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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EYE] 저도 한번 해봤습니다…제발 하지 마!

역시 안 되네요…헛공약의 대가 너무 크다

[깊은EYE] 저도 한번 해봤습니다…제발 하지 마!
'아이고! 저거 또 뻔한 장면 나오겠구나.'

아니나 다를까. TV에서 여행 다큐 진행자가 "저도 한번 해보겠습니다."하더니 현지 주민이 정교하게 다루던 음식 쟁반을 낚아채고선 어설프게 따라하다가 쟁반에 있던 음식물을 실수로 쏟아버리고 만다.

그 사람들에게는 아주 소중한 몇 끼가 될 음식인데, 방송의 유희를 위해 음식물의 절반을 못 쓰게 만든 것이다.

여행이나 다큐 프로그램을 보다보면, 제작PD나 내레이터가 방송의 재미 요소를 더하기 위해, 현지인의 숙련된 행동을 따라 해보는 장면이 꼭 나온다.

당연히 잘 할 리가 없다. 되지도 않는 동작으로 따라하다가 음식이나 생활용품을 못 쓰게 만들거나 농작물과 농기계를 망가뜨리는가 하면, 남의 소중한 가축을 화나게 하는 장면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의도는 안다. 그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주는 방법으로 상대를 칭찬하고, 방송의 재미와 분량을 늘리겠다는 거다. 그런데 의도와는 달리 시청자들은 너무 자주 반복되는 뻔한 시나리오에 재미를 느끼기는커녕 피로감이 쌓인다.

"제가 한번 해보겠습니다."란 말이 나올 때마다 '저거 하지 말지. 저 사람들에게 폐가 될 건데.'하는 마음이 불현듯 생긴다. 동시에 '맛집 프로그램'에서 국민 모두를 배우로 만든 그 흔한 '맛난 표정연기'를 억지로 봐야하는 느낌까지 받는다.

"아 역시 저는 안 되네요. 이 분들 대단하시네요."

예외 없이 터지는 '한탄' 멘트는 안 될 걸 진작 알았던 시청자로 하여금 부아가 나게 만든다. 숙련된 기술은 고된 노동과 오랜 시간의 대가다. 그것을 단번에 해내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국회 외경

그런데 요즘, 뻔한 스토리 전개로 식상함을 부르는 건 이런 방송 프로그램뿐만이 아니다. 조금 비약이긴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나오고 있는 정치인들의 행동이나 정책들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게 된다.

젊은 층 혹은 유행에 부응한다며 각종 SNS에 올리는 유치한 포즈도 그렇고 속이 빤히 보이는 퍼포먼스 역시 식상함을 자아낸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생산되는 자극적인 입법안이나 정책은 또 어떤가. 뻔한 결말이 예상되기에 실소가 절로 난다.

새로운 미래 비전으로 국민을 기대감에 설레게 하는 정치적 퍼포먼스는 대한민국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지키지 못할 공약을 내놓으며 "저도 한번 해보겠습니다."라고 한 뒤 "역시 안 되네요."라고 말하는 것에 지쳤다. 여행다큐 진행자의 어설픈 시도는 시청자의 짜증유발에 그치지만, 국가 지도자들이 그러면 나라가 망가진다.

힐링을 위해 보는 여행 다큐에서도, 국가의 운명을 건 정치에서도, "이건 제가 잘하는 겁니다. 오랫동안 갈고 닦았습니다. 새로운 걸 보여 드릴게요."하면서 기대감과 감탄을 자아내는 주인공을 갈망해 본다.

(고철종 논설위원의 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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