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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 자영업자 '무인점포' 열풍…"무늬만 '무인'" 한숨

<앵커>

유명한 망리단길을 품고 있는 서울 망원동 포은로 모습입니다. 1.5㎞ 정도를 돌아봐도 요즘 유행하는 형태인 무인점포들이 10곳을 넘습니다. 반려동물용품점, 아이스크림 가게, 사진관, 종류도 다양한데 이렇게 무인점포가 늘고 있지만, 운영해보면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말이 나옵니다.

안서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마스크도 안 쓴 채 술을 마시는 남녀. 흡연은 물론, 자전거를 탄 채 가게 안을 돌아다니는 아이들.

모두 무인 빨래방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심지어 매일 밤잠을 자러 오는 사람들 때문에 경찰이 출동하기도 합니다.

[B 씨/무인 빨래방 운영 : 여기에 5~6시간을 마스크 안 쓰고 며칠을 계셔서 저희가 신고를 한 적이 있었거든요. 손님이라고 (거짓말을 해요). 단 한 번도 (빨래를) 한 적이 없죠. 우리가 맨날 보고 있는데…]

이런 무인점포 시장, 크게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아예 계산대를 없애 그냥 들고 나가기만 하면 자동 계산이 되는 방식이고, 두 번째는 무인 셀프 계산대를 설치해 손님이 직접 계산하도록 하는 겁니다.

첫 번째 거는 아마존고로 대표되는 첨단 시스템이 적용된 건데, AI가 각종 카메라와 센서로 쇼핑을 지켜보기 때문에 옷 속에 몰래 숨기고 나가도 다 결제가 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무인점포는 대부분 첨단 방식이 아닌 셀프 계산대 방식입니다.

영세 자영업자들이 마지막 희망으로 선택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돈이 많이 드는 아마존 식 설비를 설치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B 씨/무인 빨래방 운영 : 밤에, 새벽에도 중간에 한 번씩 계속 CCTV는 열어서 확인을 해요. 혹시 이상한 분이 있진 않을까…]

무인점포만 골라 터는 절도 범죄도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고, 기계나 시스템이 말썽을 일으키면 고객 불만이 높아지고 아예 가게가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그럴 때는 주인이 직접 나서야 합니다.

[무인 커피숍 운영 : (기계가 고장나서) 손님 올 때마다 계속 열었다가, (커피) 빼드리고, 결제해드리고. 저녁 7시까지 그걸 60번을 했어요, 제가. (손님들이) '무인인데 왜 사장님이 앉아 계세요? 유인이네, 유인 카페네'(라고)…]

또, 출점 제한이 없다보니 점포 과밀화로 이어지고, 결국 영세 자영업자 간의 대결 즉, 을들끼리 갈등만 키우기도 합니다.

[이정희 교수/중앙대 경제학부 : 무인점포는 한 마디로 알아서 돌아가는, 내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그런 점포는 아니라는 것을 우리가 잘 좀 알고 시작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고요.]

반짝인기를 누리다 빚만 떠안고 폐업하는 '떴다방'식 점포가 되지 않도록 열풍 이면이 감춰진 영세 자영업자의 속사정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영상취재 : 이승환·양두원·최대웅, 영상편집 : 김초아, 작가 : 이지율, VJ : 김초아, CG : 홍성용·최재영·성재은·정시원·안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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