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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만 원이면 반성 없이도 감형?…'반성문 대필' 성행

<앵커>

'반성문을 제출했다', '진지하게 반성한다'며 피의자 형량을 법원이 깎아 주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반성문이 돈만 주면 쉽게 살 수 있다고 합니다.

전병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간단한 검색만으로 찾을 수 있는 반성문 대필업체들.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법원에 낼 A4 두 장 짜리 반성문을 써주는 대가는 9만 원.

[A 대필 업체 관계자 : 반성문 전화는 잘 주셨고. 비용은 9만 원에 해 드리고 있습니다.]

비슷한 반성문을 찍어내는 싸구려 업체에 맡기면 되레 역효과가 난다며 차별화된 결과물을 자신합니다.

[A 대필 업체 관계자 : 판사님이 봤을 때 '성의껏 썼구나'라고 해서 관심 있게 볼 수 있게끔 하는 게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가상의 범죄사실을 대충 적어 건네자, 그럴싸한 반성문이 날아옵니다.

'너무 잘못했고 면목이 없다'는 문구로 시작한 반성문.

"처벌을 받을 경우 가정이 깨질 수 있다.", "선처해주면 성실하고 건전한 국민이 되겠다." 등 판사의 마음을 움직이려는 표현이 가득합니다.

"앞 한 칸을 띄고 옮겨 쓰라"는 등의 깨알 같은 조언까지 내놓습니다.

이런 식으로 돈을 받고 법원에 낼 반성문을 대신 써주는 업체는 수십 곳.

온라인을 중심으로 성업 중인데, 돈 주고 반성문을 사면 형량을 줄일 수 있다며 파고듭니다.

[B 대필 업체 관계자 : 확실히 차이가 있어요. 안 내는 것과는 달라요.]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형을 감경시킬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로 '진지한 반성'을 두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 2019년 양형 기준이 적용된 성범죄 사건 중 70.9%가 '진지한 반성을 이유로 감형을 받았는데, 반성문도 이 '진지한 반성'에 포함됩니다.

[송기헌/민주당 의원 (국회 법사위) : 돈으로 반성까지 사는 사회에선 피해자는 두 번 울게 됩니다. 국민의 법감정에 맞지 않습니다. 반드시 보완 대책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반성문은 재판부의 주관적 참작 사유이기 때문에 무조건 형량이 줄어드는 건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도 '반성 없는 반성문'이 형량에 미칠 여지만큼은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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