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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제 취미는 버섯 따기입니다"

[인-잇] "제 취미는 버섯 따기입니다"

이보영│전 요리사, 현 핀란드 칼럼리스트 (radahh@gmail.com)

SBS 뉴스

작성 2021.09.12 11:00 수정 2021.09.12 11:1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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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취미는 버섯 따기입니다"

몇 년 전 미스 핀란드로 뽑힌 핀란드 최고 미녀의 독특한 취미 생활이 우리나라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미스 핀란드는 당당하게 자신의 취미가 '버섯 채집'이라고 밝혔다. 핀란드에서 버섯 따기는 성인 3명 중 1명이 즐기는 인기있는 취미이다. 핀란드가 국토의 2/3 이상이 숲으로 채워져 있고 숲에서 자라는 야생 버섯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해마다 가을 버섯 제철이 되면 사람들은 삼삼오오 숲으로 버섯을 따러 나선다. 핀란드에선 누구나 자기 땅이 아니더라도 야생에서 자란 베리나 버섯을 채집할 수 있다.

과거에 핀란드 사람들이 야생 버섯을 많이 채집했던 건 식량이 부족해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서였다. 현재엔 다른 이유 때문으로 전통을 이어 간다는 측면 외에 신토불이, 천연 식품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최근 기성세대뿐만 아니라 젊은 층 역시 SNS로 자신이 딴 버섯을 자랑하는 것이 유행일 정도이다.

핀란드 일간지에서 다룬 핀란드 인들이 SNS에 올린 자신이 딴 버섯 사진. (사진=Iltasanoamt 온라인 뉴스 캡쳐)
버섯도 버섯이지만, 버섯 채집은 같이 길을 나선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정을 쌓고 자연속 에서 심신을 치유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채집을 할 때 대부분 사람들은 손에 비슷한 모양의 바구니를 들고 가는데, 소나무 껍질로 만든 핀란드 전통 바구니 '파레코리'(pärekori)이다. 파레코리는 공기가 잘 통해 갓 딴 버섯을 운송, 보관하는 데 가장 적합하다.

핀란드 전통 바구니 '파레코리'(parekori)
버섯 채집에 또 필요한 것이 솔이 붙은 '전용 칼'로 이 솔로 버섯을 털어낸 후 조심스럽게 바구니에 담는다. 버섯은 보통 물로 씻지 않고 솔로 털어낸 후 그대로 조리한다. 버섯 채집 후 모닥불을 피워 즉석에서 버섯을 구워 먹기도 하는데 갓 딴 버섯구이는 웬만한 고기보다 훨씬 맛있다.

이렇게 무리 지어 버섯을 따러 다니는 또 하나의 이유는, '버섯 따기'가 다소 위험한 취미생활이기 때문이다. 식용버섯 가운데 독버섯을 구별하기 위해선 다수의 의견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 유명한 '생존왕 베어 그릴스'조차 독버섯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배가 고파도 버섯은 절대로 캐서 먹지 않고 땔감으로 쓸 정도이다. 그럼에도 핀란드에선 가끔씩 독버섯을 먹고 숨진 사람들의 뉴스가 보도되고는 한다.

핀란드에서 자라는 가장 독성이 강한 치명적 버섯은 독우산 광대버섯(핀란드어: Valkokärpässieni)이다. 새하얀 색깔에 수수하며 청초한 천사 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 '죽음의 천사'라고 불린다. 청산가리보다 수십배 강한 독이 있어 1개만 먹어도 사망에 이를 정도이다. 유럽엔 "어떤 버섯은 평생 단 한 번만 먹을 수 있다"는 말이 있는데 바로 이와 같은 독버섯을 에둘러 가리키는 말이다. 하얀 버섯 중에 유독 치명적 독버섯이 많아 핀란드에선 하얀 버섯을 되도록 따지 않는 게 원칙이다.

청산가리 수십 배 독, '죽음의 천사'라고 불리우는 독우산 광대버섯. (사진=위키디피아)
이런 독버섯을 피하기 위해 통상 버섯을 발견한 뒤 버섯도감으로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며 최근엔 버섯을 식별할 수 있는 앱이 나와서 더 안전한 버섯 채취가 가능해졌다. 버섯 전문가들조차 새로운 버섯은 1년에 하나 정도만 추가해서 채집한다는 말이 있는데 여러 버섯을 한꺼번에 구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희한하게도 핀란드 사람들은 독이 약간 섞여 있는 반독버섯을 먹기도 한다. 일부 반독버섯은 물을 바꾸어 여러 번 끓이면 독이 사라지며 대표적 식용 반독버섯으로 마귀곰보버섯( false morels)이 있다)

그동안 핀란드의 버섯따기는 여러 매체를 통해 소개되었다. 핀란드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일본 영화 '카모네식당'에서 버섯은 중요한 소품으로 등장한다. 주인공 마사코는 짐을 잃어버린 후 핀란드에 머무는 동안, 고요함을 갈망하며 핀란드 숲을 찾는다. 그곳에서 탐스러운 황금빛 버섯을 발견하고 채집에 열을 올리지만, 그만 하늘의 아름다움에 취해 딴 버섯을 다 잃어버리게 된다. 그런데 잃어버렸던 버섯이 마법처럼 다시 찾은 짐 속에서 발견된다. 이 극적인 스토리를 통해 우리는 마사코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짐'이 아니라, 버섯이 상징하는 다른 '무엇'이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국내 한 인기 리얼리티 TV 프로그램에서도 '핀란드 순수 청년 3인방'의 버섯 따는 모습이 방송됐다. 그들이 땄던 버섯도 황금빛 버섯이었는데 이 버섯의 핀란드 이름은 칸타렐라 (한국에서는 꾀꼬리버섯 또는 살구 향이 난다고 해서 살구버섯으로 불린다)로 핀란드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버섯 중 하나다. 빛깔 때문에 '숲에서 나는 황금'으로 불리는 이 버섯엔 특히 비타민 D가 많아 햇빛을 자주 보지 못하는 핀란드 사람들에게 하늘이 내린 선물과 같다. 자작나무 숲에서 서식하지만 초심자들 눈에 쉽게 띄지 않는다.

'숲에서 나는 황금'으로 불리우는 칸타렐라 버섯. (사진=위키디피아)
핀란드에 처음 정착했을 때 가끔씩 텃밭에서 본인이 재배한 채소를 나눠주던 친절한 이웃이 있었다. 어느 날 근처 숲에서 발견했다며 이 칸타렐라를 나눠 주었다. "볶다가 소금과 후추로 간만 하면 된다"며 조리법까지 알려줬는데 그렇게 조리해 본 버섯 볶음이 너무나 환상적이었다. 그런데 그 친절한 이웃, 정작 버섯을 정확히 어디서 땄는지 끝내 알려주지 않는게 아닌가.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핀란드 사람들은 칸타렐라 버섯이 많이 나는 곳을 발견하면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않는다고 한다. 해마다 그 장소에서 가서 본인만 따기 위해서이다. 우리식으로 말하면 '며느리에게도 알려주지 않는' 비밀인 셈이다.

식용버섯으로는 칸타렐라 외에도 가장 흔하고 늦가을까지 채집이 가능한 깔때기뿔나팔버섯(Funnel chantere), 그물버섯(Procini), 나팔처럼 생긴 뿔나빨버섯(Black Trumpets) 등이 있다. kg 당 보통 500만 원 정도 한다는 세상에서 가장 비싼 흰 송로버섯(truffle) 버섯도 가끔 발견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선호하는 송이버섯도 핀란드 일부 지방에서 서식하는데 핀란드 사람들에게 그다지 인기가 없다. 핀란드 사람들이 송이버섯에 주목한 것은 핀란드 북부 라플란드 지방을 여행하던 일본인 관광객들이 숲에서 송이버섯을 발견한 뒤, 흥분해서 진짜 송이버섯인지 확인을 요청하면서부터다. 그 후로 채집된 송이버섯은 거의 다 전량 일본으로 수출되고 있다.

버섯 요리 중 가장 인기 있는 요리는 버섯 샐러드와 버섯 수프다. 이 두가지 요리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핀란드 요리이기도 하다. 버섯 샐러드는 중요한 행사나 파티(결혼식 피로연, 장례식 음식, 크리스마스 별식 등)에선 항상 식탁에 등장하는 요리다. 여러 다양한 버섯으로 만들 수 있는데 가장 많이 사용하는 버섯은 핀란드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붉은젖버섯(wolly milkcap)이다. 이 버섯은 매운맛이 강해 10분 정도 끓인 뒤 염장을 하여 장기 보관하며 먹는다. 샐러드를 만들기 전, 물에 담가 소금기를 조금 제거하는 것이 좋다.

버섯샐러드. (사진=위키미디어, photo by Anneli)
염장 버섯과 양파를 잘게 썬 후, 샐러드 드레싱을 만든 후 섞는다. 염장 버섯이 없으면 물에 충분히 불린 말린 버섯 혹은 신선한 버섯을 2분 정도 소금물에 끓인 후 물기를 제거한 후 사용하면 된다. 드레싱은 설탕 약간과 생크림(때로는 생크림 반, 사워크림 반을 넣기도 한다)을 거품이 생길 정도로 잘 섞은 후, 식초와 소금, 후추를 넣어 완성한다. 산미가 약하면 식초를 더 넣어도 좋다. 버섯과 양파를 드레싱에 잘 섞은 후, 잘게 다진 파슬리나 잔파를 얹으면 요리가 완성된다. 냉장고에서 1시간 이상 두었다 먹으면 더 맛있다. 상큼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양파와 함께 사과를 넣어도 좋다.

버섯 수프는 핀란드를 방문한 한국 분들이 먹어보고 '엄지 척'하는 '최애' 음식이기도 하다. 버섯 풍미가 물씬 느껴지며 업그레이드된 크림수프 맛과 비슷하다.

버섯 스프 (사진=픽사베이)
핀란드 전통 버섯 수프 레시피

<재료>
양송이버섯 250g(250 ml)
양파 1개 (150g)
버터 2큰술
밀가루 75ml (4큰술)
우유 1ℓ
후추 약간
소금 약간
생크림 200 ml

<조리법>
1. 버섯과 양파는 채 썬다.
2. 센 불에서 양파를 반투명하고 부드러워질 때까지 버터 두른 냄비에 볶는다.
3. 밀가루를 그 위에 골고루 뿌리며 계속 저어준다.
4. 우유를 천천히 그 위에 부으며 잘 섞이도록 계속 저어준다.
5. 불을 줄이고 바닥을 가끔 저어가며 10분 정도 뭉근하게 끓인다.
6. 생크림을 붓고 5분 정도 다시 뭉근하게 끓인다.
7.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추고, 쪽파나 파슬리(타라곤, 타임 등 다른 허브도 가능)를 얹어 마무리한다.

팁: 버섯과 양파를 볶을 때는 가능한 센 불에 볶아서 버섯과 양파에 있는 수분을 다 날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생크림과 함께 크림치즈를 조금 섞어 넣어도 색다른 풍부한 맛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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