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살인교사 피의자, 22년 전 사건 현장에 있었을 가능성 있다"

제주의 대표적인 장기 미제 사건 중 하나인 '변호사 피살사건'의 살인 교사 피의자 김 모(55) 씨가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제주경찰청은 오늘(27일) 김 씨 검찰 송치 전 이뤄진 출입기자단과의 백브리핑에서 "피의자 심문을 벌인 프로파일러 3명이 '김 씨가 최소한 이 모(당시 45세) 변호사 사망 현장에는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김씨는 1999년 11월 5일 제주시 삼도2도 한 아파트 입구 인근에 주차된 승용차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된 이 변호사 살해를 교사한 혐의를 받습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김 씨가 진술을 계속해서 번복하자 프로파일러들을 투입했습니다.

프로파일러들은 "김 씨가 이 변호사를 직접 살해 하지 않았더라도, 최소한 범행 현장에는 있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김 씨는 범행에 사용된 것과 비슷한 모양의 흉기를 직접 그려서 보여주고, 이 변호사의 이동 동선과 골목의 가로등이 꺼진 정황까지 설명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따라서 김 씨가 직접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폭넓게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 변호사 피살 사건은 제주의 대표적인 미제사건 중 하나로 남아있었으나, 김 씨가 지난해 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살인을 교사했다고 자백하는 취지의 주장을 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 올랐습니다.

제주지역 조직폭력배인 유탁파의 전 행동대원 김 씨는 지난해 6월 27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인터뷰에서 1999년 10월 당시 조직 두목인 백 모 씨로부터 범행 지시를 받아 동갑내기 손 모 씨를 통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초 두목은 다리를 찔러 겁을 주라고 했지만, 자신의 말을 듣고 직접 행동에 나선 손 씨가 피해자가 저항하는 과정에서 살해했다는 것이 김 씨의 진술입니다.

하지만 경찰은 김 씨가 백 씨의 범행 지시를 받았을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 씨가 범행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시기에 백 씨는 교도소에 수감 중인 상태였습니다.

다만, '이 변호사를 왜 죽였는지' 구체적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아직 파악된 내용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이에 따라 김 씨의 범행 동기를 파헤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함구하고 있으나 범행 동기를 파악하기 위해 검찰 송치 후에서도 계속해서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범행에 대한 정확한 실체에 다가가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또 일각에서 제기된 전 제주도지사나 도내 대형 나이트클럽 운영자 배후설 등에 대해서도 다각도로 수사 중입니다.

한편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증거물 보관실에 이 변호사가 사망했을 당시 입고 있던 양복 등을 발견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유전자(DNA) 검사를 의뢰했지만, 이 변호사 외에 다른 DNA는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