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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0.3센트에서 6만 달러까지…비트코인 랠리는 계속될까?

비트코인 가격 추이

지난 4월 한때 6만 4천 달러까지 올랐던 대표적인 가상화폐(또는 암호화폐) 비트코인의 가격이 최근 4만 달러에서 5만 달러 사이를 오르내리고 있다. 중국이 가상화폐 채굴을 전면 금지하는 등 세계 각국의 규제에 미국의 테이퍼링(tapering: 유동성 공급 축소) 움직임 등으로 지난 7월29일 2만 9천 달러선 까지 하락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페이팔(Papal)이 영국에서도 가상화폐 거래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하고, 가상화폐 거래 플랫폼인 코인베이스(Coinbase)가 5억 달러 매입 계획을 발표하면서 반등했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가격은 여전히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각국의 가상 화폐 규제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고, 중국에 이어 미국과 우리나라 등 세계 각국이 중앙은행이 주도하는 중앙은행디지털화폐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를 본격 추진하고 있는 점은 미래의 주요 결제 수단이라는 가상화폐(virtual currency) 또는 암호화폐(crypto currency)의 위치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 8월 초 가상화폐 거래 플랫폼인 폴리네크워크(Poly Network)가 해킹을 당해 보유하고 있던 6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를 도난당했다가 되돌려 받는 등 해킹과 추적으로부터 안전하다는 가상화폐의 보안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이 올 4분기부터 한 달에 1천200억 달러씩 실시하던 채권 매입 규모를 줄이는 테이퍼링(Tapering)에 착수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자산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것도 가상화폐 가격에 대한 불확실성을 고조시키고 있다.

전세계의 가상화폐 시장 정보를 제공하는 코인마켓캪(CoinMarketCap)에 따르면 지난 8월29일 현재 전세계 397개 거래소에 상장된 가상화폐 종류는 1만1천456개, 시가총액은 2조 달러, 하루 거래량은 1천억 달러가 넘는다. 1년 전 전세계 가상화폐의 종류가 6천개, 시가총액은 3천300억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지난 1년 사이 가상화폐의 종류는 2배, 시가 총액은 6배로 늘어난 것이다. 가상화폐를 보유하고 있는 디지털지갑은 1억개로 3년 전인 2018년의 3배로 늘어 났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7일 '비트코인 가격이 0이 된다면?'이라는 가상 시나리오를 토대로 가상화폐 시장이 붕괴할 경우 전통 금융시장도 상당한 파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헤지펀드를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의 가상화폐 거래 비중이 2017년 10%에서 63%로 높아지는 등 가상화폐 시장과 기존 금융시장의 연관관계가 커진 상황이어서 그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가상화폐 시가총액과 거래량

'2조 달러 가상화폐가 0 달러가 된다면'…암호화폐 최후의 날 시나리오

이코노미스트는 가상화폐붕괴(Cryptocrash)를 촉발할 수 있는 요인을 가상화폐 생태계 내부의 내적 요인과 외적 요인으로 구분했다. 그리고 내적 요인으로는 가상화폐를 운영하는 시스템의 기술적인 결함이나 대형 가상화폐거래소의 해킹을 꼽았고, 외적요인으로는 규제당국의 엄격한 규제나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으로 갑자기 시장이 멈춰서는 상황을 제시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경제자문은 가상화폐 투자자들을 1) 가상화폐가 궁극적으로 정부가 발생하는 법정화폐를 대체할 것이라고 믿는 근본주의자(Fundamentalist) 2)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면서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고 믿는 전략적투자자(Tactician) 3) 도박을 하길 원하는 투기적투자자들(Speculator)로 분류했다. 가상화폐 근본주의자들은 가격이 폭락해도 가상화폐 시장을 떠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두 번째 전략적투자자들은 가격이 급락하면 시장에 머물지 않을 것이고, 세 번째 투기꾼들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조짐만 보여도 가상화폐 시장을 떠날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가격이 폭락하면 거래를 인증하고 새로운 코인을 받는 비트코인 채굴자들이 채굴을 할 유인이 줄어들 것이고, 이렇게 되면 거래 인증이 안되고 새로운 비트코인 발행도 되지 않아 가상화폐 생태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트코인 가격이 무너지면 다른 가상화폐 가격도 따라서 무너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비트코인 블록의 내용

시가총액이 2조 달러에 달하는 가상화폐 시장이 무너지면 우선 가상화폐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의 상당한 직접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다. 1만 달러 대에 머물던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해 10월부터 급등한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4분기부터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든 사람들의 손실이 특히 클 것으로 보인다. 손실을 보는 주체들에는 헤지펀드나 대학의 기부금 펀드, 뮤추얼펀드, 그리고 많은 기업들이 포함될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관측했다.

가상화폐 가격의 폭락은 가상화폐 회사나 가상화폐 거래소, 페이발 같은 가상화폐 거래 서비스 회사, 엔비디아 같은 코인 채굴기용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 회사 등에도 타격을 줄 것이다. 가상화폐 시장이 붕괴된다면 가상화폐의 시가총액 2조 달러보다 훨씬 규모가 큰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가상화폐 관련 파생상품, 가상화폐 관련 대출 등 2차적인 피해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코노미스트는 가상화폐 거래에서 보조수단으로 쓰이는 테더(Tether)와 같은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이 또 다른 금융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발행규모가 1천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달러화나 유로화의 가치에 연동된 가상화폐로 다른 가상화폐를 거래할 때 이용된다. 스테이블코인은 언제나 달러나 유로화로 바꿀 수 있다고 말하지만, 발행금액이 620억 달러를 넘는 테더의 경우 지난 3월 현재 달러 현찰이나 국채 보유비중은 5%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수익률이 높은 상업어음이나 회사채, 원자재 상품 등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보도했다. 가상화폐 시장에 문제가 발생해 한꺼번에 인출 요구가 쏟아지면 스테이블코인 회사가 보유한 자산을 매각하면서 자산 가격이 폭락하고 더 나아가 지급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트코인 제네시스 블록

'월남뽕'과 유사한 채굴 알고리즘…비트코인 채굴은 '컴퓨터 게임'?

그렇다면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 또는 암호화폐의 가치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제이콥 골드스타인(Jacob Goldstein)은 화폐의 역사를 다룬 책 '머니(Money)'에서 비트코인의 가치는 결국 사람들의 '지불용의'에 달렸다면서 비트코인의 가격이 어떻게 6만 달러까지 올랐는지 설명하고 있다.

제이콥 골드스타인은 가상화폐의 출발점은 1980년대 미국의 컴퓨터 과학자인 데이비드 차움(David Chaum)이 고안한 디지털 캐쉬(Digatal Cash)라고 말한다. 차움의 디지털 캐쉬는 1990년대 인터넷의 발전과 맞물려 중앙은행과 정부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롭고자 하는 사이버펑크(cyberpunk)들에 의해 암호화폐로 발전했고, 미국발 금융위기가 폭발하기 직전인 2008년 8월 사토시 나카모도(Satoshi Nakamoto: 가명으로 실제 이름은 Dr. Craig S. Wright으로 알려짐)가 논문 '제3의 감독기관이 필요 없는 전자화폐(Electronic cash without a trusted third party)'에서 완성한다. 이 논문의 제목은 '비트코인: 당사자간 전자화폐 시스템(Bitcoin: A peer to peer electronic cash system)'으로 변경됐고, 여기서 '비트코인'이라는 암호화폐가 나타났다.

비트코인 채굴 성공에 대한 보상과 남은 발행량

전 세계 금융시장이 미국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으로 휘청거리던 2009년 1월3일 사토시 나카모토는 0번 비트코인 '제너시스 블록(Genesis Block)'을 만든다. '재무장관이 은행에 두 번째 구제금융을 하려 한다(Chancellor on brink of second bailout for banks)"는 2009년 1월 3일자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The Times)의 톱 기사 제목과 16진수 숫자를 담은 제네시스 블록은 비트코인의 근원이며 비트코인을 만드는 하나의 템플릿이다. 사토시는 제네시스 블록을 만든 뒤 6일 후 1번 블록체인을 만들었다.

암호화폐 비트코인은 특정 함수에 의해 암호화된 64자리 16진수의 고유 번호를 가진 블록으로, 비트코인 블록은 그 비트코인 블록의 이전 거래내역을 기록한 원장이다. 비트코인은 가상화폐거래소를 통해 살 수도 있고, 컴퓨터를 이용한 '채굴(mining)'을 통해 얻을 수도 있다.

채굴에 참여하려면 먼저 프로그램을 내려 받아 비트코인거래를 도와야 하고, 비트코인 거래에 참여해 기여한 작업 용량이 1메가바이트가 넘으면 비트코인네트워크에서 제시하는 문제를 풀 자격을 획득하게 된다. 경제용어사전 인베스토피아(Investopia)에 따르면 비트코인네트워크가 10분 마다 제시하는 문제는 복잡한 연산을 요구하는 방정식이 아니라 16진수 64자리로 된 임의의 숫자다.

비트코인 채굴에 참여하는 사람은 비트코인네트워크가 마음에 두고 있는 숫자(target hash)를 추측해 알아 맞춰야 하는데, 정답보다 큰 수를 제시하는 채굴자는 탈락하고, 특정 값을 정확하게 맞추거나 가장 근접한 숫자를 제시하는 사람이 비트코인을 얻게 된다. 1부터 12까지 있는 화투를 두 장 먼저 받은 뒤 세번째 받는 화투의 숫자가 처음 받은 두 장의 화투 숫자 밖이면 지고, 처음 두 장의 숫자와 같거나 두 숫자 사이에 있으면 베팅한 돈을 받는 이른바 '월남뽕'과 같은 놀이인 셈이다.

비트코인 블록의 64자리 16진수

인베스토피아에 따르면 비트코인네크워크가 내는 문제의 정답은 64자리의 16진수로, 이 숫자를 맞힐 확률은 16면의 주사위를 64번 던져 같은 숫자가 나올 확률과 같은 17조5900억분의 1이다. 비트코인네트워크가 제시하는 정답을 정확히 맟혔다고 모두 비트코인을 받는 것도 아니다. 정답을 맞히거나 가장 근사치 숫자를 제시한 참여자가 여럿이면 비트코인네트워크가 비교평가를 통해 비트코인시스템 운영에 가장 많은 기여를 한 1명에게 비트코인이 주어진다.

비트코인네트워크에서 제시한 문제를 맞혀 '채굴'에 성공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보상은 2009년 처음 비트코인이 만들어질 때 50개였지만, 2013년에는 25개, 2017년에는 12.5개, 2020년 5월에는 6.25개로 줄어들었다. 10분마다 채굴에 성공해 새로운 블록이 형성될 때 마다 보상으로 주어지는 비트코인이 4년마다 절반으로 줄어들도록 설계된 것이다. 또 10분에 1번씩만 채굴에 성공하도록 2주 또는 2천106개의 블록이 새로 만들어질 때 마다 채굴 시스템의 난이도를 조절한다.

갈수록 비트코인 발행 규모는 줄고 채굴하려는 사람들은 늘어나면서 비트코인 채굴 난이도는 급격히 상승해 난이도가 2009년에 1이었다면 2019년에는 13조 수준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제 개인용 컴퓨터로 채굴을 시도해 성공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어진 것으로, 여러 사람이 펀드를 구성해 고성능 컴퓨터와 함께 그래픽처리프로세서(GPU)나 ASIC(Application Specific Integrated circuits) 같은 특수한 칩을 사용해야 채굴에 성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1초에 1테라해쉬 처리할 경우 채굴 수익

비트코인 채굴은 '컴퓨터 무기 경쟁(computational arms race)'으로 불릴 정도로 누가 더 고성능 컴퓨터를 동원할 수 있는가에 성패가 달려있다. 이제 천조 단위의 연산을 해야 성공할 수 있는 채굴은 고성능 컴퓨터를 누가 더 싼 가격에 구매하고, 전기요금을 얼마나 더 낮출 수 있는가에 성패가 좌우된다. 비트코인 채굴은 엄청난 컴퓨터 하드웨어 구매 비용과 전력 소모로 사실상 경제성이 없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비트코인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더 오르거나 채굴자가 줄어 채굴을 성공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져야 채굴의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발행된 비트코인은 지난 8월29일 현재 1천880만 개이다. 비트코인 창시자인 사토시 나가모토는 비트코인 최대 발행량을 2천1백만 개로 설정했다. 비트코인 신규 발행 규모는 4년마다 절반으로 줄어들어 오는 2140년에는 비트코인은 신규 발행되지 않는다.
 

0.3센트에서 6만 달러까지…비트코인은 어떻게 '블록버스터'가 됐나?

제이콥 골드스타인(Jacob Goldstein)이 쓴 책 '머니'에 따르면 비트코인이 등장하고 1년 후인 2010년 비트코인 옹호론자이자 프로그램 개발자였던 개빈 안드레센(Gavin Andresen)은 '비트코인 수도꼭지(bitcoin faucet)'라는 인터넷사이트를 만들고, 사이트를 방문하거나 비트코인 계정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비트코인 5개씩을 공짜로 줬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 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에 사는 라즐로(Laszlo Hanyecz)는 피자 2판을 보내주는 사람에게 1만 비트코인을 주겠다고 비트코인 사이트에 글을 올렸다. 이틀 뒤 이를 본 19살의 캘리포니아 청년이 인터넷 채팅으로 라즐로를 접촉해 1만 비트코인을 받았고, 그 대가로 잭슨빌의 파파존스에 피자 2판을 주문해 라즐로에게 보냈다. 이때 피자 2판의 가격은 30달러, 처음 거래된 비트코인 하나의 가격은 3분의 1 센트에 불과했던 것이다.

2011년 2월 드레드 파이럿 로버츠(Dread Pirate Roberts)는 대마, 마약, 양귀비, 엑스터시 등을 불법으로 거래하는 다크 인터넷 사이트 실크로드(Silk Road)를 만들고, 익명성이 보장된 비트코인으로 대금을 치르도록 했다. 그 이후 비트코인 수요는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고, 2011년 초 하나에 1달러에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그해 6월 웹사이트 고커(Gawker)가 실크로드를 소개하면서 30달러까지 가격이 폭등했다. 2013년 미국 연방수사국 FBI는 로스 울브리히트(Ross Ulbricht: 실크로드를 만든 드레드 로버츠의 본명)를 체포했고, 울브리히트는 마약 밀매와 불법 자금세탁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 받고 지금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Tucson)에서 복역 중이다.

마약 밀매와 불법 자금세탁으로 복역중인 울브리히트

익명의 전자 증서로 불법거래에 악용된다는 부정적인 시각에도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이라는 분산처리시스템으로 중앙집중장치가 필요 없고 보안과 안정성이 뛰어난 신기술로 평가 받으면서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 2008년 금융위기 속에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가 천문학적인 규모의 화폐를 발행하면서 법정 화폐에 대한 불신이 고조되는 가운데 탄생한 비트코인은 벤처기업들을 중심으로 거래와 채굴에 뛰어드는 사람이 늘면서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여파로 미국이 다시 천문학적인 규모의 달러 공급에 나서고, 미국의 전기자동차회사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쓰겠다고 발표하는가 하면 기관투자가들도 비트코인 거래에 뛰어들면서 또 한번 가격이 폭등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폭등하면서 이더리움과 도지코인 같은 다른 가상화폐의 가격도 함께 올랐고, 새로운 가상화폐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가상화폐 옹호자들은 법정화폐의 발행량이 급증하는 것과 달리 발행량이 2천1백만 개로 제한된 비트코인의 가치는 갈수록 상승할 것이며, 법정화폐를 대체할 미래의 결제수단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가상화폐가 이용하는 블록체인시스템은 최근 부상하고 있는 메타버스 세계가 작동하는 중심 플랫폼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가격이 급등락하는 비트코인은 가치의 척도, 가치 저장, 교환의 수단으로서 화폐가 가져야할 가치의 안정성이 결여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트코인과 달리 이더리움 등 다른 가상화폐들은 발행량의 규제도 없다. 중앙은행이 '최종 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로서 지급을 보증하는 법정화폐와 달리 가상화폐는 그 가치를 보장하는 최종 대부자도 존재하지 않는다. 블록체인 방식을 이용하는 비트코인시스템이 1초에 5건의 거래 밖에 처리하지 못하는 것도 화폐로서 기능을 하는 데에 걸림돌로 지적된다.

개리 겐슬러(Gary Gensler)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지난 8월 3일 의회에서 "가상화폐 시장은 거짓과 사기로 가득차 있다. 마치 19세기 서부의 황야(wild west) 같다"고 말했다. 중앙은행이 없던 1800년대 중반 누구나 특정 담보만 있으면 은행을 설립해 화폐를 발행할 수 있었던 시절, 담보도 없이 마구잡이로 지폐를 발행하면서 미국의 지폐 종류가 8천 개를 넘었던 시절을 얘기한 것이다.

금과 은, 동과 같은 실물화폐를 이용해 거래를 하던 인류는 실물에 대한 증서로서 지폐를 발행해 거래에 이용하면서 획기적인 경제발전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실물을 담보로 한 화폐는 금과 같은 실물이 부족해 경제성장 속도에 맞춰 발행량을 제때 늘릴 수 없었고, 디플레이션이 반복됐다. 이에 따라 1971년 닉슨 대통령에 의해 미국의 금본위 제도는 폐지됐지만, 금본위제 폐기에 따른 신뢰의 위기는 나타나지 않았다.

제이콥 골드스타인은 책 '머니'에서 비트코인의 가치는 결국 이용자들의 생각에 달렸다고 쓰고 있다. 현금의 익명성과 디지털 화폐의 편리성을 갖춘 비트코인에 대한 신뢰가 유지된다면 비트코인의 가격도 유지되겠지만 신뢰가 무너지면 비트코인의 가치도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유명한 경제학자 어빙 피셔(Irving Fisher)는 화폐의 실질 가치를 중시하고 물가 추이에 따라 직원들의 봉급을 달리 준 것으로 유명하다. 물가가 오르면 봉급을 올려주고, 물가가 내리면 봉급도 줄여 지급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직원들이 물가가 올라도 봉급의 액수를 올려주면 좋아하지만, 물가가 내려 봉급을 줄이면 싫어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피셔는 실질 가치가 변하지 않아도 돈의 명목 규모만 늘려주면 좋아한다는 이 현상을 '돈에 대한 착시(Money Illusion)'로 표현했다.

피셔가 주장한 '돈에 대한 착시'는 부동산이나 주식, 코인 등 자산가격이 오르면 모두 좋아하지만 사실은 돈의 가치가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라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그 돈의 가치 변동은 예금자와 대출자, 자산보유자와 현금 보유자 등 경제주체의 실질적인 부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앞으로 가상화폐의 가격을 결정할 중요 요인 가운데 하나는 경제난 극복을 위해 돈을 마구 풀어 대고 있는 중앙은행이 얼마나 법정화폐의 가치에 대한 신뢰(trust)를 유지할 수 있는 가라는 법정화폐에 대한 신뢰의 문제라는 얘기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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