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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BBQ '청년스마일' 프로젝트, 청년을 웃게 할까? 울게 할까?

"청년들에게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습니다."

39살 김 모 씨가 BBQ에 지원서를 냈습니다. 문장마다 절실함이 느껴지는 부분이 많습니다. 지원서 마지막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꼭 성공해서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에게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습니다."

김 씨는 코로나 시국에 편의점을 운영하다가 경영난에 폐업했습니다. 나이는 곧 마흔을 바라보는데, 수입은 일정하지 못했습니다. 아르바이트로 버텼습니다. 이런 와중에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BBQ 치킨 집을 무상으로 차릴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겁니다.

박찬범 취재파일용
 

'청년 스마일' 프로젝트?

친구가 본 공고는 BBQ의 청년스마일 프로젝트입니다. BBQ가 진행하는 일종의 청년 창업 지원 프로그램입니다. BBQ는 선발된 창업 희망자에게 약 8천만 원 상당의 초기 창업비용을 무상으로 제공한다고 기재돼 있습니다.

박찬범 취파용 이미지 수정

김 씨는 하늘이 주신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장 돈이 없어도, 치킨 집을 하나 차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친구와 함께 당장 지원서를 내고, 면접 준비를 했습니다.
 

17.5대 1, 경쟁 뚫고 선택된 청년들

김 씨는 1차 서류전형에 합격하고, 면접도 보러 갔습니다. 최종합격이었습니다. 가족들에게도 자랑했습니다. BBQ 덕분에 돈 한 푼 없이 치킨 집을 차릴 수 있게 됐습니다.

총 3,500팀이 지원했다고 합니다. 이 가운데 200팀이 선발됐습니다. 이들은 경기 이천의 치킨대학에서 일정 기간 교육을 받고 창업 절차를 밟게 됩니다. 빠르면 9월 1일부터 첫 가게가 문을 열게 됩니다.

박찬범 취재파일용
 

BBQ 미래꿈희망기금?

하나의 변수가 등장했습니다. BBQ 미래꿈희망기금입니다. BBQ가 청년스마일 프로젝트 공고를 낼 당시에도 명기된 부분입니다. 선발된 팀은 36개월 기간 동안 미래꿈희망기금을 내야 한다는 점입니다. 액수는 쓰여 있지 않았습니다.

박찬범 취재파일용
 

월 최대 194만 원, 반발하는 지원자들

합격한 창업 지원자들에게는 액수가 관건이었습니다. 일부 지원자는 오리엔테이션 진행 전부터 기금이 얼마인지 끊임없이 문의했습니다. 오리엔테이션 날에 알려주겠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박찬범 취재파일용

그 액수를 최근에 듣게 됐습니다. 월 최대 194만 원이라고 합니다. 3년간 총 납부액을 따지면 6,984만 원입니다. 사실상 8천만 원을 무상지원 받지만, 3년이 지나면 이 가운데 대부분을 기금 납부 형식으로 돌려줘야 합니다. 일부 지원자는 액수가 이렇게 컸다면, 애초에 지원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박찬범 취재파일용
 

청년을 웃게 할까?

합격한 지원자들은 일단 돈 한 푼 없이도 가게를 열게 됩니다. 가게 위치는 BBQ가 최종적으로 정해줍니다. 지원자가 써 낸 희망지역 3곳을 고려해 배정합니다. 지원자들은 정식으로 매장 운영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창업 이후 3개월 지나면 3년간 달마다 최대 194만 원을 내야 합니다.

지원자는 3년간 월 최대 194만 원 기금을 내면, 다음에는 가게를 정식 인수할 수 있습니다. BBQ가 낸 가게 임대보증금을 승계하면 됩니다. 결과적으로 지원자는 목돈 하나 없이 가게를 열 수 있고, 3년 뒤 내 가게가 될 수 있습니다.
 

청년을 울게 할까?

지원자 입장에서는 일종의 대출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초반에 8천만 원 상당의 지원을 받지만, 결국 희망기금 형식으로 대부분 돌려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월 194만 원은 자영업자 입장에선 결코 작은 액수가 아닙니다.

지원자는 월세, 인건비, 배달 수수료 등 모든 비용을 다 부담하고 거기에다 월 최대 194만 원을 더 내야하는 겁니다. 한때 BBQ 매장을 운영했던 점주에게 문의해봤습니다. 부정적인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정말 상권이 좋은 자리가 아니고서야 추가 비용을 감당하긴 쉽지 않다고 합니다. 3년을 버틸 수 있는 창업 지원자는 몇 명 없을 거라고 말합니다.

앞서 SBS와 인터뷰를 했던 김 씨도 고민 끝에 창업 포기 의사를 밝혔습니다. 김 씨는 BBQ로부터 기만을 당했다는 기분이 든다고 합니다. 애초에 희망기금 액수를 알았다면 지원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가족들에게 BBQ 매장을 차릴 수 있게 됐다고 자랑까지 했지만, 3년간 월 최대 194만 원을 내야 한다는 조건에 그만 창업의 꿈을 접었습니다.

박찬범 취재파일용
 

월 최대 194만 원? 하루 닭 65마리 판매

BBQ 측에 문의해봤습니다. 월 희망기금 194만 원은 월 매출 4,500만 원을 기준으로 산정한 금액이라고 합니다. 월 매출 4,500만 원을 기록하려면 하루에 닭 65마리를 팔아야 합니다. BBQ 측은 월 매출 4,500만 원이면 희망기금으로 월 194만 원을 내도 가게 운영에 지장이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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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닭 65마리

하루에 닭 65마리를 판매하는 건 현실적인 목표인가요? 물론 BBQ 매장 가운데서도 물론 그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곳도 있습니다. 비현실적인 하루 판매량은 아닙니다. 하지만 하루에 30마리도 팔기 버거운 매장들도 전국에 더러 존재합니다.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하루 평균 닭 65마리를 팔려면,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을 매일 해야 한다며 비꼬는 글도 올라왔습니다.
 

비즈니스가 아닌 프로젝트

희망기금이 논란이 일자 BBQ 측은 이번 프로젝트는 '비즈니스'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어디까지나 청년들을 지원해 주기 위한 프로젝트라고 합니다. 3년 기간을 다 채우지 않은 상황에서, 운영을 포기해도 별도의 위약금은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희망기금도 매장 상황에 따라 최대 9개월을 유예 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BBQ는 이번 프로젝트가 가맹점을 늘리기 위한 꼼수가 아닌 '선의'로 시작된 프로젝트라고 강조했습니다.
 

9월 1일부터 오픈 시작

이번 프로젝트에 합격한 팀은 총 200팀입니다. 2인 1조로 구성된 만큼 400명이 참가했습니다. 400명의 운명이 걸려 있습니다. 이들은 다른 일을 제쳐두고 이번 프로젝트에 명운을 걸었습니다. 200팀은 총 6개 조로 나눠져 있습니다. 이들은 교육을 수료한 대로 순차적으로 가게를 오픈합니다. 가장 빠른 팀은 9월 1일부터 문을 엽니다.

이들 400명은 3년 뒤에도 BBQ 매장을 운영하고 있을까요? 이번 청년스마일 프로젝트는 청년을 웃게 할까요? 울게 할까요? 이들은 창업 성공신화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고, 단순 마케팅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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