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여성의 이름은 펑린. 22세의 중국 여대생이다.

펑린은 지난 12일 이 대학의 이번 학년도 개학식에 재학생 대표연설자로 나섰다. 영상은 바로 그 연설을 담고 있는데, 중국 공산당과 시진핑 총서기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는 내용이다.
![[뉴스쉽] 펑린, 2021 중국촨메이대학 개학식 대표연설 충성맹세](http://img.sbs.co.kr/newimg/news/20210917/201593139.gif)
시진핑 연설을 천안문 광장 근거리에서 들었다는 건, 지난 7월1일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100주년 기념식에 청년학생 대표로 나와 공산당에 대한 충성맹세를 했던 때를 말한다. 중국에선 이미 유명인사인 셈이다.
![[뉴스쉽] 펑린, 공산당 100주년 행사 충성서약 (천안문 광장)](http://img.sbs.co.kr/newimg/news/20210917/201593141_1280.jpg)
중국에선 시진핑 1인 지배가 점점 더 강화되어 가고 있다. 별다른 반발도 외부 관찰자들에게 감지되지 않는다. 오히려 애국주의에 물든 청년들 사이에선 공산당의 영도를 따라 중국몽을 실현하자는 열기가 높다. 펑린 충성맹세 영상의 인기는 그런 흐름을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현상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시 황제' 소리를 듣는 시진핑은 중국을 어디로, 어디까지 끌고 가려는 것일까?
'시진핑 사상' 교육 강화…홍색 정풍운동이 휩쓰는 2021년 중국
중국 국가교재위원회는 지난24일 기자회견을 열고, "당 중앙의 요구에 따라" 시진핑의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교과서에 실어 초등학교에서 대학원에 이르기까지 가르칠 것이라고 밝혔다. 위원회는 "시진핑 사상을 심도 있게 학습하는 것은 전 당원과 전 국민의 첫 번째 정치 임무"라며, 중국식 사회주의 발전을 위해 "시진핑 사상을 활용해 학생들의 두뇌를 무장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올해 중국에선 많은 연예인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단속의 철퇴를 맞았다. 탈세나 성범죄 등 불법 부도덕 행위로 물의를 빚었다거나, 서구 국가의 국적을 갖고 있다거나, 출연료나 광고료로 지나치게 많은 돈을 받았다거나, 또는 그 외의 알 수 없는 이유로 여러 스타 연예인들이 사라지거나, 퇴출 경고를 받고 몸조심 모드에 들어갔다.
![[뉴스쉽] 중국-퇴출됐거나 거론중인 연예인들-리롄제 정솽 자오메이 크리스](http://img.sbs.co.kr/newimg/news/20210917/201593158.gif)
'당과 국가와 한마음 한 뜻 아닌 사람' 출연 금지
공산당은 팬클럽 활동에 대한 규제도 강화했다. 중앙인터넷 안전정보화위원회 판공실이 8월27일 '무질서한 팬덤에 대한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는 미성년자가 연예인을 응원하기 위해 돈을 쓰는 것, 연예인 팬클럽끼리 온라인에서 욕을 하는 것 등을 금지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가수 음반도 1인당 1장씩만 살 수 있도록 했다. 하필이면 최근 신보를 발매한 블랙핑크 리사가 K-pop 아티스트 가운데 첫 적용대상이 되게 됐다.
지난 6일 중국의 트위터에 해당하는 SNS 웨이보는 BTS, 엑소, 아이유, 블랙핑크 등의 팬클럽 계정을 30일간 정지했다. BTS 멤버 지민의 팬클럽 계정은 60일 정지를 당했다. 팬들이 돈을 모아 지민의 얼굴과 생일 축하 메시지로 제주항공 비행기를 뒤덮은 사진이 계기가 됐다. 팬들은 미국 뉴욕타임스, 영국 더타임스에도 축하 광고를 실을 예정이었다.

'사회적 거버넌스'와 '정치적 안정'이라는 문구는 팬클럽 규제에 나선 중국 공산당의 진짜 속내를 보여준다. K팝 팬클럽들은 그 나라 주류 정서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들끼리 강한 유대를 갖고 활동을 벌이는 데에 능하다. 교과서까지 만들어가며 시진핑 사상을 학생들 머리에 주입하겠다는 중국 공산당이, 반발의 싹이 될 수 있는 그런 민간조직을 활개치도록 놔둘 리 없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트럼프와 바이든이 맞붙었던 지난 대선에서, K팝 팬클럽들이 조직적으로 트럼프의 선거운동을 방해한 사례도 있다. 트럼프의 유세장에 참석 예약을 했다가 막판에 한꺼번에 '노쇼'함으로써 행사장이 텅 비게 만든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이런 현상들을 유심히 지켜보아 왔을 것이다.

홍색 정풍운동…'공동부유'의 사회-정치적 환경 조성
"공동부유(共同富裕)는 사회주의의 본질적 요구이며, 중국식 현대화의 중요한 특징이다. 질 높은 발전 속에서 공동부유를 촉진해야 한다."
중앙재경회의는 시진핑 주석이 7월30일 공산당 정치국 회의에 참석한 후 18일만에 처음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자리였다. 중국에서는 그 사이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가 열린 것으로 보고 있다. 베이다이허는 수도 베이징 동쪽의 해변 휴양지로, 매년 여름 중국 공산당의 최고위층 인사들이 이곳에 모여 비공개로 국정 주요 현안을 논의한다.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이 이곳에서 수영하기를 즐겨서 생긴 전통이다.
![[뉴스쉽] 베이다이허 수영 즐기는 마오쩌둥과 덩샤오핑](http://img.sbs.co.kr/newimg/news/20210917/201593167_1280.jpg)
![[뉴스쉽] 공동부유- 공산당지도부가 구체화한 내용](http://img.sbs.co.kr/newimg/news/20210917/201593170_1280.jpg)
'함께(共)'냐 '먼저(先)'냐…'공동부유'를 향한 노선투쟁의 역사
반면 공산혁명을 통해 건국된 사회주의 중국에서는 다같이 잘 사는 세상으로 가는 길을 공산당이 이끈다. 공산당은 우리가 대한민국이나 미국이나 일본에서 보는 그런 정당이 아니다. 국가와 사회의 모든 단위를 '지도'하는 엘리트 조직이다. 중국 헌법은 "중국공산당의 영도는 중국식 사회주의의 가장 본질적인 특징"이라고 규정한다.
공산당을 조직하고 농민혁명으로 사회주의공화국을 세운 마오쩌둥의 노선은 분배 우선의 '공부론(共富論)'이었다. 미국 영국 소련을 능가하는 생산대국을 만들어 인민을 고르게 잘 살게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극좌파적 방식을 밀어붙인 게 비극이었다. 마오의 치하에서 수천만 명이 굶어 죽었고, 중국 경제는 20년 이상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선부론'과 개혁개방으로 경제 살려낸 덩샤오핑

부자는 늘었지만 빈부격차 커진 중국
소득불평등의 정도를 보여주는 '지니 계수(Gini coefficient)'라는 지표가 있다. 지니계수는 0부터 1까지의 수치로 표현되는데, 값이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하고 '1'에 근접할수록 불평등하다는 의미다. 보통 지니계수가 0.4 이상이면 사회 불안을 야기하고, 0.5 이상이면 폭동과 같은 극단적 사회 갈등이 초래될 수 있다고 본다.
중국은 2002년부터 10년간 지니계수를 별다른 이유 없이 발표하지 않았다. 2017년 이후에도 공개적으로 발표하지 않아서 중국 관찰자들이 애를 먹는다. 개혁개방 초기였던 1984년 중국의 지니계수는 0.227이었다. 2019년 지니계수는 0.495로 알려졌다. 35년 만에 2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이 수치마저 축소됐다고 믿는 중국인들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의 지니계수는 통계방식에 따른 논란이 있지만 OECD 평균 수준이다.
![[뉴스쉽] 중국 지니계수- 소득 불평등 그래프](http://img.sbs.co.kr/newimg/news/20210917/201593173.gif)
시진핑, 집권 초부터 '소득분배 개선' 언급
사실, '공동부유'는 시진핑이 처음 쓴 말이 아니라 덩샤오핑 치하에서 나온 개념이다. 1992년 중국공산당 14차 당 대회에서 통과된 당장(당의 헌법) 수정안에 처음 등장했다. 1992년이면 덩샤오핑이 '남순강화'를 하며 개혁개방을 지휘하던 시절이니 당연히 그의 승인을 받았을 것이다. 2012년 11월 시진핑이 당 총서기에 취임할 때, 자리를 물려주던 후진타오가 "전체 인민의 공동부유를 점진적으로 실현하고, 부강·민주·문명·조화로운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건설해야 한다"고 과제로 제시하기도 했다.
시진핑은 집권 초기부터 소득분배 개선을 정책 목표에 포함시켰다. 공산당 총서기 시진핑은 2013년 3월에는 국가 주석직에 오르는데, 그 한달 전에 발표한 소득분배 개혁방안에서 2020년까지 가계 실질소득을 2010년의 2배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분배 구조를 '피라미드형'에서 '올리브 형(타원형)'으로 전환시키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 '올리브 형' 소득분배구조는 올해에도 공산당이 언급한 바 있다.
시진핑은 2015년부터는 공개 발언에서도 부의 재분배를 강조한다.
![[뉴스쉽] 시진핑 발언 on 공동부유 (2015)](http://img.sbs.co.kr/newimg/news/20210917/201593174_1280.jpg)
마오 계승하는 시진핑…덩샤오핑 지우려는 행보?

"개혁개방 이후의 역사적 시기로 개혁개방 이전의 역사적 시기를 부정할 수 없고, 개혁개방 이전의 역사적 시기로 개혁개방 이후 역사적 시기를 부정할 수 없다."
사회주의 중국의 발전을 위해서, 마오쩌둥과 덩샤오핑 둘 다 당시로서는 필요한 일을 했다고 본 것이다.
변증법적 역사관에 따르면 역사는 정(正, 어떤 것이 기존에 유지되어 온 상태)- 반(反, 앞선 것을 부정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 합(合, 정과 반 모두에서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하여 극복하고 초월함)을 거치며 나아간다. 시진핑의 행보를 보면, 마오쩌둥을 정(正), 덩샤오핑을 반(反)으로 보고, 자신이 두 지도자의 합(合)으로서 새로운 100년의 번영을 공고히 하는 지도자가 되려는 것으로 보인다.
![[뉴스쉽] 시진핑-공동부유-저울 그래픽-마오쩌둥과 덩샤오핑 사이 노선설정](http://img.sbs.co.kr/newimg/news/20211001/201596774.gif)
공산당 고위간부도, 공동부유를 내건 일련의 기업 규제가 마오 시절을 연상시키는 부자 떄려잡기로 오해받지 않도록 선을 긋고 나섰다. 한원슈(韓文秀) 중앙 재경판공실 부주임(장관급)은 8월26일 '중국공산당의 역사적 사명과 행동가치'라는 제목의 문건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공동부유론에 대한 구체적 해설을 제공했다. 시진핑이 공동부유를 새 국정철학으로 공개천명한지 열흘이 채 안된 시점이다.
![[뉴스쉽] 한원슈, 공동부유는 부자 죽여 가난한 자 나눠주는 것 아니다](http://img.sbs.co.kr/newimg/news/20210917/201593192_1280.jpg)
한원슈 부주임에 따르면 공동부유는 "획일적이고 평균주의적인 '똑같이 잘살기'가 아니다." 이런 말도 덧붙였다. "(공동부유는) 먼저 부를 쌓은 사람이 나중에 부를 쌓는 사람을 이끌고, 도와야 한다"는 것이지만 "의롭지 못한 부자를 죽여 가난을 구제하는 '살부제빈(殺富濟貧)'은 아니다." 다만, 중국 당국이 부자 증세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지난달 중순 관영 언론들은 부동산 보유세와 상속-증여세, 자본이득세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전문가 기고를 잇따라 실었다. (중국은 아직 상속세가 없으며 부동산 보유세도 일부 도시에서만 시범적으로 시행 중이다.)
일부 업종만 대상으로 하는 규제?…문제는 방식
대표적인 것이 사교육 규제다. 중국 정부는 지난 7월24일 의무교육 단계 학생들의 입시 사교육을 전면 금지했다. 중국의 사교육 시장 규모는 1000억달러(115조원)로 평가받는다. 전격적인 규제로 관련기업들은 주가가 반토막나고 증시 전체가 출렁였으며 교육관련 기업의 직원과 강사들이 무더기로 해고됐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 5월 사교육 산업 규제를 지시하긴 했지만 사교육 산업 자체를 사실상 금지하는 고강도 규제 폭탄이 떨어질 것을 예견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계층에선 화끈한 조치에 박수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대입 과열경쟁을 부르는 구조는 바뀐 것이 없다.
공산당도 단순히 서민층만 보고 이런 조치를 취한 건 아니다. 공산당은 교육산업이 지나치게 커져 당의 통제를 벗어나는 상황, 중국 교육시장에 들어온 블랙 록 등 외국 자본이 산업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을 미리 차단하려 한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최근 중국 당국의 규제 철퇴를 맞은 대형 플랫폼 기업들도 대부분 이런 이유에 해당된다. 고객관련 데이터를 너무 많이 쥐고 시장을 사실상 독점한 경우, 해외증시에 상장된 경우다. 중국판 우버라 할 수 있는 차량호출 앱 디디추싱이 대표적이다. 반면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제조업 베이스의 성장산업은 여전히 적극 육성하고 있으므로 중국 경제 전체로는 큰 부담이 안된다는 시각도 있다.
문제는, 이런 식의 규제가 민간 경제의 활력을 해치게 된다는 것이다.
지난 8월 30일에는 게임 업계가 폭탄을 맞았다. 청소년은 월∼목요일에는 게임을 해서는 안 되며, 금∼일요일과 공휴일 오후 8∼9시 1시간씩만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규정이 전격 발표됐고, 게임 관련 업계와 투자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이런 식으로 어느날 무슨 규제 폭탄이 터질지 모르니, 기업들은 당의 눈치를 보고 움츠러들 수 밖에 없다. 미중 대결로 외부로부터의 혁신 요소 유입이 갈수록 차단되는 가운데 중국 내부에서 기업의 활력이 떨어진다면 중국 경제의 성장에도 좋을 것이 없다.
![[뉴스쉽] 중국 소매판매증가율 하락 -식어가는 중국 소비 경기](http://img.sbs.co.kr/newimg/news/20210917/201593178.gif)
민간 소비 경기를 보여주는 중국의 소매판매 증가율은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의 산발적 재확산, 미국의 견제 등으로 인해 계속 떨어지는 중인데, 소비여력이 충분한 계층이 '공산당에 찍히면 안된다'는 두려움 속에 지갑을 닫는 것도 중국경제의 제약 요인이다.
'공동부유' 강력한 드라이브…왜 지금?
우선은, 이 문제에 정치력을 집중할 수 있는 시기가 되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집권 초기에는 당내 경쟁자들을 제거하고 권력을 집중시키는 작업에 주력해야 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전쟁을 선포하고 나선 뒤에는 미국의 전방위적 공세를 맞받아치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그리고는 코로나19가 터졌다.

공동부유를 위해서는 나를 따르라…황제식 장기집권 나서는 시진핑
전환기에 서 있는 거대한 국가를 효율적으로 통치하려면 한 사람에게 권력을 집중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고대 로마에서도 있었으며, 동서고금에서 끊임없이 반복되어 왔다. 2천년 전 로마에서는 바로 그런 논란 속에 카이사르가 공화주의자들에 의해 살해됐고, 후계자인 옥타비아누스가 초대 황제가 되어 제정 시대를 열었다.

마오쩌둥 통치의 폐해를 경험한 덩샤오핑 이후의 중국 지도부는 1인 지도자의 황제식 장기집권을 막기 위해 여러가지 안전장치를 만들었다. 시진핑은 공동부유 달성을 명분으로 내걸고 그런 장치들을 하나하나 무력화했다. 그리고는 세계를 상대로 목소리를 높인다.
'중국식 모델이 더 유능하다. 실패를 거듭하며 약해지는 미국과 달리 중국이 일군 성과가 그것을 증명한다. 서구의 모델을 우리에게 강요 말라. 중국의 핵심이익을 저해하는 그 누구라도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차기 정권은 그런 시진핑 3기 정권을 상대해야 한다.
(구성 : 이현식 선임기자, 장선이 기자, 김휘란 에디터 / 디자이너 : 명하은, 박정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