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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에서 '페미니즘' 묻더니 "표정 보게 마스크 벗어라"

<앵커>

면접을 보러 온 지원자한테 뜬금없이 페미니즘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얼굴 표정을 보겠다면서 마스크까지 벗어보라고 한 회사가 있습니다. 이것을 포함해서 면접 보는 내내 업무와는 상관없는 질문만 이어졌다고 합니다.

이 내용, 조윤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A 씨는 한 무역회사 마케팅 부문에 지원해 서류에 합격하고 지난주 면접을 봤습니다.

그런데 황당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A 씨/면접 응시자 : '페미니즘에 대해서 의견을 말해주세요'라고 할 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할 때만 마스크를 좀 벗어주실 수 있겠냐. 얼굴 톤을 보고 싶다'라고….]

면접관이 '페미니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는데, 얼굴 표정을 보겠다며 마스크까지 벗으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A 씨/면접 응시자 : '저희가 유리 너머에서 듣겠습니다. 보세요, 창문 열었습니다. 저희 다 백신 맞았습니다' 엄청나게 계속 그런 말을 하는 거예요. (마스크) 벗으라고. 제 얼굴을 보겠다고.]

A 씨는 면접 내내 업무와 무관한 질문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페미니즘에 대한 생각을 주변 남성에게 얘기했을 때 공격받은 적 없냐는 말이 돌아왔고, 또 남자와 여자의 체력은 다르다고 생각하는지, 유리천장은 있다고 생각하는지 등의 질문이 이어졌다고 합니다.

[A 씨/면접 응시자 : '이 사람들이 나를, 내가 이 일에 적합한 사람인지 뽑으려고 나를 부른 게 아니구나' 이런 느낌이 들었어요.]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는 채용 과정의 성차별을 줄이기 위해 직무 수행과 상관없는 질문을 하지 않도록 교육하고 있습니다.

[배진경/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 외부에서 누군가를 갖다가 채용을 할 때, 그런 식의 문제 제기를 할 사람인지 안 할 사람인지를 걸러내고 싶은 거예요. 이건 이걸 면접자를 조롱한 거라고밖에 생각이 안 돼요.]

회사 측은 마스크를 내리라고 요청한 것은 지원자 본인 여부를 확인하기 위함이었으며, 페미니즘에 대한 질문은 남녀 지원자 모두에 했고 불쾌감을 느낀 지원자가 있다면 사과할 용의가 있다고 밝혀왔습니다.

지난해 채용 면접에서 성차별적인 질문을 해 논란을 빚은 동아제약이 공식 사과하기도 했지만, 채용 과정에서의 부적절한 행위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용우, 영상편집 : 김종우, CG : 엄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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