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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여태껏 과학 노벨상을 받은 여성은 얼마나 될까?

마부뉴스

매년 10월 초가 되면 주기적으로 들려오는 소식이 있습니다. 바로 노벨상 수상자 소식이죠. 올해는 어떤 사람들이 노벨상을 탈까? 하며 궁금해하기도 하고, 이번에는 한국인이 수상할 수 있을까? 하며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기대를 하기도 합니다. 메달권 후보로 거론되는 한국인 과학자들을 인터뷰하는 기사가 종종 나오기도 하죠. 그리고 어김없이 올해도 노벨상의 시즌이 찾아왔습니다. 벌써 생리의학상과 물리학상, 화학상 그리고 문학상은 발표가 됐더라고요. 이번 노벨상에서 주목할만한 건 노벨 물리학상을 기후위기에 주목했던 과학자들에게 수여했다는 겁니다. 이제 정말 기후변화는 우리 코 앞에 와 있는 듯 해요.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해 볼게요. 한 번 여성 운동선수 5명의 이름을 5초 안에 떠올려보세요. 도쿄올림픽에서 주목을 받았던 안산 선수를 비롯해서, 김연아, 장미란, 손연재, 지소연, 이상화 선수 등등… 생각보다 쉽게 여성 운동선수를 떠올릴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이번엔 5초 안에 여성 과학자 이름을 떠올려볼까요? 5초가 아니라 5분을 주더라도 쉽지 않을지 모릅니다. 퀴리 부인을 제외하고는 이름이 떠오르는 여성 과학자가 많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요. 오늘 마부뉴스는 지난번 올림픽의 성평등에 이은 성평등 이야기 2탄입니다. 이번엔 과학계의 성평등이 어디까지 왔는지 준비해봤어요. 그래서 오늘 던지는 질문은 이겁니다.

“여태껏 과학 노벨상을 받은 여성은 얼마나 될까?”
 

631명 중 23명


단 3.6%. 과학분야의 노벨상 3개 부문에서 여성이 수상자가 되었던 경우는 채 5%가 되질 않습니다. 물리학, 화학, 생리학/의학 분야에 여태껏 노벨상 수상자는 모두 631명인데 그중에 여성은 23명뿐이죠. 아래 그래프를 보면 그 차이가 더 극명하게 보일 겁니다. 1901년부터 5년 단위로 노벨상 수상자를 성별로 시각화한 건데, 물리학상에선 4명, 화학상에선 7명, 생리의학상에선 12명이 받은 게 전부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마리 퀴리는 물리학과 화학 분야에서 2번이나 노벨상을 수상했어요. 과학상에서 2개 분야에 걸쳐서 수상한 과학자는 남녀 통틀어서 마리 퀴리가 유일하죠.

그런 마리 퀴리 조차도 첫 노벨상을 받지 못할 뻔했다는 사실 알고 있었나요? 그 이유는 여성이라서. 남성 회원만 있는 과학 아카데미에 여성은 들일 수 없다는 인식이 있었고, 아카데미 회원도 아닌 마리 퀴리에게 노벨상을 줄 수는 없다는 거였죠. 남편인 피에르 퀴리가 공동 수상 탄원서를 계속해서 올리고 나서야, 그제서야 부부의 공동 수상이 가능해졌습니다. 2번째 노벨상이었던 1911년의 화학상 때도 비슷한 상황이었습니다. 화학상을 수상한 뒤 프랑스 과학 아카데미 회원 후보로 오르지만 2표 차이로 떨어지죠. 그리곤 아카데미에서 여성은 영원히 과학 아카데미의 회원이 될 수 없다는 결의안을 통과시킵니다. 이 결의안은 1962년까지 유지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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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차별을 받았던 건 마리 퀴리 뿐만아닙니다. 마리아 메이어는 원자핵의 껍질 구조를 연구한 공로로 1963년, 마리 퀴리에 이어 2번째 여성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가 됐는데, 마리아는 30년간 비정규직으로 연구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여러 대학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가 계약직 교수가 되기도 했고, 국립연구소에서는 파트타임 시니어 연구원으로 연구를 이어 온 거죠. 노벨상을 받기 3년 전에야 정식 교수로 부임됩니다. 바바라 매클린톡은 옥수수 유전자 연구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과학자인데, 박사학위를 받은 뒤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 방방곡곡 찾아봤지만 그를 받아주는 대학이나 연구소는 없었어요. 단지 바바라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과학기술계의 여성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된 건 1960년대 말 미국의 대학가였습니다. 1960년대 미국에서 여성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과학기술계 역시 성평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늘어난겁니다. 여성 과학자들은 과학기술계의 성비를 숫자로 보여줬고,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그리곤 집회를 이어가면서 차별에 대한 목소리를 끊임없이 냈습니다. 결국 1972년 남녀평등 헌법 수정안을 통과시키는 쾌거를 얻게 됩니다. 여성의 교육과 고용 평등권을 드디어 법적으로 얻게 된 거죠. 더 이상 여성이라는 이유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시대는 끝이 났습니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오늘, 그렇다면 우리 과학기술계의 성평등은 어디까지 왔을까요? 과학기술의 시작이자 누군가에게는 종착지일 수 있는 대학교 즉, 학계의 성평등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학계는 여성에게 닫혀있다?


2019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에스테르 뒤플로 교수는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노벨상을 받는 여성이 적은 이유는 상을 주는 사람들이 여성을 차별하는 게 아니라, 학계의 통로가 소수계층에 충분히 열려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참고로 노벨 경제학상은 노벨상의 여러 부문 중 가장 적은 여성 수상자를 기록하고 있거든요. 에스테르 교수를 포함해 단 2명뿐입니다.

대학알리미와 교육통계서비스의 데이터를 활용해서 우리나라 대학교(4년제 일반대학)의 교원 비율로 학계를 살펴봤습니다. 2021년 우리나라 대학교 교원의 성비는 1.9 대 1입니다. 여성이 1명일 때, 남성은 2배 수준인 거죠. 정규직 교원이라고 할 수 있는 교수, 부교수, 조교수 등 전임교원에서는 그 비율이 2.9 대 1로 늘어납니다. 반면 비정규직 교원, 이를테면 겸임교수, 초빙교수, 강사와 같은 비전임교원에서는 비율이 1.4 대 1로 줄어들죠. 시간강사에서는 거의 1 대 1 수준이고요. 정규직보다는 계약직에서 여성의 비율이 높고, 계약직보다는 시간제에서 여성의 비율이 높은 상황입니다.

전임교원 안에서도 성별로 차이가 뚜렷합니다. 교수, 부교수, 조교수를 뜯어서 살펴보면, 교원의 지위가 높으면 높을수록 남성이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요. 2021년 정교수의 성비는 4.6 대 1입니다. 부교수의 성비는 그보다 나은 수준으로 줄어들죠. 여자 4,303명에 남자 9,847명으로 2.3배 정도입니다. 조교수는 더 여성의 비율이 늘어나는데, 성비는 1.8 대 1로 가장 비슷한 수준으로 가까워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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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로 살펴보면 공학계열의 교원 비율이 가장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여성 1명 대비 남성은 7.8명. 그다음으로는 자연계열이 2.6 대 1로 뒤를 이었어요. 확실히 이공계 쪽에서 남성 치우침이 확연하죠? 양적으로 동등하게 1 대 1의 비율을 보이는 곳은 교육계열과, 예체능계열이었고요. 공학 관련 과가 있는 전국 166개 대학(분교와 캠퍼스까지 포함)의 2,112개 과 중에 여성 교원이 한 곳도 없는 곳은 절반에 가까운 915개 과로 분석됐어요. 서울대조차도 2021년 현재 7개의 과에서 여성 교원이 없는 상태더라고요. 물론 이것도 과거와 비교하면 많이 발전된 겁니다. 당장 10년 전인 2011년의 상황을 보면 공학계열의 교원 성비는 24.9 대 1 정도거든요.
 

여성 이공계 학생은 늘고 있다


물론 단순히 양적 비교로 학계가 여성에게 차별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될 겁니다. 왜냐하면 애초에 공대 같은 곳은 남초라 여성보다 남성이 많으니까요. 당연히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들도 남성이 많을 거고요. 그만큼 교원에 지원하는 사람 역시 남성이 많겠죠. 그래서 과거 학부생, 대학원생 데이터까지 살펴봤습니다. 일단 학부 졸업생 자료부터 봐 볼게요. 1990년 공학계열을 졸업한 여성 학부생은 2천 명 정도였습니다. 2000년엔 그 수치가 9,176명으로 늘었고, 2020년 현재에는 19,955명 정도죠. 당연히 남자 학부생은 훨씬 많습니다. 1990년엔 남성 공학도가 2만 8천 명이 넘었고, 현재는 6만 명이 넘었으니까요. 성비를 살펴보면 1990년엔 무려 13.9까지 벌어졌지만 지금은 3.2 수준으로 감소했습니다.

석박사 졸업생도 살펴보겠습니다. 1990년의 공학 석박사 인원은 여성 158명, 남성 4,170명입니다. 남성이 여성의 26배 넘게 차이가 나던 거죠. 10년이 지난 2000년엔 그 비율이 여성 1명당 남성 11.9명으로 줄어듭니다. 작년에는 그보다 훨씬 나아져서 4 대 1 수준으로 내려왔어요. 여성 공학도의 수도 늘고 있고, 석박사 졸업생도 늘고 있는 거죠. 졸업을 했다고 하더라도 교수 임용까지 시차가 있을테니 그것도 고려해보겠습니다. 2017년 기준으로 약 7.1년이 걸린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이 데이터를 활용해서 지금으로부터 약 7년 전인 2014년 즈음의 석박사 졸업 성비와 현재의 교원과 비교해볼까요? 2014년의 석박사 졸업 성비는 여성 1명 대비 남성은 5명. 2021년 교원 성비인 7.8대 1 과는 꽤 차이나는 수치입니다. 

석사로 전임교원을 뚫는 건 사실상 어렵습니다. 그리고 과거보다 전임교원이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더 늘어나고 있으니, 이번에는 시간을 조금 더 늘려서 10년 전의 데이터를 살펴보겠습니다. 박사 졸업 성비와 현재의 전임교원 성비 데이터를 비교해보겠습니다. 2011년 공학계열의 박사 졸업 성비는 10.0 대 1입니다. 그렇다면 2021년 현재의 공학계열 전임교원 성비는? 13.6 대 1. 조금 더 엄밀하게 따져보더라도 여전히 전임교원 성비가 박사 졸업 성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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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자연계열은 이미 2000년부터 학부생은 여성이 남성을 역전했어요. 위의 그래프는 공학계열과 자연계열 학부생의 성비를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자연대는 2000년 이후부터는 여성이 더 많은 상황이죠. 물론 학과별로 보면 물리학과처럼 남성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과도 있고, 식품영양학과처럼 여성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과도 있습니다. 전체로 보면 공대와 달리 자연대는 여학생이 더 많은 상황인 거죠. 학부생뿐만 아니라 석박사도 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많이 나지 않습니다. 2020년 남녀 비율은 52 대 48 수준으로 남성이 여전히 많긴 하지만 거의 대등한 수준이거든요.

자연대도 석박사 졸업 성비와 현재 교원 성비를 시차를 두고 비교해볼게요. 7년 전, 2014년의 석박사 졸업 성비는 여성 1명 대비 남성은 1.1명. 하지만 현재 교원의 성비는 공대에 이어 두 번째로 남성 비율이 높은 2.6 대 1 인 상황입니다. 공대와 마찬가지로 시차를 늘려서 10년 전 데이터와 박사 데이터로 엄밀히 비교해보면, 10년 전 자연계 박사 졸업 성비는 1.7 대 1 수준입니다. 하지만 현재 전임교원 성비는 4.0 대 1로 차이가 크죠.

대학생의 절반은 여성인데 여전히 더 많은 비율의 남성 교원들이 존재하고 있어요. 여성 이공계 학부생과 석박사 졸업생들도 늘어나고 있지만 교원의 증가세는 더딘 상황입니다. 대학의 결정권 역시 남성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고요. 맨 처음 교원 비율에서 살펴본 것처럼 자리가 불안정한 계약직, 파트타임 업무에서는 여성의 비율이 높은 상황도 이어지고 있어요. 정부에서는 대학의 유리천장을 깨기 위해 2030년까지 여성 교수의 비율을 순차적으로 확대해서 2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의 시행령을 의결하기도 했습니다.
 

깨뜨리자 유리천장, 안되면 금이라도!


학계가 아닌 취업길에 나서도 여성 이공계인 입장에서 상황은 녹록지 않아요. 확실히 과거보다 많은 이공계 출신의 여성 졸업자가 나오고 있지만, 취업률도 남성보다 낮은 상황이거든요. 게다가 취업을 하더라도 책임자, 관리자급으로 승진하는 여성 비율은 높지 않죠. 2019년에 조사한 자료를 보면 전체 관리자의 성별을 살펴보면 여성은 10.6%에 불과합니다. 이런 유리천장에 금을 내는 것부터 시작이겠죠. 비율을 끌어올리는 데에 그칠게 아니라 근원적인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정책이 필요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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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수상자 최초의 2회 수상자 마리 퀴리, 원자핵의 껍질 구조를 연구한 마리아 메이어, 옥수수와 평생을 함께한 유전학자 바바라. 이 외에도 레터에는 소개하지 못했지만 살충제의 환경파괴를 경고한 <침묵의 봄>의 작가이자 해양생물학자인 레이첼 카슨, NASA 최초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계산원이자 우주 개발의 숨겨진 인물인 캐서린 존슨 등... 과학기술 역사에 여성이 남긴 족적은 뚜렷합니다.

물론 이렇게 특출 난 여성 과학자만을 기억하자는 건 아닙니다. 기존의 과학기술 역사에서 감춰졌던 여성 과학자들의 재평가를 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와 동시에 우리가 느끼고 있는 차별의 벽을 깨기 위한 노력을 해나가야 할 겁니다. 특출 난 것 없이 묵묵히 삶의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이 절대 다수니까요. 오늘 마부뉴스가 준비한 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과학기술계의 성평등은 어디까지 왔다고 생각하나요? 과거보다 나아진 만큼 많이 평등해진 걸까요? 아니면 여전히 갈 길이 먼 걸까요? 차이나는 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여성할당제는 필요한 걸까요? 여러분들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우리가 미쳐 놓쳤던 부분이나 함께 논의하면 좋을 이야기들이 있으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본 기사는 마부작침 뉴스레터를 편집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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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김선경, 주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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