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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중대 과제 풀어라" 숙제 낸 김정은…북한의 중대 과제는?

[취재파일] "중대 과제 풀어라" 숙제 낸 김정은…북한의 중대 과제는?

김아영 기자

작성 2021.10.05 09:1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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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연락이 됐다 안됐다 하는 사이가 있습니다. 갑자기 연락을 끊는 쪽은 정해져 있습니다. 한쪽이 잠수를 타면, 나머지 한쪽이 그래도 계속 전화를 걸긴 겁니다. 아마도, 평생 안 볼 게 아니라면 미우나 고우나 통화 정도는 하는 사이가 나을 것이라는 생각일 겁니다.

그간 그렇게 단절됐던 남북 간 통신연락이 10월 4일 복원됐습니다. 벨 소리가 울려도 수화기를 들지 않던 북한이 55일 만에 우리 측 직통전화를 받은 것입니다. 통일부가 배포한 공동연락사무소 개시 통화 영상에서 우리 측 연락관은 "오랜만이고요. 이렇게 통신연락선이 복원되어서 기쁘게 생각합니다"라며 반가운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남북 통신연락 복원 (자료화면)

그런데, 마냥 기뻐만 할 상황만은 아닙니다. 수화기를 들기 직전 북한이 매우 난해한 '숙제'를 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4일 아침 조선중앙통신사 보도를 통해 "남측 당국은 통신연락선 재가동 의미를 깊이 새기고, 남북 관계를 수습하며, 앞으로의 밝은 전도(앞날)을 열어나가는 데서 선결되어야 할 중대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중대 과제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덧붙이지는 않았는데 추가로 설명하지 않은 이유는 있었습니다. 며칠 전에 이미 다 설명한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29일 있었던 김정은 총비서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김 총비서는 당시 "서로에 대한 존중이 보장되고, 타방에 대한 편견적인 시각과 불공정한 이중적인 태도, 적대시 관점과 정책들부터 먼저 철회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가 요구하고 있는 불변한 요구이며 이것은 남북관계를 수습하고 앞으로의 밝은 전도를 열어나가기 위해서도 선결되어야 할 중대과제"라고 언급했습니다. 이 중대과제의 출제자는 다름 아닌 김 총비서인 셈입니다. 북한이 언급하는 이중적 태도는 군사 행동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결국은 미사일 발사와 같은 자신들의 행보에 남측이 '도발' 운운하지 말고, 시비 걸지 말라는 요구로 풀이됩니다.

북한 김정은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바라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런 북한의 요구대로만 움직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남한은 북한처럼 대내외 메시지가 완전하게 통제되는 사회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무력 행보에 대한 정부의 메시지는 북한뿐 아니라, 국내용 메시지이기도 하고, 대외 메시지가 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북한만 듣기 좋은 메시지를 낼 수는 없습니다.

이날 북한의 보도는 노동신문에 실렸습니다. 북한 보도가 노동신문에 실렸다는 것은 주민들에게도 공개된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반대로 노동신문에 실리지 않는다는 것은 주민들에게는 비공개로 하는 외부용 메시지임을 의미합니다.) 남북관계의 주도권이 자신들에게 있다는 것을 내부에 과시하는 측면도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입장을 바꿔 보면 어떨까요. 북한의 보도 내용에서 남북 당국 표현만 바꾸어서 그대로 옮겨보겠습니다.
"북측 당국은 남북통신연락선 재가동의 의미를 깊이 새기고 남북 관계를 수습하며 앞으로의 밝은 길을 열어나가는데 선결되어야 할 중대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다."

만약 우리 정부가 이런 입장을 발표한다면, 북한은 어떻게 반응할까요? 당장 김여정 부부장이 등장해 불쾌감을 드러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남북관계는 일방적일 수 없습니다. 남한에 중대과제가 있다면, 북한에게는 어떤 중대과제가 있을까요? 당장 많은 이들에게 처참하게 파괴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의 잔상이 남아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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