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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인사이트] '부스터샷' 시행에도 미국의 코로나 전망이 암울한 이유

[워싱턴 인사이트] '부스터샷' 시행에도 미국의 코로나 전망이 암울한 이유

김수형 기자 sean@sbs.co.kr

작성 2021.09.26 13:28 수정 2021.09.27 10:4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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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부스터 접종은 누가 맞을 수 있나?…원하는 사람은 사실상 '누구나'

지난 7월 코로나19 바이러스로부터 독립까지 선언할 정도로 어느 정도 코로나 통제에 성공했던 미국 바이든 정부. 그러나 델타 변이가 창궐하면서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열흘 전쯤 하루 평균 감염자 17만 5천 명까지 치솟았다가 12만 명 수준으로 다소 내려오기는 했지만, 사망자가 줄어들 기미 없이 계속 증가해 이제 하루 2천 명을 넘어섰습니다.

이런 미국에서 어제(25일)부터 화이자 코로나 백신 부스터샷, 즉 3차 접종이 시작됐습니다(모더나와 얀센은 몇 주 내로 부스터샷 결정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백악관 브리핑에서 발표했습니다). 오늘 CDC가 발표한 부스터샷 접종 대상 규정을 보면 크게 백신을 맞아야 하는(Should) 그룹과 맞아도 되는(May) 그룹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백신을 맞아야 하는 그룹은 ① 65세 이상 노인(장기 요양시설 거주자 포함) ② 50세에서 64세 사이 기저질환을 가진 사람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백신을 맞아도 되는 그룹은 ① 18세에서 49세 사이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 ② 18세에서 49세 사이 코로나바이러스에 빈번하게 노출되는 사람(의료진, 교사, 식료품점 근무자 등 필수인력)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나이를 큰 기준으로 삼아 기저질환이 있느냐와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직업이냐를 가지고 다시 분류한 것입니다. 미국 정부에서 이런 기준으로 접종 대상으로 분류한 사람은 6천만 명에 달합니다.

맞아도 되는 그룹에서 바이러스에 빈번하게 노출되는 사람을 부스터샷 접종 대상으로 정한 건 CDC 전문가 패널 결정에는 없던 내용이었는데, 월렌스키 CDC 국장이 직권으로 관련 내용을 포함했습니다. 돌파감염을 의식한 매우 이례적인 조치로 보였는데, 파우치 박사도 어제 백악관 브리핑에서 3차 접종을 하면 더 강력한 항체가 형성되고, 코로나에 감염돼도 중증으로 진행될 확률이 현저하게 더 떨어진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내용이 좀 복잡해서 부스터샷을 누가 맞을 수 있다는 건지 다소 헷갈리는데 간단하게 설명하면 맞으려고 애쓰는 성인은 누구나 맞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미국에는 약국을 포함해 접종소가 8만 곳이나 있는데, 이곳에서 누가 부스터샷 접종 대상인지 엄격하게 걸러낼 수가 없습니다. Honor System이라고 하는 자율에 맡기는 방식인데, 월렌스키 CDC 국장도 Self-attestation(스스로 입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솔직하게 설명했습니다. 이게 의사가 진단서를 발급해주는 기준에 따라 접종하는 게 아니라 그냥 본인이 말하는 대로 백신을 놔준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특히 CDC가 분류한 기저질환 리스트에 보면 현재 흡연자 말고도 전 흡연자도 포함이 되는데, 접종 전에 '저 예전에 담배 피웠는데요'라고 말하면 확인할 방법이 현실적으로 없습니다. 게다가 오늘 백악관 브리핑에서 제프 자이언츠 코로나 조정관은 백신 접종할 때 보험은 물론 신분증조차 필요 없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냥 신분증도 없이 약국에 가서 이름도 대충 적고 '저 기저질환 있어요' 말만 하면 바로 놔준다는 얘기입니다(사실 이런 질문도 안 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서류 미비자가 워낙 많은 미국의 특성 때문에 이런 고육책이 나오게 된 것이지만, 미국은 세세한 접종 추적 자체를 하려고 시도하지 않았습니다(물론 자기 이름으로 접종한 사람은 접종 기록 자체는 남습니다). 일단 문턱을 낮춰서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접종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기도 합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어제 백악관 브리핑에서 NBC 백악관 출입기자 피터 알렉산더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CDC 기준 따르지 않고 사람들이 그냥 부스터샷 맞으려고 하면 어떻게 하냐고 물어봤는데, 바이든 대통령이 "가까운 시기에 아마 모든 문을 열 것이다"고 답변했습니다. 모더나, 얀센 등도 부스터샷을 시작하는 시기가 곧 올 것이고 이를 뒷받침하는 후속 조치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으로 코로나 백신은 사실상 3차 접종을 해야 접종 완료가 되는 거 아니냐는 전망까지 미국 언론들이 내놓고 있습니다.
 

모두가 아는 코로나 확산 원인…근본적인 해결책 못 내놓는 바이든 정부

미국의 델타 변이 확산은 무섭지만, 지난해 말 미국 사회가 패닉으로 빠져들었던 때와 분위기는 다릅니다. 백신을 맞은 사람과 안 맞은 사람 모두 나름 마음의 평안을 유지하고 있다는 특이점이 있습니다. 백신을 맞으면 일단 중증으로 거의 진행되지 않는다는 건 실제 입증된 사실이기 때문에 공포에 사로잡힐 이유가 크게 없습니다. 백신을 안 맞는 사람들은 코로나 자체를 대수롭지 않게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크게 동요하지 않습니다. 이런 미접종자들은 코로나에 감염되면 죽도록 고생을 하고, 심지어 실제 사망하기도 하지만 그런 비극적인 일도 자기 선택에 대한 책임으로 보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미국의 코로나 확산을 근본적으로 저지하려면 백신을 한 번도 맞지 않은 7천만 명을 어떻게 접종할지 대책을 내놓는 것이 더 급선무입니다. 아직도 불에 탈 수 있는 바짝 마른 나무 7천만 그루가 산불이 난 산에 그대로 있는데, 이미 불이 번지지 않게 조치를 끝낸 나무들에 추가 조치를 아무리 더 해도 산불이 번지는 걸 막기가 어려운 것과 비슷한 상황입니다.

백신 저항그룹 7천만 명을 자발적인 설득으로 마음을 바꾸게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제는 강제조치 말고는 대안이 없지만, 바이든 정부는 지금까지 내놓은 강제조치도 버거워하는 분위기입니다. 연방공무원들은 물론 100인 이상 기업 종사자들도 넣어서 의무 접종을 하게 했는데, 이것도 공화당 정치인들의 집단반발과 소송전을 부르고 있습니다. 바이든 정부가 꺼낼 수 있는 다음 카드로 미국 국내선 비행기를 탑승 때도 백신 접종 기록을 제출하게 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기는 하지만, 정치적인 후폭풍이 너무 커 고려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심각해지는 코로나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일단 부스터샷으로 돌파감염이라도 최소화해보자는 계산이 깔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여전하고, 부스터샷만으로는 백신 미접종자 사이 무섭게 확산하고 있는 코로나를 저지할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부스터샷에 국가적인 에너지를 쏟게 되면 백신 미접종자들을 접종장으로 끌어내는 게 더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아프간 철군에 이어 텍사스 국경에 몰려든 아이티 난민 사태로 바이든 정부가 더 난처한 처지가 됐습니다. 사냥하듯 아이티 난민들을 몰아내려 한 국경수비대에 대한 비난도 봇물처럼 쏟아졌지만, 미국 땅에 들어온 아이티 난민들을 비행기에 태워 본국으로 강제송환한 조치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공화당은 국경 정책의 총체적 실패라고 물고 늘어지고 있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트럼프 못지않은 이민 정책에 실망한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미국 국경순찰대, 아이티 난민 과잉 단속 논란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계속 빠져서 갤럽 조사로 43%까지 떨어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에 앞선다는 여론조사들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지지율 기반이 약해지면 과감한 조치는 하기가 더 어려워집니다. 코로나를 못 잡아서 지지율이 빠지고, 지지율이 빠지니 근본적인 코로나 대응 조치는 더 못하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상황인 겁니다.
 

"더 무서운 건 불평등 바이러스" 아프리카의 유엔 총회 아우성

지난주 유엔 총회에서 아프리카 국가 대통령들은 거의 예외 없이 백신을 지원해달라고 아우성치듯이 요청했습니다. 아프리카 대륙 자체도 하루 확진자가 10만 명 넘게 나와 하루 3천 명씩 사망하고 있는데(진단검사 자체도 어려운 아프리카 사정을 감안하면 실제 코로나 발생의 절반도 집계하기 어렵지 않을까 짐작해봅니다), 백신 접종률이 4%가 안 되기 때문에 앞으로 코로나 관련 수치는 급격하게 더 나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탄자니아는 전임 대통령조차 재직 중 코로나로 사망했는데, 유엔 총회에 참석한 하산 대통령은 "모두가 안전할 때까지 누구도 안전한 게 아니라는 걸 잊는 경향이 있다"고 준엄하게 경고했습니다. 데비 이트노 차드의 대통령은 "백신을 맞지 않은 국가는 변이를 개발하는 원천이 될 것이다"고 저주하듯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나미비아의 게인고브 대통령은 아프리카의 현 상황을 '백신 아파르헤이트(악명 높았던 남아공의 인종 분리정책)'라고 표현했습니다. 백신이 부족한 아프리카 국가가 백신이 남아도는 선진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이렇게 곱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

미국은 화이자로부터 백신을 구매해 기부하는 방식으로 영향력 확대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고 톰 프리든 전 CDC 국장 등 미국 내 보건 전문가들도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에도 백신 생산 기반시설과 경험이 있는 남아공 등이 백신을 직접 만드는 게 도움이 되겠지만, 기술 이전까지 아직 갈 길이 멀고 진전도 잘 되지 않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국가 대다수는 백신을 살 돈은 물론 만들어낼 기술과 시설도 전무합니다.

코로나는 백신 빈부 격차를 더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는 앞으로 경제적인 불평등 심화로 직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백신 접종률을 어느 정도 달성하고 위드 코로나를 하면서 경제를 정상화시킨 선진국과 여전히 백신도 없이 무방비로 노출돼 경제를 사실상 세워버린 아프리카와 경제적인 격차는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유엔 총회장에서 아프리카 섬나라 세이셸의 람칼라완 대통령이 "코로나19보다 더 끔찍한 바이러스는 불평등의 바이러스"라고 일갈한 게 더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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