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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인니 변수' 한숨 돌린 KF-21…갈피 못 잡는 장거리공대지는?

[취재파일] '인니 변수' 한숨 돌린 KF-21…갈피 못 잡는 장거리공대지는?
▲ 지난 4월 9일 첫 선을 보인 한국형 전투기 KF-21 시제기

인도네시아는 공동개발 분담금도 잘 안 내고, 기술진도 철수시키면서 한국형 전투기 KF-21 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지난달부터 인도네시아 기술진이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 KAI로 복귀하기 시작했습니다. 미납 분담금을 지불해야 한-인니 동행이 순항하겠지만 이렇게 기술진이라도 보내니 긍정적 신호임에 분명합니다.

방사청은 지난달 11일 인도네시아 기술진 복귀를 환영하는 별도의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방사청은 보도자료에서 "내년 KF-21 초도비행, 2026년까지 체계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진짜로 2026년까지 KF-21의 체계개발, 즉 완전한 KF-21 전투기의 개발을 끝낼 수 있을까요? 불가능합니다.

2026년의 KF-21은 비행할 수는 있겠지만, 수백km 거리의 지상 표적을 공격하지 못하는 반쪽 전투기입니다. 북한 핵심 시설을 공격하려면 방공망 촘촘한 북한 영공 깊숙한 데까지 들어가 폭탄을 떨어뜨리는 대모험을 감수해야 하는 전투기입니다. 수백km 거리에서 지상 표적을 정확히 때리는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방사청은 "애초 KF-21 무장 계획에는 1차 양산 때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이 없었다"는 이유로 2차 양산 중에나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을 달겠다는 방침입니다. KF-21 120대 가운데 1차 양산 40대와 2차 양산 상당수에는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이 없다는 뜻입니다. 최근 KF-21에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을 적시에 통합·장착하는 여러 대안들이 나오고 있는데 방사청은 오래 전에 작성한 KF-21 무장 계획만 붙들고 요지부동입니다. 방사청의 환영 속에 KAI로 복귀한 인도네시아 기술진도 방사청의 KF-21 무장 계획을 들으면 적잖이 답답할 것입니다. 해외 수출은커녕 우리 공군이 원하는 수준의 전력 강화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방사청의 막막한 장거리 공대지 큰 그림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은 적의 요격, 재밍(jamming·전파방해)을 피하며 수백km를 저공비행해 작은 창문 크기의 표적을 정확히 때린 뒤 수m 두께의 강화 콘크리트를 뚫고 폭발하는 가공할 무기입니다. 우리 공군 주력 F-15K의 타우러스가 대표적입니다. 미사일만 개발했다고 끝이 아니라, 해당 미사일을 전투기에서 운용할 수 있도록 전투기의 항전 장비도 맞춰 개조해야 합니다. 즉 20개월 가까이 소요되는 전투기 통합(integration)이라는 고도의 기술적 과정이 뒤따릅니다.

KF-21은 2026년 체계개발 종료와 함께 곧바로 양산에 착수됩니다. 1차 양산은 2026년부터 2028년까지 40대, 2차 양산은 2028년부터 2032년까지 80대입니다. 합쳐서 120대 모두 우리 공군이 인수합니다.

방사청이 SBS 질의를 받고 공개한 KF-21의 장거리 공대지 무장 계획은 "내년 하반기 계약해서 2023년부터 2028년까지 6년간 개발한 뒤 2028년 시작되는 2차 양산 간 적용"입니다. 1차 양산분 40대는 아예 포기하고, 2차 양산 중 분명치 않은 어느 시점부터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을 장착한다는 구상입니다. 방사청은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장착이 2차 양산 중 구체적으로 어느 때인지는 지목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군은 전투기 노후화와 항공유 부족에 시달리면서도 방공망은 훌륭하게 갖추고 있습니다. 이런 북한을 잡는 전투기는 공대공보다는 장거리 공대지 공격력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 공군 주력 F-15K의 대북 억지력은 장거리 공대지 타우러스에 의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대전 상공 정도에 떠서 발사한 타우러스가 북한의 방공망과 재밍을 뚫고 북한 전역의 핵심시설들을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KF-21의 1차 양산분 전체와 2차 양산분의 일부는 방사청의 무장 계획대로라면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이 없어서 F-15K처럼 북한 핵심시설을 공격할 수 없습니다. 6·25 때처럼 북한 영공에 진입해서 폭탄을 떨어뜨려야 하는데 그전에 북한의 방공망이나 재밍에 당하기 십상입니다. 일각에서 KF-21을 깡통 전투기라고 폄하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갈팡질팡' 장거리 공대지 작은 그림


KF-21 1차 양산분 40대는 포기하고, 2차 양산 중에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을 장착한다는 것이 방사청의 큰 그림이라면 누가 어떻게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을 개발하느냐의 세부 계획은 작은 그림입니다. KF-21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개발 방식인데 갈팡질팡 행보입니다.

한국국방연구원 KIDA는 2017년 8월 사업타당성 조사를 통해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국내 개발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이에 국방과학연구소 ADD가 LIG넥스원과 함께 탐색개발에 착수했습니다. 올해 안에 탐색개발이 끝납니다. 탐색개발이 "성공이다", "실패다" 의견이 분분한데 진검승부는 체계개발입니다.

애초 계획은 체계개발도 ADD가 도맡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2019년 9월부터 2020년 6월까지 10개월 간 급격한 변침이 이뤄졌습니다. 방사청은 ADD와 TF를 구성해 10차례 회의를 했고, 업체와도 7차례 회의를 거쳐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개발을 ADD 주관에서 업체 주관으로 변경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한화가 해외협력개발 대상으로 선정한 터키 로켓산의 쏨 공대지 미사일

작년 6월 26일 국방장관이 주관하는 무기 관련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도 의결됐습니다.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의 업체 주관 개발이 정부 정책으로 결정된 것입니다.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개발의 책임은 오롯이 국내 방산업체의 어깨에 놓였고, 업체들은 발 빠르게 해외 기술협력을 모색했습니다. 업체마다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작은 혼란을 뚫고 직진하나 싶었는데, 또 급변침의 순간이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방사청 관계자들 입에서 다시 "ADD에서 개발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핵심 관계자는 "업체 주관 개발이 아직 결정된 것도 아니다"라는 말도 했습니다. 국방장관 주재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의사봉 두드려 통과된 사안인데 "결정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니 수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개발 주관을 다시 ADD로 되돌리려는 분위기로 읽힙니다. 미사일 개발 방식이 오락가락입니다.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은 굳건한 계획 하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여도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고도의 무기체계인데 방사청은 좌고우면(左顧右眄)입니다.
 

방사청 KF-21 계획, 얼마나 잘 지켰나


2015년 가을 KF-21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KF-X 사업이 일대 위기를 맞았습니다. 미국의 4대 핵심기술 이전 거부 사태입니다. 당시 방사청은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미국이 핵심기술을 이전할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미국은 "핵심기술을 줄 수 없다"는 의사를 일찍이 표명했는데도 방사청은 "미국의 기술을 받을 수 있다"며 국민들을 속였던 것입니다.

우리 공군 F-15K의 공대지 미사일 타우러스. 타우러스를 KF-21과 통합하는 대안이 현재 거론되고 있다.

언론의 끈질긴 지적으로 방사청의 거짓말은 드러났습니다. 청와대까지 나서 진상조사하고, 대안을 찾았습니다. 만약 그때 "미국이 줄 것"이라는 방사청 말만 믿고 있었다면 현재의 KF-21은 존재하지도 않았습니다. 내년 초도비행도 불가능했습니다.

KF-21의 공격력과 경쟁력을 좌우할 장거리 공대지도 방사청은 자기들 무장 계획만 믿으라고 하는데 6년 전 가을의 기억과 근래 돌아가는 일들을 놓고 보면 도통 믿음이 생기지 않습니다. 방사청의 무장 계획을 완벽하게 달성하기도 어렵거니와, 성공한다 해도 양산 120대 중 절반은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없이 태어납니다. 우리 공군도 인도네시아도 원하지 않는 전투기입니다. 수출도 쉽지 않습니다. 방사청 무장 계획 성공의 결과물 자체가 막막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방사청은 별다른 근거도 없이 자기들 KF-21 무장 계획이 가장 빠르고 KF-21에 최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누가 어떻게 개발하느냐의 작은 그림, 즉 세부 계획은 갈피 못 잡고 방황 중인데도 방사청은 자신만만입니다. 대안들이 많이 제시되고 있지만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KF-21 관련 방사청 핵심 당국자들은 가깝게는 내년 KF-21 초도비행 이전, 멀리는 KF-21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계획 이행 이전에 현직에서 물러나게 돼 KF-21에서 비롯되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맞든 그르든 기존 계획만 틀어쥐고 있으면 퇴직하는 그날까지 수고로움 없이 편안합니다. 모든 책임은 애꿎게도 현재는 아무 책임도 권한도 없는 선량한 후배들이 미래에 떠안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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