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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만 원에 해외 대학 학위?…졸업사진은 빈 예식장서

화면 속에는 영문으로 된 현수막이 하나 있습니다.

필리핀 한 대학의 실내 졸업식 현장 사진인데요.

'졸업식 발표' , '너의 졸업식이 승인됐다' 이런 의미인데, 화면을 자세히 보시면 한구석에 한글도 보입니다.

알고 보니까 촬영 장소가 국내였습니다.

아니, 도대체 왜 필리핀 대학의 졸업식 촬영을 국내에서 진행하는 것일까요.

내가 다니지도 않은 해외 대학을 다닌 것처럼 국내에서 '날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취재진은 국내에서 은밀하게 이뤄지는 학사 학위 매매 현장을 파헤쳐봤습니다.

먼저 이 필리핀 대학교가 실제 존재하는지 확인해 봤습니다.

수도 마닐라에서 680km 떨어진 사마르섬에 위치해 있다고 나왔는데, 현지 유학원을 통해 수소문해보니 학교 등록은 돼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학위 이수 과정은 이상하다는 것이 한국 유학생들의 이야기입니다.

[필리핀 유학생 (10년 이상 체류) : 3학기로 2년 반 동안 있는 학위는 이제 들어본 적이 없어서….]

이 학사 학위증의 주인공은 아이돌 연습생 출신으로, 현재 실용음악학원에서 강사로 일하는 김 모 씨입니다.

해외대학 학위

국내에서 졸업식 사진까지 찍는다고 해서 추적해봤습니다.

학사 학위를 돈 주고 사려면 사전에 사진 촬영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마치 내가 필리핀 현지에서 대학을 다니는 것처럼 속이기 위해, 여러 벌의 옷을 입고 여러 장의 사진 촬영을 해야 하는데요, 이 사진 촬영 장소로 지목된 것이 이 건물 상가 6층입니다.

이 6층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상가에 김 씨가 도착하자, 한 여성이 두리번거리는 김 씨를 사무실로 데려갑니다.

곧이어 김 씨가 촬영 때 입을 옷가지를 들고, 꽃다발을 든 여성들과 함께 출입이 통제된 곳으로 사라집니다.

이들이 들어간 곳은 과거 예식장으로 쓰였던 곳이었습니다.

[건물 시설 관리자 : 촬영한다는 건 몰랐고, 비어 있으니까 몇 시간만 쓸 수 있느냐고 물어봐서 1번, 1회 개방해드린 적은 있는데….]

취재진과 만난 김 씨는 코로나 때문에 국내서 졸업사진을 찍은 것이라고 해명합니다.

[김 씨/필리핀 대학 학위 구매자 : 학교 다니는 학생이니까 코로나 때문에 미리 사진 찍어 놓자, 그날 그래서 참석한 거예요.]

A 씨의 소개로 이 필리핀 대학에서 1년 반 동안 공부했다고 했습니다.

A 씨에게 학비로 800여만 원을 건넸고, 수업은 국내서 들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씨/필리핀 대학 학위 구매자 : 사이버교육으로 계속 이제 이수하라는 것만….]

경기도 모 대학 겸임교수라는 A 씨는 여러 사회단체 대표로 등록돼 있었고 유명 남성그룹 멤버의 친엄마로도 알려진 인물입니다.

하지만 두 사람을 소개해줬다는 한 실용음악학원 강사는 다른 말을 했습니다.

불과 한 달 전 자신이 두 사람을 연결해줬다는 것입니다.

[김 씨 지인 : 학력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소개를 해주는 정도에 그친 거지….]

A 씨는 학위 매매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김 씨에게 받은 800만 원은 대학 등록금과 8학기 수업료 명목으로 곧 대학에 보낼 것이라고 했습니다.

[A 씨 : 8학기인데, 800만 원에다가 이렇게 저렇게 하면은 인건비 이런 게 붙어요.]

하지만 취재진이 확인한 이 대학 총 학비는 30만 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었습니다.

[필리핀 대학교 직원 : 32개월로 총 학비가 300달러입니다.]

학교 측은 학위 매매 의혹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필리핀 대학교 직원 : (한국에서 대학교 학사 학위를 돈 주고 살 수 있다고 들었는데요?) 그런 일 없습니다.]

이 학교 홈페이지에는 신입생 모집 요강이 한글로 자세히 설명돼 있고, 학교 주요 직책을 한국인이 맡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조직적인 학위 매매가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도 있어, 취재진은 입수한 관련 증거 자료 일체를 수사기관에 넘기로 했습니다.

(영상취재 : 이찬수, 영상편집 : 이승진, CG : 박동수·이아름, VJ : 김종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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