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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역공 나선 중국…코로나 기원 규명 물 건너 가나

[월드리포트] 역공 나선 중국…코로나 기원 규명 물 건너 가나

김지성 기자 jisung@sbs.co.kr

작성 2021.08.30 14:31 수정 2021.08.30 21:1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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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코로나19의 기원에 대해 또다시 결론을 내지 못했습니다. 우한연구소가 진원지로 지목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던 중국은 안도감을 내비치는 한편, 미국에 대한 대대적인 역공에 나섰습니다. 코로나19의 기원을 밝히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형국입니다.
 

미국 "생물학무기로 개발된 건 아냐"…'실험실 유출설'은 결론 못내

앞서 미국 정보당국은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에게 코로나19 기원 조사 결과를 보고했습니다. 당시 조사에 참여했던 정보기관 중 2곳은 동물에서 유래했다는 쪽에, 1곳은 실험실에서 유출됐다는 쪽에 가까웠지만, 두 가지 가능성 모두 확신할 수는 없다는 게 그 내용이었습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노력을 배가해달라"며 재조사를 지시했습니다. 90일간 추가 조사를 한 뒤 다시 보고하라고 했습니다.

미국 국가정보국(DNI)이 27일 공개한 코로나19 기원 재조사 보고서 요약문
마침내 재조사 결과가 공개됐습니다. 하지만 세계인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미국 국가정보국(DNI)이 홈페이지에 올린 A4용지 2페이지 분량의 짧은 요약문을 보면, 재조사에 참여한 정보기관들은 코로나19가 생물학무기로 개발된 것은 아니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습니다. 다만 코로나바이러스가 인위적으로 조작된 것이냐를 놓고는 의견이 갈렸습니다. 대부분의 정보기관은 조작된 게 아니라고 봤지만, 다른 2곳은 정보 부족을 이유로 판단을 유보했습니다. 정보기관들은 또 중국 정부가 코로나19가 발병하기 전까지 이 바이러스에 대해 알지 못했다는 데도 동의했습니다. 설령 실험실에서 유출됐다고 하더라도 중국 정부에까지 보고되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번 재조사에는 미국 정보기관 18곳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핵심 쟁점이었던, 코로나19가 동물에서 자연 유래한 것인지, 우한연구소에서 유출된 것인지에 대해서도 여전히 결론을 내지 못했습니다. 먼저, 국가정보국 산하 국가정보위원회(NIC)와 4곳의 정보기관은 동물에서 자연적으로 유래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습니다. 하지만 역시 확신할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실험실 유출설이 맞다고 한 정보기관은 1곳이었습니다. 우한연구소가 동물을 상대로 바이러스를 추출하다 유출됐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한연구소는 과거에도 위험한 바이러스 작업을 해왔다고 했습니다. 다른 정보기관 3곳의 결론에는 자연 유래설과 실험실 유출설이 혼재했습니다. 어떤 분석가는 자연 유래설에, 어떤 분석가는 실험실 유출설에 가까웠고, 어떤 분석가는 두 가지 가능성 모두를 염두에 뒀습니다.

미국 코로나19 기원 재조사 보고서 요약문의 일부분. 자연 유래설과 실험실 유출설이 모두 언급돼 있다.
미국 정보기관들은 코로나19의 기원을 명확히 밝히지 못한 원인으로 '발병 초기 역학 데이터와 임상 샘플의 부족'을 꼽았습니다. 바이든 대통령도 중국의 비협조를 비난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결정적 정보가 중국에 있지만 중국은 처음부터 국제조사단 등이 이 정보에 접근하는 것을 막았다"며 "지금까지도 정보를 주지 않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해답을 얻을 때까지 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중국 매체 "미국, 제 발등 찍어…더 조사하면 미국 명성 추락"

중국은 그동안 미국의 재조사 결과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워왔습니다. 관영매체를 동원해 '미군 기지 포트데트릭 실험실과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실험실이 유출의 진원지일 수 있다'는 보도를 연일 이어갔습니다. 중국 당국은 급기야 세계보건기구(WHO)에 미국 실험실들에 대한 정식 조사를 요구했습니다. 이런 일련의 행동만 놓고 보면, 자연 유래설을 주장해온 중국이 마치 실험실 유출설로 입장을 바꾼 것 같아 보였습니다.

그러다 미국의 재조사 결과가 결론이 없는 것으로 나오자 즉각 반격에 들어갔습니다. 중국 외교부 마자오쉬 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미국의 보고서는 철저한 정치적 허위로, 과학성도 신뢰성도 없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미국이 우한연구소에서 코로나19가 발원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은 데 대해 항의한 것입니다. 앞서 중국을 방문한 WHO 조사단은 지난 3월 코로나19가 우한연구소에서 발원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미국 주재 중국대사관도 설명을 내 "미국이 자국의 방역 실패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유죄 추정'식으로 중국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미국의 재조사 결과에 대해 조롱성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글로벌타임스는 30일 "미국이 '결론 없는' 코로나19 기원 보고서로 제 발등을 찍었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엄청난 기대 속에 시작된 미국의 코로나19 기원 조사가 당혹스러움으로 끝났다'면서 '미국이 중국에 진흙을 뿌리려다 스스로 발등을 찍었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재조사 보고서는 이전 보고서보다 훨씬 많은 미국 정보기관이 참여했지만, 1곳의 결론만 실험실 유출설에 가까웠을 뿐, 대부분은 자연 유래설로 기울었다고 비꼬았습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30일 '미국이 결론 없는 보고서로 제 발등을 찍었다'고 보도했다.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 쩡광 수석연구원은 글로벌타임스에 "미국이 중국을 흠집내기 위해 미리 방향을 정해놓고 조사를 벌였지만 뒷받침할 증거를 찾지 못하자 당황스런 상황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결론을 내지 못한 이번 보고서가 오히려 바이든 대통령의 체면치레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다른 조사에 착수하면 미국의 망가진 명성이 더욱 추락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중국은 코로나19의 최초 확산지로 지목된 우한 화난수산물시장에 냉동 식품을 공급한 외국 업체들을 조사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당시 냉동 식품을 통해 외국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한으로 왔을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WHO "코로나 기원 규명 기회 닫히고 있어…더 늦어지면 아예 불가능"

미·중 두 나라의 공방이 격화하는 가운데 코로나19 기원을 규명할 기회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는 커지고 있습니다. WHO 조사단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코로나19 기원을 확인하는 데 필요한 후속 작업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기고문을 실었습니다. 이들은 "지난 3월 발간한 보고서는 현재 중단된 절차의 첫 단계였다"며 "중요한 조사를 수행할 기회의 창이 급속도로 닫히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더 늦어지면 일부 연구는 생물학적으로 아예 불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항체가 감소해 2019년 12월 이전에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한 조사가 어려워지고, 중국 내 야생동물 농장도 다수가 문을 닫아 바이러스 전파 증거를 찾기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WHO 조사단의 네이처 기고문. '코로나19 기원과 관련한 핵심 연구의 창이 닫히고 있다'고 돼 있다. 
WHO 조사단은 중국 안팎에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WHO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도 실험실 유출설을 배제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지난 3월 WHO 조사단의 결과는 어떻게 도출된 것일까요. 너무 빨리 1차 결론을 낸 것 아니냐, 중국에게 섣불리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 WHO가 자유롭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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