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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불안한 고노…'당원표'로 과반 돌파 가능할까?

[취재파일] 불안한 고노…'당원표'로 과반 돌파 가능할까?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선거 초반 판세는?

유성재 기자 venia@sbs.co.kr

작성 2021.09.20 16:3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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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레이스 시작…혼전

일본 스가 총리의 후임을 뽑는 집권 자민당의 총재선거가 오늘(20일)로 9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지난 17일 총재선거가 고시되고 후보 등록이 마감되면서 총재선거 대진표도 완성됐습니다. 17일 8뉴스에서는 자민당의 국회의원(중의원+참의원) 383명과, 같은 수만큼 배정된 당원 투표 383표의 합계로 투표가 이뤄진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그날 오후 예전부터 암투병 중이던 다케시타 와타루 중의원이 사망해 의원 표가 382로 줄었고, 이에 맞춰 당원 투표수도 1표 줄어들었습니다. 그래서 전체 표수도 766표에서 764표로 조정됐습니다.

1차 투표에서 절반 이상을 득표한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1, 2위 후보로 결선 투표를 치르게 되는데, 이때는 계산식이 조금 달라집니다. 의원 투표는 382표로 같지만, 당원표는 각 47개 광역 지자체의 자민당 지부 명의로 1표씩만 주어집니다. 그래서 결선 투표의 전체 표수는 429표가 되고, 의원 투표의 비중이 1차보다 훨씬 높아집니다.

후보 4명…성향은?

우선 후보부터 다시 볼까요. 모두 4명입니다. 고노 다로 행정개혁·백신담당상, 기시다 후미오 전 자민당 정조회장,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 노다 세이코 자민당 간사장 대행입니다.

고노 행정개혁상은 우리에게는 비교적 잘 알려져 있죠. 아베 정권에서 외무상과 방위상을 역임하고, 지난해 9월 들어선 스가 정권에서는 '도장 없애기', 칸막이 규제 철폐 등 행정 개혁을 담당했습니다. 추진력을 인정받아 현재는 백신 정책을 이끌고 있습니다. 고노 장관은 외무상 시절이던 지난 2019년 7월,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을 빌미로 수출규제 보복을 가했을 때 우리에겐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당시 전면에는 세코 경제산업상이 나섰지만, 당시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를 불러 "잠깐만요!"라며 발언을 중간에 가로막고 강한 어조로 "한국이 무례하다"며 스스로 '무례'를 범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아버지 고노 요헤이 전 관방장관이 위안부 강제 동원에서 일본 정부의 개입을 인정한 '고노 담화'의 주인공이긴 하지만, 아들이 꼭 같은 '대 한국' 스탠스를 갖고 있지는 않다는 걸 증명한 셈인데요, 고도 다로 본인이 자민당의 정권 핵심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할 일(한국 비판)은 해야 한다'는 인식을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외무상을 거쳐 방위상이 되었을 땐 일본 정부가 북쪽의 아키타(秋田)현과 남쪽의 야마구치(山口)현에 설치하려던 육상 배치형 이지스 요격 시스템(이지스 어쇼어) 계획을 중단시켜 보수 측의 반발을 사기도 했습니다. 요격 미사일의 1단 추진체(부스터)가 발사기지 주변의 민가에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모양새였죠. 고노 본인이 미국에서 대학(조지타운대)을 나왔고 샐러리맨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해 '실리'에 밝다는 이미지가 있어서 기본적으로 한국을 무조건 적대적으로만 보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고, 앞의 육상 이지스 계획 중단 사태에서도 보듯 꼭 보수의 이익만을 위해 정치를 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어찌됐든 자민당의 핵심 정치인 가운데 한 명임은 분명하므로 그가 자민당의 기본적 기조를 훼손시키면서까지 한국에 가까이 다가올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입니다.

기시다 전 정조회장은 2015년 당시 한일 위안부 합의에 서명하고 윤병세 외교장관(당시)과 함께 기자회견을 했던 그 사람입니다. 당시만 해도 아베 전 총리가 본인의 후계자로 공공연하게 인정했는데, 정작 지난해 궤양성 대장염으로 물러나면서는 스가 관방장관을 지원해 총재선거에서 고배를 마셨죠. 기시다 전 정조회장은 스스로 파벌(기시다파, 굉지회)을 이끌고 있고, 이 파벌은 자민당 내에서 비교적 온건파로 꼽힙니다. 다만 아베 전 총리의 숙원인 헌법 개정(헌법에 자위대 명기)에 찬성하는 등 기본적 스탠스는 역시 자민당 주류인 보수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은 아베 전 총리가 지지를 표명하면서 자민당 내 강경파의 지지가 모이고 있는 여성 후보입니다. 역사 교과서의 '위안부·강제동원 기술'에 끊임없이 개입하고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온 극우 성향의 정치인입니다. 아베 전 총리는 표면적으로는 다카이치의 '보수적 정책'을 높이 사서 지지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반 아베'의 대표적 인물인 이시바 전 간사장이 고노 지지를 표명하면서 1차 투표 당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고노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 큽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의 지지를 등에 업은 고노가 개혁 이미지로 당원표를 대거 획득하고, 가을 중의원 총선을 염두에 둔 지방 소장파 의원들까지 고노 지지로 몰리면 1차 투표에서 선거가 끝날 가능성이 큰데, 이걸 막기 위해서는 기시다 외에도 고노의 표를 잠식할 후보가 필요했다는 겁니다. 일단 1차 투표에서 고노의 과반 득표만 막으면 1, 2위로 결선 투표까지 가게 되고, 이 경우 반(反) 고노 세력을 일거에 연합해 보수색 강한 후보를 당선시킬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현재 기시다 전 정조회장은 그게 본인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아베 전 총리는 본인이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최대파벌(96명) 호소다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일단 다카이치를 밀고 있습니다. 고노 후보와 기시다 후보가 자민당의 세대교체와 당내 개혁을 들고 나온 것을 다카이치 후보 지지를 통해 견제하려는 의도도 강하게 드러납니다.

노다 세이코 자민당 간사장 대행은 여러 차례 총재선 도전을 선언했지만 의원 20명의 추천인을 모으지 못했다가 이번에 성공해 출마했습니다. 50세가 넘어 체외 수정으로 낳은 아이를 키우며 블로그로 일상을 전하고, 결혼하면 남편의 성(姓)을 따라가야 하는 일본의 현행 민법제도에 반대하는 등 개혁적 성향을 보이고 있지만,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헌법 개정에 동의하는 등 기본적으로는 자민당 노선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초반 판세는?

유성재 취파용
주말이 지나면서 일본 언론사들이 국회의원, 당원들을 상대로 돌린 조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일단 382표의 국회의원 조사에서는 기시다 전 정조회장이 우세합니다. 오늘(20일)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기시다 후보 지지가 30% 이상이고 그 뒤를 고노·다카이치 후보가 바짝 쫓는 형국입니다. 지난해 일찌감치 스가 옹립으로 모였던 주요 파벌들이 이번에는 '자율 투표'로 방침을 굳히면서 의원들 사이에서도 파벌의 벽을 넘어선 이합 집산이 이뤄지고 있습니다만, 기시다 후보가 이끄는 기시다파는 표 이탈 없이 견고하게 회장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호소다파 중진과 다케시타파(51명), 심지어 상대 고노 후보가 속한 아소파(53명)에서도 기시다 지지를 밝히는 의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단, 20% 정도의 의원표가 아직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상황은 변수입니다.

요미우리 신문은 지역 당원들 1514명을 상대로 지지 후보를 조사했습니다. 여기는 고노 후보가 41%로 1위를 달리고 있고, 기시다 후보가 22%로 2위, 다카이치 후보가 20%로 3위로 나왔습니다.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응답은 11%로 국회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동층 비율이 많지 않습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지역 당원들에게 인기가 높은 이시바 전 간사장이 지지를 표명한 고노 후보가 이번 조사에서 50% 이상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는 겁니다. 특히 3위 다카이치 후보가 2위 기시다 후보를 2%P 차이로 바짝 뒤쫓고 있는 상황을 보면 아베 전 총리의 지지도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만약 고노 후보가 지역 당원표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40% 선에서 멈춘다면 국회의원표까지 합산했을 때 과반 득표로 1차에서 끝낸다는 시나리오는 실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국회의원표와 지역표 양쪽에서 '고노의 발목을 잡는다'는 아베 전 총리, 즉 보수 세력의 전략이 승리를 거두는 셈입니다.

보수 성향의 산케이 신문은 오늘자 1면 제목을 아예 '결선투표 가능성'으로 뽑았습니다. 국회의원표는 대략 고노-기시다-다카이치가 3등분했다며 다카이치 후보의 비중을 높이 잡았습니다. 또 마이니치는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의 반수 이상이 다카이치를 지지하고 있다고 분석했지만, 산케이는 70%라고 분석했습니다. 아베 정권 내내 헌법 개정과 야스쿠니 참배 정당화를 주장하고 한일간 역사 갈등에서 극우·보수의 억지 주장을 여과없이 옮겨 온 산케이 신문이 아베 전 총리의 움직임에 맞춰 다카이치 지지로 자세를 잡은 것은 거의 확실해 보입니다. 지난 17일에는 다카이치 후보의 저서 광고를 3면 하단에 실었는데, 저서 광고이기는 하지만 사실상 선거 공보지와 별로 다를 게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17일 산케이 신문 3면 하단 광고. 다카이치 의원의 저서를 소개하면서 '제100대 일본 총리는 여성!'이라며 다카이치를 한껏 띄우고 있다. 다카이치 이름 위에는 '제1위'라는 문구도 크게 보이는데, 자세히 보면 전국 기노쿠니야서점의 9월 첫째주 신간 서적 가운데 1위라는 설명이 작게 적혀 있다.

앞으로의 변수는?

기시다파를 제외한 당내 파벌들의 '자율 투표' 방침에 따라 의원들의 '헤쳐모여' 움직임이 이번 주에 수면 아래에서 극심할 것으로 보입니다. 자민당 소속 중의원들은 총재, 즉 총리가 결정된 후 길어도 한 달 반 안에는 본인의 선거를 치러야 합니다. 다카이치 후보를 밀고 있는 아베 전 총리 등 자민당 '원로' 들은 고노·기시다 후보의 '세대교체론'을 견제하고 있지만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대로는 안된다'는 기류가 강합니다. 한마디로, '다카이치 총리'로는 정작 본무대인 총선에서 이기기 어렵다는 인식입니다. 세대교체를 내세워 당내의 이런 개혁 세력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려는 고노 후보측의 노력이 어느 정도 국회의원표를 모을 수 있을지가 일단 주목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40%대 초반으로 나온 당원 지지를 더욱 끌어올려 원외에서 원내를 압박하는 모양새가 필요합니다. 당원들은 이렇게 개혁 의지가 있는데, 의원들이 당내 정치 투쟁에 휘말려서야 되겠냐는 여론을 일으키는 게 중요합니다.

기시다 후보는 의원 지지 1위의 여세를 몰아 '그래도 고노는 좀...'이라는 중간 의원층 공략에 힘쓸 것으로 보입니다. 당원 지지가 22%로 고노 후보에 비해 19%P나 밀리지만 어쨌든 1차 투표에서 고노 당선만 막는다면 의원표 비중이 한층 높아져 역전승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다카이치가 3위로 결선 투표에 나오지 못하게 되면 고노-이시바 연합 견제에 나설 수 밖에 없는 다카이치 지지세력을 모두 '기시다표'로 규합할 수 있다는 계산이죠. 다카이치를 밀고 있는 아베 전 총리도 머릿속으로는 어쩌면 이 전략을 염두에 두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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