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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손 강속구 투수였는데…왼손으로 힘찬 스매시

<앵커>

시속 150㎞ 강속구 던지던 오른손 투수 김명제를 기억하십니까. 12년 전 큰 사고로 더 이상 야구를 할 수는 없게 됐지만, 대신 왼손에 라켓을 쥐고 휠체어테니스 선수로 이번 패럴림픽에 출전했습니다.

이정찬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2005년 프로에 데뷔한 김명제는 시속 150km 강속구를 뿌리는 기대주였습니다.

두산에서 5년간 통산 22승을 거두며 성장해가던 김명제는, 2009년 말 자신이 일으킨 음주운전 사고로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SBS 스포츠뉴스 (2009년 12월 29일) : 김명제는 어젯밤 운전 중 5m 높이의 탄천교 아래로 추락해 중상을 입었습니다.]

경추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다시는 마운드에 설 수 없게 된 김명제는, 자책감 속에 좌절했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2013년에 시작한 휠체어테니스를 통해 제2의 인생을 열었습니다.

2년 전부터는 예전의 사고 후유증이 남아 있는 오른손 대신 왼손으로 라켓을 바꿔 잡고 훈련에 매진했고, 마침내 패럴림픽 무대에 섰습니다.

58살 베테랑 김규성과 호흡을 맞춘 복식 8강전.

아직 왼손이 완전히 익숙지 않은 김명제가 실수를 범해도 24살 차, 삼촌 같은 동료는 따뜻하게 격려해줬습니다.

2대 0 완패였지만 김명제에게는 아픈 기억을 딛고 꿈을 이루어낸 벅찬 순간이었습니다.

[김명제/휠체어테니스 국가대표 : (올림픽은) 아무나 갈 수 없는 그런 자리고, 야구로 못 간 걸 테니스로 와서 참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데.]

옛 동료들의 응원 메시지에는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정재훈/두산 코치 : 너무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넌 강한 아이니까.]

[고영민/두산 코치 : 꼭 다치지 않게 조심히 해서 우리 명제 메달 따길 바란다. 김명제 파이팅!]

[김명제/휠체어테니스 국가대표 : 사실 전화가 왔었거든요. (못 받았어요.) 같이 뛰던 형들이 코치님 돼 가지고. 사실은 제가 실수를 해서 이 자리를 만든 건데… 더 열심히 살아야 할 것 같다고 생각이 드네요.]

왼손잡이 테니스 선수 김명제의 도전은 이제 시작입니다.

3년 뒤 파리를 내다보며 금빛 스매시를 꿈꾸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용우, 영상편집 : 우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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