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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1억 받고 '빈 액자' 보낸 예술가…작품 제목이 '돈 갖고 튀기'

[Pick] 1억 받고 '빈 액자' 보낸 예술가…작품 제목이 '돈 갖고 튀기'
미술관으로부터 작품 소재로 사용할 '현금'을 빌렸던 예술가가 약속했던 것과 전혀 다른 결과물을 내놨습니다.

현지 시간으로 28일 영국 가디언 등 외신들에 따르면, 덴마크 올보르그에 위치한 쿤스텐 현대 미술관 측은 '미래의 노동'을 주제로 한 전시를 앞두고 예술가 젠스 하닝에게 작품을 의뢰했습니다.

젠스 하닝은 권력과 불평등에 관한 메시지를 던지는 '개념 예술' 작품을 줄곧 선보여왔던 현대 미술가였습니다. '콘셉추얼 아트'라고도 불리는 개념 예술은 작품 자체보다 작품이 탄생하는 과정과 아이디어에 초점을 맞추는 예술 풍조를 말합니다.

미술관 측의 요청은 하닝의 과거 작품들을 재창조하는 것이었습니다. 2007년 하닝은 '덴마크인의 평균 연봉'이라는 제목으로, 커다란 액자에 실제 덴마크 평균 연봉에 해당하는 현금을 붙여 명시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하닝은 2011년에도 '오스트리아인의 평균 연봉'이라는 비슷한 작품을 발표하며 독특한 예술 세계를 정립했습니다.

젠스 하닝의 작품 '오스트리아인의 평균 연봉'.

미술관 측은 해당 두 작품을 제작하는 데에 쓰일 현금 84,000달러(약 9,900만 원)를 하닝에게 빌려주고, 2022년 1월까지 해당 현금을 전액 돌려받는다는 계약서를 썼습니다. 물론 작품 제작과 전시에 대한 대가로 하닝에게 3,900달러(약 460만 원)를 지급한다는 내용도 계약에 포함됐습니다.

그런데 전시 시작 이틀 전, 하닝으로부터 완성된 작품을 받아본 미술관 직원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배송된 상자 안에 아무것도 붙어있지 않은 텅 빈 액자만이 들어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닝이 액자에 붙인 새로운 작품의 제목은 바로 '돈만 갖고 도망치기(Take the money and run)'였습니다.

미술관 측은 작품 소재 용도로 빌려준 현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하닝은 "내가 실제로 돈을 갖는 것까지가 의도된 예술"이라며 완강히 거부했습니다. 그는 "내 행위는 도둑질이 아니다. 나는 계약을 위반한 것이고, '계약 위반'도 내 작품의 일부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미술관 관장 라세 안데르손 씨는 "작품을 직접 본 순간 사실 진심으로 웃었다"며 "하닝은 유머러스하게 현실을 표현하는 개념 예술가다. 그가 의도한 바를 정확히 알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우리 미술관 재정이 넉넉하지 않다. 돈을 돌려받기로 한 2022년 1월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계약 위반은 아니지만, 그때가 되어도 돈을 갚지 않는다면 법적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뉴스 픽' 입니다.

(사진='CBSSunday' 트위터, 'secession'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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