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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성(性)인지 예산'은 성(性)을 인지하고 있나요?

[사실은] '성(性)인지 예산'은 성(性)을 인지하고 있나요?

이경원 기자 leekw@sbs.co.kr

작성 2021.09.27 11:3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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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사실은] 성(性)인지 예산은 성(性)을 인지하고 있나요?
국회에 내년도 예산안이 제출됐습니다. 올해 대비 8.3% 늘어난 604조 4천 억 원으로 사상 처음 600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하지만, 대선 정국과 맞물리면서 예산안에 대한 관심이 덜 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 감시가 필요합니다.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에는 '성(性)인지 예산'이 별도 항목으로 편성돼 있습니다. 이 예산부터 살펴봤습니다. 최근 젠더 이슈가 불거지면서 성인지 예산이 여성가족부 예산이라며 논란도 있었습니다. 

성인지 예산이 정말 기존 취지에 부합해 운영되고 있는지 팩트체크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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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강조하려고 팩트체크 했습니다

성인지 예산은 예산 편성과 집행 과정에서 남녀별로 미치는 효과를 고려해, 성차별 없이 평등하게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짜여진 예산입니다. 미국과 유럽 국가 등 전 세계 70여 개국에서 시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2010년부터 도입됐습니다.

성인지 예산은 여성을 우대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예산이 남성과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재정 운영에 반영하기 위한 취지가 강합니다. 성인지 예산서와 결산서는 여가부가 아니라 기획재정부가 주무부서입니다. 기획재정부가 성인지예산협의회를 운영하는데, 여가부는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등 다른 정부 부처와 마찬가지로 위원 자격으로 참여할 뿐입니다. 

특히, 성인지 예산은 새로 책정되는 예산이 아닙니다. 정부 부처와 지자체에서 이미 잡아놨던 예산을 다시 성인지 예산으로 분류해 올립니다. 원래 있는 예산을 양성 평등 관점에서 보다 많은 국민들에게 수혜가 돌아갈 수 있게 검토하고 분석해 재분류합니다. 이 부분을 다시 강조하려는 것도 이번 팩트체크의 목적입니다.

일단 2022년도 성인지 예산안의 대상 사업은 39개 중앙부처가 제출한 341개, 전체 예산 규모는 26조 8,821억 원입니다. 지난해 대비 사업 수는 304개에서 341개로 37개가 증가했지만, 전체 예산 규모는 35조 2,854억 원에서 26조 8,821억 원으로 23.8% 감소했습니다. 여기에는 그간 성인지 예산으로 포함됐던 굵직한 예산들이 빠진 게 컸습니다. 아동수당(2조 2,195억 원), 영유아보육료(3조 3,677억 원) 등이 성인지적 측면을 고려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 올해부터 제외됐습니다.
 

그래도 너무해서 팩트체크 했습니다

그간 성인지 예산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됐다는 비판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닙니다. 성인지와 관련 없는 예산을 억지로 끼워 맞춰 '예산을 위한 예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대표적입니다. 지난 16일 기획재정부와 여가부 주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주관으로 '성인지 예산 제도 실효성 제고 방안'이 열렸는데, 성인지 예산이 기존 취지에 부합하지 않게 운영되고 있다는 공감대가 있었습니다. 제도 개선 의지도 밝혔습니다. 사실 저희 사실은팀도 문제점이 많이 지적돼왔고 과거에도 관련 기사를 썼던 터라, 이번 예산안에 대해 기계적인 비판을 반복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 정부의 성인지 예산에 대한 사실은팀의 분석 결과, 솔직히 말씀드리면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부 부처가 그간의 한계를 인정하고, 제도 개편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해도 다시 지적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대한민국의 1년 살림과 관련된 내용인데, 엄격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봤습니다. 눈에 띄는 사례 몇 가지만 추려 정리했습니다.

■ 조금만 써도 전체가 성인지 예산

새만금개발청의 <새만금간척사박물관 건립사업> 79억 7,000만 원, 문화재청의 <가야역사문화센터 건립 운영> 22억 1,500만 원이 성인지 예산으로 분류됐습니다. 

새만금개발청은 성별에 따른 편의와 안전시설 설계 및 건립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문화재청은 좀 더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합니다. 여성의 화장실 평균 이용시간이 3분으로 남성 1분 24초보다 길어 변기 수에 차등을 두겠다는 점, 남녀 화장실에 기저귀 교환대와 여자화장실에 남아용 소변기를 설치하겠다는 점 등을 들었습니다.

성별 편의시설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전체 예산 가운데 소액을 차지하는 성별 편의시설 예산 사례를 들어, 건축 및 운영 예산 전체를 성인지 사업으로 분류하는 것은 성인지 예산에 대한 착시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최근 대부분 건물은 성별 편의시설을 설치하고 있는데, 이런 논리대로라면 대부분의 건축, 토목 예산이 성인지 예산으로 분류될 수 있을 겁니다.

■ 성과 지표 살짝 바꿔서 성인지 예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토교통부의 <캠퍼스 혁신파크 조성사업> 206억 원도 성인지 예산에 포함됐습니다. 서울이 아닌 대학 내 유휴부지를 활용해 창업 및 기업 경영을 위한 산업단지를 만드는 예산입니다. 상대적으로 여성이 도심 내 취업을 선호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해 펴낸 「2021년도 성인지 예산서 분석」에서, 캠퍼스 혁신파크 조성사업에 대해 "현재의 성과 지표로는 남성과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리해 평가하기 어렵다"며 성과 목표 설정이 부적절하다고 썼습니다. 당시 쓰여진 성과 지표는 혁신파크가 단순히 얼마나 진행됐는지 퍼센트(%)로 나타낸 '사업 진척률'이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공사 진행률과 비슷합니다. 성평등 효과를 알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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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내년도 성인지 예산안에서는 성과 지표가 '신규 대상지(개소)'로 바뀝니다. 성과 지표가 '퍼센트(%)'인 사업 진척률에서 새롭게 사업으로 선정된 신규 사업지의 '갯수'로 수정한 셈인데, 이 역시 국회 예산처 지적대로 남성과 여성을 분리해 평가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캠퍼스 혁신파크 조성 사업을 비롯해 성과 목표가 부적절한 올해 성인지 예산 사업을 15개로 특정했는데, 이 가운데 12개 사업이 큰 틀의 변화 없이 내년 성인지 예산안에 다시 반영됐습니다.

■ 불특정 다수가 수혜 받으면 성인지 예산

지난해 가장 논란이 됐던 성인지 예산안은 국토교통부의 <환승센터 구축 지원>이었습니다. 국회 입법예산처는 "불특정 다수의 환승 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 전체를 수혜 대상으로 하여 특정 성별을 사업 수혜자로 구분하기 어렵다"고 평가했습니다. 환승센터 예산은 내년도 성인지 예산안에서 제외됐습니다.

하지만, 환승센터 구축 지원처럼 불특정 다수의 국민 전체를 수혜 대상으로 하면서 성인지 예산으로 재분류된 사업은 내년도 예산안에도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가령, 문화체육관광부의 <도서관 길위의 인문학> 61억 원은 "인문, 문화 분야에 성인지적 관점 도입"이라는 애매한 설명과 함께 성인지 예산으로 분류됐는데, 사업 수혜 대상자를 대한민국 인구 전체로 적어 놨습니다. 통계청의 2021년 4월 기준 인구 5,170만 2,100명이 수혜를 볼 거라는 식의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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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프로그램에 여성 이용자가 많다는 걸 또 다른 이유로 들고는 있지만, '불특정 다수의 수혜'라는 관점에서 살펴보면, 환승센터 구축 지원사업과 별반 차이를 알기 어렵습니다.

예산은 국민들에게 수혜가 돌아가야 합니다. 국민의 절반은 여성이고, 수혜의 절반은 자연히 여성에게 돌아가게 돼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식의 논리를 따른다면, 모든 예산이 성인지 예산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수혜 대상을 보다 명확하고 구체화시키는 게 필요합니다.
 

예방 차원에서 팩트체크 했습니다

저희 사실은팀이 내년도 성인지 예산안을 팩트체크 한 이유는, 사실 선거 때문입니다. 젠더 이슈는 이번 대선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가 과열되면, 급한 마음에 젠더 이슈를 지렛대 삼아 허위정보를 퍼뜨리려는 사람들이 나타날지도 모릅니다. 이미 전직 국회의원이 성인지 예산을 여가부 예산이라며 공격하기도 했고, 이런 얘기가 SNS를 중심으로 퍼져나가며 여가부 폐지론의 논거가 되기도 했습니다. 앞서 설명해드린 대로 허위정보였습니다.  

SNS 공간에서 유통되는 바이럴을 늘 예의주시하고 있는 사실은팀 입장에서는, 성인지 예산은 젠더 관련 허위정보에 매우 취약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오늘 성인지 예산 팩트체크는 혹시 모를 가능성에 대한, 예방 차원이 강합니다.

다만, 여전히 성인지 예산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은 유효합니다. 여성가족부는 최근 "성인지 예산이 여성만을 위한 예산이라는 오해를 불식시키고 성 평등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 "성인지 예산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국민들이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이게 왜 성인지 예산이고 저건 성인지 예산이 아닌지, 일반 국민들이 쉽게 납득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각 부처들이 억지로 끼워 맞춰 올리고, 기계적으로 분류하는 식으로 운영하는 건 실효성 없이 공무원 업무만 늘릴 뿐입니다.

여가부는 성인지 예산 운영 모델 개발을 위해 연구를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저희 사실은팀은 내년에도 2023년도 성인지 예산안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팩트체크하려고 합니다. 계속 챙겨보겠습니다. 시청자 분들도 함께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인턴 : 송해연, 권민선)
 
<참고자료>
기획재정부, 「2022년도 예산안」
국회 예산정책처, 「2021년도 성인지 예산서 분석」
기획재정부·여성가족부 주최 <성인지 예산 제도 실효성 제고 방안 토론회>, 2021년 9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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