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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가 된 아빠들…"성별 아닌 필요에 따라"

<앵커>

아내가 밖에서 일하는 동안 집에서 육아와 살림을 맡아하는 남편, 이른바 주부 아빠가 크게 늘었습니다.

20만 명 가까이 되는 걸로 추산되는데, 김승필 기자가 자세히 취재했습니다.

<기자>

부산에 사는 20대 후반의 안효철 씨. 장을 봐온 과일과 채소를 다루는 솜씨가 여느 주부 못지않습니다.

[안효철/26세, 주부아빠 : 깻잎은 뿌리 부분에 살짝 물을 차게 하고, 콩나물은 이렇게 물 안에서 보관해야 더 싱싱하게 보관할 수 있어요.]

안 씨가 전업주부가 된 건 1년 전부터입니다.

둘째를 낳고 키우던 아내가 다시 직장을 다니게 된 데다, 코로나 사태가 겹쳐 준비하던 창업을 미루고 육아와 가사를 대신 맡기로 한 겁니다.

[안효철/26세, 주부아빠 : 그 당시에 저보다 아내가 훨씬 더 안정적이었죠. 수입이 안정적이었으니까 제가 집에서 창업을 준비하면서 아이들을 돌보는 게 맞겠다 싶어서.]

이들 부부는 지금 생활에 만족한다며, 성별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서로 하는 일이 달라졌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최민진/아내 : 더 필요한 사람이 일을 하고, 이제 집안 일에 있어서 더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하면 그게 더 맞다고 생각하거든요.]

뱃속에 있는 둘째 아이의 초음파 사진을 보고 있는 한 부부.

[강아란/아내 :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이유식 만드는 것부터 좀 더 배우고 하다 보면.) 그래 여보는 할 수 있어 돈 많이 벌어올게.]

아내가 첫째를 낳고 육아를 하면서 체력적인 부담과 경력 단절을 걱정할 때 남편이 먼저 역할을 바꿔보자고 제안했습니다.

[강아란/아내 : 그냥 둘 중에 조금 벌이가 나은 사람이 (일을) 하는 게 어떻겠냐 해서 제가 나가서 돈을 벌게 됐고, 또 신랑은 집에서 저를 이렇게 뒷받침해주고.]
 
평생 주부를 할진 아직 알 수 없지만 선택에 만족한다고 말합니다.

[정의현/34세, 주부아빠 : 이 시간이 너무 행복한 것 같아요, 나중에는 또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지금 현재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우리나라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대기업이 2.4%, 중소기업은 1.1%에 불과합니다.

살림이나 육아에 전념하는 아빠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주부아빠'는 지난해 초 16만 3천 명에서 올해 초 20만 명 정도로 늘었습니다.
 
취업 구조의 변화로 말미암아 성 역할에 대한 전통적 가치관이 변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윤홍식/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 이제 성별 분업 자체가 해체되고 있다. 우리 사회가 그걸 받아들이고 성별 분업이 해체된 그 전제 위에 우리 사회의 미래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영상취재 : 주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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