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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미국은 더 강하게 벌준다? 사실은?

[사실은] 미국은 더 강하게 벌준다? 사실은?

이경원 기자 leekw@sbs.co.kr

작성 2021.08.27 14:3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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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사실은] 미국은 더 강하게 벌준다? 사실은?
언론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국회 9부 능선을 넘었습니다. 국회 본회의 통과만 남았습니다. 언론은 반발하고 있고, 여당은 강행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줄곧 개정안은 문제가 없다며, 오히려 미국이 훨씬 강한 수준의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지난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지금 미국은 엄청난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고 있다"며 1983년 '거츠 대 로버트 웰치' 판결을 사례로 들었습니다. 시카고 인권 변호사 엘머 거츠가, 자신에 대해 "마르크스주의자, 미국 정부를 폭력적으로 점거하는 걸 옹호하는 자"라고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낸 사건인데, 당시 연방대법원은 징벌적 손해배상 30만 달러를 포함해, 40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도 할 정도인데, 왜 이걸 반대하느냐는 뜻으로 읽힙니다.

이런 사례만 보면, 정말 미국은 언론사에 대해 강력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시행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정말 그런지, 미국의 법률 전문가에 자문을 구해 팩트체크 했습니다.

사실은

신중하게 운영되는 美 징벌적 손배제

사실 특정 케이스로 토론하는 건 끝이 없을 겁니다. '거츠 대 로버트 웰치' 판결과 반대의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령, 1964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뉴욕타임즈 대 설리반' 판결이 대표적입니다. 당시 뉴욕타임즈는 마틴 루터 킹 목사를 지지하는 인권 단체의 기금 모금 광고를 게재했는데, 광고에는 경찰이 대학생을 폭력적으로 진압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경찰국장이던 설리번은 뉴욕타임즈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에서 졌습니다. 연방대법원은 공인의 경우, 언론사가 실제적 악의(actual malice)를 가지고 있지 않는 한, 나아가 진실을 무시했다는 증거를 해당 공인이 제시하지 않는 한, 언론을 벌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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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개별적인 케이스가 아니라 미국 판결의 '일반적인 경향'을 살펴봐야 합니다. 미국은 우리처럼 법 조항으로 일일이 규정하는 성문법 체계가 아니라, 판례가 쌓여 규범을 만드는 불문법 체계에 가깝습니다. 단순 비교가 어렵습니다. 다만, 적어도 미국의 손해배상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하면, 어느 정도는 가깝게 팩트체크 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손해배상이 포함된 미국의 '불법행위법(torts law)' 전문가를 찾아봤습니다. 사우스웨스턴 로스쿨의 크리스토퍼 로비넷 교수는 사실은팀과 연락이 닿은 여러 전문가 가운데 한 명입니다. 로비넷 교수는 미국로스쿨협회(AALS) 불법행위법 위원장, '불법행위법 저널' 편집장을 맡고 있는 불법행위법 권위자입니다. 로비넷 교수는 한국의 언론중재법 논란과 관련해 깊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로비넷 교수와의 이메일 문답 내용을 인터뷰 형식으로 요약,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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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미국에서는 언론 보도에 최대 5배에 달하는 징벌적 손해 배상을 규정할 만큼 법이 강력한가요?

미국에서는 명예훼손 사건에서 보상적 손해의 5배에 해당하는 징벌적 손해액을 가능하게 하는 법은 없습니다. 미국 법에는 한국의 법 개정안을 지지할 근거가 없습니다. 미국 연방 대법원은 미국 헌법이 징벌적 손해배상에 한 자릿수 배수의 '유연한 상한선'을 적용한다고 (넓은 의미에서) 해석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보상적 손해액과 징벌적 손해액의 1:1 비율이 '합당한 상한선'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징벌적 손해 배상의 기준이 높다는 의미인가요?

미국 사법 기관이 한국의 법 개정안이 제안하는 것보다 낮은 비율을 적용하는 건 분명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미국보다 한국에서 언론에 제기하는 명예훼손 사건에 대해 손해배상을 받아내기 훨씬 쉬워 보인다는 것입니다. 한국 법 개정안이 규정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의 기준은 '중대한 과실'일 정도로 매우 낮습니다. 미국의 경우 소수의 사법 기관 만이 '중대한 과실'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합니다. 대부분의 사법 기관은 더 높은 기준을 요구합니다. 미국의 수정 헌법이 보호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 때문에, 특정 종류의 원고에게는 중대한 과실이 손해배상을 받기조차 충분한 사유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미국에서 이런 기준이 생긴다면 어떨까요?

미국 헌법이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 비슷한 법안이 나온다면 언론으로부터 강력한 반대가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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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미국은 언론의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매우 신중하게 운용하고 있다는 것이 저희 사실은팀의 결론입니다.
 

표현의 자유와 위축 효과

개인적으로, 악의적인 허위 보도를 법적으로 어떻게 제재할 것인가의 문제는 충분히 논의할 수 있고, 또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언론의 악의적인 명예 훼손에 대한 보상 수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합니다. 2021년 7월 발표된 논문 '언론보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관련 시계열 데이터 분석'(김정민·황용석)을 보면, 언론중재법이 제정된 2005년 이후 명예훼손과 관련된 언론의 손해 배상액이 꾸준히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다만, 언론인들 입장에서는 이번 입법 때문에 언론의 정상적인 비판 기능마저 침식될 가능성을 우려할 수 있습니다. 사실 표현의 자유는 살얼음과 같습니다. 아무리 맞는 말이라도 그 말에 가해질 공격이 예상될 때, 우리는 입을 굳게 다물곤 합니다. 합법적인 보도조차도 보도에 가해질 법적 정치적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으면, 보도를 안 하는 게 기자 입장에서는 합리적 선택일 수 있습니다. 송사에 휘말리는 것만큼 고된 일도 없기 때문입니다. 힘 있는 사람들, 법을 잘 아는 사람들은 또 이걸 악용하려 들 겁니다. 

이 부분은 굳이 미국 사례까지 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의 사법 기관도 비슷한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헌법 재판소는 이를 '위축 효과'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입법에 있어서 이러한 명확성의 원칙은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민주사회에서 표현의 자유가 수행하는 역할과 기능에 비추어 볼 때, 불명확한 규범에 의한 표현의 자유의 규제는 헌법상 보호받는 표현에 대한 위축적 효과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즉, 무엇이 금지되는 표현인지가 불명확한 경우에는, 자신이 행하고자 하는 표현이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는 확신이 없는 기본권주체는-형벌 등의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고자 하는 강한 신념을 가진 경우를 제외하고-대체로 규제를 받을 것을 우려해서 표현행위를 스스로 억제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률은 그 규제로 인해 보호되는 다른 표현에 대하여 위축적 효과가 미치지 않도록 규제되는 표현의 개념을 세밀하고 명확하게 규정할 것이 헌법적으로 요구된다.
- 헌법재판소 1998.4.30. 95헌가16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입법이 보다 정밀하고 세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결국, 이번 논란의 핵심은, 단순히 '국회 공간'에서 벌어지는 '정치'와 '언론'의 '권력 갈등'은 아니라고 믿습니다. '공동체 공간'에서 벌어지는 '표현의 자유'와 '위축 효과'의 '가치 논쟁'에 가깝습니다. 공동체 '표현의 자유'를 위해 징벌을 자제할 것인가, 아니면, '위축 효과'를 감수해서라도 징벌을 강화할 것인가…… 여당이 자주 인용하는 미국 사례만 보면, 적어도 후자는 아닌 것 같습니다.  
 
<자료>
- 크리스토퍼 로비넷 교수 (사우스웨스턴 로스쿨) 이메일 서면 인터뷰
- 김정민·황용석 「언론보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관련 시계열 데이터 분석」, 미디어와 인격권 7권, 1호. 2021년.
- 헌법재판소 95헌가16 판결

(자료조사 : 송해연, 양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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