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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호텔에 위기와 파국 만들어" 구청장의 수상한 지시

"그 호텔에 위기와 파국 만들어" 구청장의 수상한 지시

조윤하 기자 haha@sbs.co.kr

작성 2021.09.27 07:50 수정 2021.09.27 08:4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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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의 한 구청장이 위생과 직원들에게 관내 한 호텔에 매일 위생 점검을 나가라는 지시를 했습니다. 어떻게든 흠집을 찾아내라고 했는데, 이를 거부한 직원에게는 징계까지 내렸습니다.

구청장은 왜 이렇게까지 했는지, 조윤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2018년, 서울 중구청 위생과에서 근무하던 오 모 씨와 강 모 씨는 관내 한 호텔에 매일 위생 점검을 나가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호텔 쪽에 타격을 주라는 수상한 내용이었습니다.

[구청장 (녹취) : 일단 페널티를 000(기존 호텔 운영자) 쪽에 주는 게 맞는다고 보고. 빨리 위기와 파국을 만들어야… 법은 절대 공정하지 않아요.]

부구청장까지 나섰습니다.

[부구청장 (녹취) : 위생 검사를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자주 나가세요. 권한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지만 일단은 매일 나가시라니까요. 이 영업장을 압박을 좀 해야…]

강 씨는 심한 압박감을 느꼈다고 말합니다.

[강 씨/서울 중구청 전 직원 : '(위생 점검을) 매일 나가고, 주말에도 나가서 괴롭혀라. 자기들이 별 수 있겠느냐'라고 부구청장이 얘기를 한단 말이에요. '구청장이 지시하면 하지. 왜 안 되느냐?' 이렇게 얘기를 하는 거예요.]

왜 이런 무리한 지시가 내려진 것일까?

이 호텔은 분양형 호텔이었는데, 호텔 운영자와 개인 소유자들 사이에 임대료와 영업 신고권을 두고 분쟁이 불거졌습니다.

[강 씨/서울 중구청 전 직원 : 사람(개인 소유자)들이 구청장실에 면담 요청을 했다고, 저하고 담당자를 들어오라는 거예요, 구청장실로. 그래서 들어가 보니, 벌써 그들하고 얘기가 어느 정도 돼 있었고….]

이 다툼에 구청이 직접 개입하면 큰 문제가 터질 수 있다는 생각에 이들은 지시를 거부했습니다.

[강 씨/서울 중구청 전 직원 : 수시로 나가라고 하는 것은 결국 어떤 업소 하나를 죽이라는 얘기밖에 안 되거든요. 공무원이라고 아무나 호텔 가서 막 뒤질 수는 없잖아요.]

하지만 돌아온 것은 징계였습니다. 상관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고 성실 의무를 위반했다며 경고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들은 부당징계라며 소송을 냈고, 최근 법원은 "징계를 취소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위생 점검은 기존 호텔 운영자 측에 압박을 가하려 한 것이고, 위법한 명령에는 따라야 할 의무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양호 서울 중구청장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도 실무 담당자는 부구청장이었다"고 책임을 피했습니다.

당시 부구청장은 "민원 해결을 위한 지시였다"고 인정하면서도 "최종 결재는 구청장이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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