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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연평도 포격전' 영웅에게 첫 훈장…그래도 남는 아쉬움

어제(1일) 제73주년 국군의 날을 맞아 해병대 김정수 소령, 천중규·김상혁 상사가 훈장을 받았습니다. 화랑무공훈장의 김정수 소령은 2010년 연평도 포격전 당시 연평부대 포7중대 중대장이었고, 인헌무공훈장의 천 상사와 김 상사도 포 7중대 소속이었습니다. 북한의 무차별 방사포 선공에 K-9 자주포로 용감무쌍하게 맞서 싸운 공을 마침내 11년 만에 인정받은 것입니다.

연평도 포격전 당시 피탄된 K-9 자주포. 바로 저 자주포로 응사했다.
 
국방부는 김 소령의 화랑무공훈장 수훈에 대해 "2011년 1월 청해부대의 아덴만 여명작전 부대원들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라고 밝혔습니다. 만시지탄도 이런 만시지탄이 없습니다. 북한에 잡혀갔다 11년 만에 귀환한 국군 포로도 아닌데 전투 승리 11년 만에 훈장을 수여하다니요.

만약 연평도 포격전을 해병대가 아니라 육군, 해군이 치렀다면 이후 경과는 분명히 달랐을 터. 포격전 영웅에게 훈장 수여하는 데 11년이란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연평도 포격전의 현장 지휘관인 당시 연평부대장에게도 분명히 훈장이 돌아갔을 것입니다. 강하지만 작은 군, 해병대의 설움입니다.
 

김정수 소령과 포7중대 자주포 머신들

1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뒤에 숨어 연평도 포격전을 폄하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포탄이 날아오고, 피탄돼 불 타는 자주포에 올라 북한군을 향해 사격하는 것이 얼마나 큰 용기이고 헌신인지 꿈에도 모르는 이들입니다.

북한군 방사포 피탄 충격에 날아가 소나무에 박힌 고 서정우 해병의 정모 앵카
 
연평부대 기록에 따르면 포 7중대는 2010년 1월 1일부터 포격전이 벌어진 11월 23일까지 455회의 전투 배치 훈련을 했습니다. 포 7중대원 한명 한명은 눈 감고도 사격할 수 있는 자주포 머신(machine)들이었습니다. 마침 연평도 포격전은 사격 좌표가 없는, 눈 감고 싸워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7중대 자주포 머신들은 멋지게 해냈습니다.

포7중대는 도발 원점인 북한 개머리 진지 쪽을 공격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연평도의 대포병 레이더 AN/TPQ를 운영하던 타군 측에서 원점의 좌표를 잡지 못했습니다. 원점의 좌표가 없다고 맞고 있을 수 없는 노릇. 포 7중대는 하루에도 몇 번씩 전투배치 훈련을 하며 익힌 북한 무도의 방사포 진지를 노렸습니다. 피탄된 포 급히 수리해 3문으로 무도를 무차별 타격했습니다. 교범에도 없는 맞으면서 싸우는 혈전이었습니다.

2차 공격은 자주포 1문 더 고쳐서 4문이 나섰습니다. 코앞에 방사포탄 떨어지는데 불 끄고, 끊어진 케이블 연결하고, 수동조작하며 포7중대는 그렇게 싸웠습니다. 타군이 표적 좌표를 제대로 못잡아 자주포탄 낙탄 지점이 정확하지 않았지만 포7중대는 혼신의 힘을 다했습니다.
 

자주포에서 내리지 않았다

연평부대 포병들은 자주포에서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2010년 11월 23일 이후 K-9 자주포 안에서 먹고 잤습니다. 겨울 바닷바람에 자주포의 강철은 칼처럼 날카롭고 얼음처럼 차가운데 그 안에서 그들은 버텼습니다. 북한이 또 한번 쏘면 그때는 동시 반격해서 도발 원점을 지도에서 지워버릴 각오였습니다. 김정수 소령은 "우리가 선제공격하면 무도와 개머리는 전멸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라나다와 아프간에서 숱한 실전을 치른 당시 한미연합사 작전참모장 존 A. 맥도널드 장군을 연평부대를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갑자기 포탄이 날아와 옆 동료가 죽었는데 13분 후에 다시 현장에 나가 대응 사격을 했다. 쉬울 것 같나? 바깥에서는 몰라도 그 용기를 우리는 안다."

이 모든 전투를 현장 지휘한 이는 연평부대장(대령)입니다. 당시 연평부대장은 이승도 35대 해병대 사령관입니다. 북한이 포격전 이후 뿌린 삐라에 김관진 국방장관과 함께 '사형선고를 내려야 하는 역적'이라고 저주할 정도로 두려워하는 인물입니다.

2013년 북한 삐라에 이승도 연평부대장은 김관진 국방장관과 함께 북한의 역적으로 표현됐다.
 
북한도 이승도의 무공을 평가하는 판에, 우리 군 최고 지휘부는 공적심사위에서 이승도 전 연평부대장의 수훈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아덴만 여명작전, 연평해전 때와 달리 연평도 포격전의 현장 지휘관에게는 훈장을 내리지 않은 것입니다. 그나마 국군의 날 기념식이 해병대의 포항에서 열렸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김정수 소령 등도 훈장을 기대하기 어려웠습니다.

해병대는 이 정도로 만족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해병대가 언제 무엇을 바라고 강군이 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육해공군에 비해 늘 모자랐습니다. 대형 상륙수송함은 경항모에 뺏기고, 상륙공격헬기는 수리온에 넘겨주고, 훈장 인심도 박하지만 해병대는 언제나 그랬듯이 국가 전략 기동군으로서 상승(常勝)의 전통을 이어가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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