 의견이 잘못됐으니 바꾸라고 하는 건 논리의 영역이 아니라는 거죠. '어른답게 말한다'는 것에는 그저 조리 있게 말한다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겠습니다. 작가는 "말은 자라난다. 말이 자라나는 만큼 나 또한 무르익는다. 성장하고 성숙해지는 것, 이보다 더 큰 기쁨은 없다."라며 책을 맺었습니다. 그런 기쁨, 같이 누릴 수 있으면 좋겠네요.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로부터 낭독 허가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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