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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파업 피했지만…노사 갈등 '뇌관' 남아

서울 지하철 파업 피했지만…노사 갈등 '뇌관' 남아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사가 파업 직전 마지막 교섭에서 잠정 합의를 이뤄내면서 최악의 파업 상황은 면하게 됐습니다.

노조는 어제(13일) 밤 11시 40분쯤 임단협 본교섭 타결 소식을 알렸습니다.

어제 오후 3시쯤 교섭을 시작한 지 8시간 30여분 만에 어렵게 합의점에 도달해 마라톤협상을 끝냈습니다.

하지만 아직 잠정 합의인 데다 공사가 처한 역대 최악의 재정난을 타개할 돌파구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구조조정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에 따르면 노사는 최종 교섭에서 "재정위기를 이유로 강제적 구조조정이 없도록 하고, 노사공동협의체를 구성해 안전 강화 및 재정 여건 개선을 위한 경영 정상화 방안을 진행토록 한다"는 데 합의했습니다.

핵심 쟁점인 구조조정과 관련해 일단 사측이 한발 물러선 모양새입니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과의 합의안에 '강제적 구조조정이 없도록 한다'는 문안이 추가되면서 합의된 것"이라며 "서울시 의중도 반영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공사 측은 "노사 모두 재정난 해소를 위해 공익서비스 비용의 국비 보전은 꼭 필요하다고 공감하는 만큼, 앞으로도 상호 양보와 협력의 모범적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위기 상황을 함께 헤쳐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교섭은 중단과 실무진 논의, 속개를 2차례 반복했는데, 막판 합의가 이뤄진 데는 정의당 심상정·이은주 의원의 역할이 작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막바지 교섭 재개 직전 두 국회의원이 노사 대표를 찾아 국회에서 추진 중인 무임수송 국비 보전 관련 논의 내용을 설명하면서 양측에 전향적인 태도를 당부했다고 노조 측은 전했습니다.

이에 공사 재정난의 주요 요인인 공익서비스(무임수송) 국비 보전 문제를 정부에 적극적으로 건의하기로 하면서 사측이 구조조정안을 일단 유보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실제로 교섭 중 두 번째 정회 시점까지 별다른 진전이 없다가 결국 두 국회의원의 방문으로 국면이 전환되면서 최종 합의안이 도출됐습니다.

노사가 일단 합의에 성공하면서 오늘(14일) 오전부터 돌입할 예정이던 지하철 파업은 일단 철회됐습니다.

하지만 구조적인 문제는 속 시원히 해결되지 않아 갈등의 뇌관이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이번 노사 갈등의 주요 배경은 지난해 1조 원을 넘어선 공사 적자와 그 적자의 큰 줄기인 무임수송 등 공익서비스 제공 비용이었습니다.

공사는 최근 5년간 무임승차로 연평균 3천368억 원의 손실을 봤습니다.

적자가 커지면서 정부는 서울시와 공사에 경영 합리화를 요구했고, 서울시·공사가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안을 제시하자 노조 반발과 파업 결의로 이어진 것입니다.

사측이 일단 '강제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하면서 파업 시계는 멈췄지만, 재정난 타개를 위한 정부 지원 등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으면 파업 카드가 다시 나올 수 있다는 우려 섞인 관측이 나옵니다.

심상정·이은주 의원이 앞장서서 국회 논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기획재정부 관련 예산 심의와 국비 보전의 근거가 되는 법제화 문제 등이 산적해 있어 국비 지원이 실제로 이뤄지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무임수송 손실이 계속 발생하는 상황에서 고령화에 따라 수혜자는 늘어가고 있으며, 코로나19 사태가 호전되지 않아 공사의 뚜렷한 수익성 개선이 난망한 상황입니다.

공사의 한 관계자는 "재정난 타개 등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파업을 미룬 것밖에 안 된다"며 "언제라도 다시 문제 될 수 있는 상황이어서 무임수송 비용 보전 등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와 국회 논의가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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