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마부작침] 아프가니스탄 난민, 어떻게 봐야 할까요?

[마부작침] 아프가니스탄 난민, 어떻게 봐야 할까요?
"순식간에 수도가 함락됐다. 여기저기 총성이 들리고 화염도 보인다. 하루빨리 이곳을 벗어나야겠다. 같은 민족인데, 서로 믿는 신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민간인에게 총을 쏘고 무자비한 전쟁을 일으켰다. 나와 내 가족의 안전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모든 다 할 생각이다. 전쟁의 참상에서 어떻게 해서든 벗어날 것이다. 저 바다 건너에선 그럴 수 있다. 이곳을 떠나야겠다. 나는 불가하다면 내 자식만이라도."

마부뉴스

202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피난민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난민은 맞지만 아프가니스탄의 이야기가 아니거든요. 71년 전 1950년, 한국전쟁 때의 우리나라 이야기죠. 난민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국가, 대한민국. 우리나라에 아프가니스탄 난민이 들어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로 여기저기가 시끌벅적합니다. 그래서 오늘 마부뉴스가 던지는 질문은 이겁니다.

"아프가니스탄 난민, 어떻게 봐야 할까요?"
 

난민의 나라, 대한민국

응? 할 수 있을 겁니다. 아프가니스탄 난민 이슈에 우리나라 이야기는 왜 하는지, 그리고 왜 대한민국이 난민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국가인지 말이죠.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그 해 겨울 UN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우리나라를 위해 한국재건단을 구성했습니다. 이름하여 운크라(UNKRA, UN Korea Reconstruction Agency). 전쟁 이전 수준으로 대한민국을 재건하고, 전쟁을 피해 피난 온 사람들과 실향민들을 돌보는 일을 이 운크라가 담당했습니다. 그리고 이 기구는 현재 UN 난민기구의 모태가 되죠. 대한민국의 시작에 난민기구가 존재하는 겁니다.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우리나라는 1992년,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에 가입하고 1994년부터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본격적으로 난민을 수용했어요. 그리고 2012년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하죠. 난민으로 전 세계의 도움을 받던 우리나라가 아시아의 어느 나라보다 먼저 난민을 위한 법을 제정한 겁니다. 2013년부터 난민법이 시행되면서 우리나라를 찾는 난민들이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1994년과 비교해보면, 당시 난민 신청이 단 5명인데 2018년엔 그 수가 1만 6천173명으로 무려 3천 배 넘게 증가했거든요. 2019년부터는 그 규모가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마부뉴스


난민으로 신청했다고 해서 다 난민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습니다. 엄격한 심사를 받고 나서야 그중에 일부만 난민으로 인정을 받게 되거든요. 우리나라에서 난민 지위로 인정받는 경우는 신청자의 2.8% 수준입니다. 100명이 심사를 받으면 3명만 난민으로 인정받는 건데, 2018년부터는 그마저도 감소하고 있어요. 위의 그래픽을 봐볼까요? 2014년엔 1천574명이 심사를 받으면 6%인 94명은 난민으로 인정됐지만, 올해는 5천370명이 심사를 받아서 28명만 난민으로 인정됐습니다. 그 비율이 0.5%입니다. 전 세계 난민 인정 비율이 20% 후반에서 30% 초반이라고 하니 엄청난 격차인 거죠.

어려운 심사를 뚫고 우리나라에 들어온 난민들은 어느 나라 출신들이 많을까요? 2020년 기준으로 여태껏 난민 신청자 중에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국가는 중국입니다. 신청자 10명 중 1명은 중국 출신일 정도죠. 다음은 카자흐스탄인데, 중국과 비슷한 비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2020년 한 해만 보면 러시아가 1등인데, 2019년에도 중국을 제치고 1등을 차지했습니다. 항상 난민 신청국 1위를 차지했던 중국이 그 자리를 뺏긴 건 2019년이 처음입니다. 2020년에도 그 흐름이 이어진 셈인데 전문가들은 2013년 이후 러시아와 우리나라가 비자 면제 협정을 맺으면서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러시아인 규모 자체가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하고 있어요.
 

난민의 나라, 아프가니스탄

전 세계 시선이 모인 아프가니스탄 난민,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자그마치 20년 동안 이어진 전쟁의 결과거든요. 시곗바늘을 20년 전으로 돌려볼게요. 2001년 9월 11일 미국의 심장 뉴욕과 펜타곤이 동시에 테러 공격을 당합니다. 미국은 즉각적으로 테러의 배후인 알 카에다와 오사마 빈 라덴을 축출하기 위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죠. 당시 탈레반은 오사마 빈 라덴을 지원하는 세력이었습니다. 미군의 공습으로 탈레반 정권은 축출됐고, 그곳엔 새로운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들어섰죠. 하지만 완전히 소멸하지 않은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을 다시 탈환하기 위해 계속해서 미군과의 교전을 벌였어요. 그 전쟁이 무려 20년간 이어져 왔던 겁니다.

막대한 예산이 밑 빠진 독 마냥 계속해서 들어가고, 이어지는 교전으로 사상자가 나오면서 미국의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게 됐어요. 오바마 정부도 그랬고, 트럼프 정부도 마찬가지였죠. 결국 바이든 행정부가 올해 9월 11일까지 모든 미군 병력을 철수시키겠다고 칼을 뽑아 들었습니다. 7월 2일 미군이 완전 철수하자, 순식간에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해버립니다. 8월 15일, 결국 아프가니스탄 정부 탈레반에 항복하게 됩니다. 탈레반을 막아주던 미국과 정부가 사라지자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의 대탈출이 시작됐습니다.

마부뉴스


이미 그전부터 아프가니스탄 국민의 탈출은 계속됐었어요. 2001년부터 2020년까지의 아프가니스탄 난민의 규모는 매년 265만 명 수준인데, 올해 7월 경상북도의 인구가 263만 1천649명이니 해마다 경북도민만큼의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조국을 떠나는 상황인 거죠. 2020년의 아프가니스탄 난민은 259만여 명. 가장 많은 145만 명을 파키스탄이 수용했습니다. 이란은 그 절반 수준인 78만 명을 받아들였고요. 파키스탄과 이란은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접하고 있어서 수용 규모가 커졌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3위는 뜻밖의 국가인데 바로 독일입니다. 독일은 18만 명 규모의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수용했어요.
 

대한민국에 들어오는 아프간 난민들

탈레반을 피해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의 대탈출이 시작되자 미국은 난민들을 주한미군기지에 임시 수용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미 국방부가 우리나라에게만 요청을 한 건 아니고 일본, 독일, 코소보, 바레인, 이탈리아 등 미국의 군사시설을 가진 다양한 나라와 접촉 중인 상황이죠. 캐나다는 아프가니스탄 난민 2만 명 수용을 약속했고, 영국도 총 2만 명의 난민 수용 계획을 발표했어요. 당장 올해는 5천 명 수준으로, 여성과 아동, 탈레반의 억압을 받는 종교인과 소수민족을 대상으로 한다고 하죠.

주한미군 주둔지에 난민을 수용하려던 계획은 최종적으로 없던 일이 됐습니다. 미국이 일본과 우리나라에 난민을 수용하려던 계획을 철회했거든요. 대신 우리나라는 따로 아프가니스탄 인력 391명을 "특별공로자"라는 이름으로 한국으로 이송하기로 발표했죠.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됐던 한국군을 도왔던 인력과 아프간 재건 임무에 참여한 의료인력, 기술자, 통역을 담당했던 공로를 인정한 셈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난민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끊이질 않고 있어요. 주한 미군 수용 상황이 처음으로 전해지자 국내 여론은 시끌시끌해졌죠. 난민을 받지 말아야 한다는 국민청원이 올라왔고, 청원에 찬성하는 인원이 2만 명 가까이 되더라고요. 국민청원 글에는 "아프간인들의 종교는 한국인과 절대 어울려 살 수 없다"면서 난민을 반대했습니다. "난민들을 받는 순간 우리는 테러에 노출되기 시작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말이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마부뉴스


"잠재적 테러리스트"라는 시선을 우리가 받게 된다면 어떨까요? 실제로 벌어지지 않은 일이니까 크게 감이 오지 않는다면… 현실을 말해드릴게요. 전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은 현재도 아프가니스탄과 비슷한 취급을 받고 있거든요. 한반도 유사 상황에 대한 일본의 대책에는 대한민국의 전쟁 난민을 선별적으로 받을 것이라는 계획이 포함되어 있어요. 그 이유는? 북한 공작원들이 피난민을 가장해 일본에 들어오는 걸 막기 위해서죠.

뿐만 아니라 일부 혐한주의자들이 재일동포들을 향해 던졌던 혐오 표현과 폭력을 생각해보세요. 그들은 재일동포에게 일본에게 피해를 줄 잠재적 가해자라는 삐뚤어진 시선으로 "테러리스트"라는 말을 던졌어요.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던 시기를 생각해보면, 일부 국가에서 아시아인들을 향해 혐오적 표현을 거리낌 없이 던졌고 심지어는 폭력사태까지 일어났었죠. 우리가 비난했던 그들과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반대하는 우리는 과연 얼마나 다른 걸까요.
 

우리는 그들을 반대할 수 있을까?

난민을 받아들이지 말자는 여론이 우리나라에만 있는 건 아닙니다. 당장 터키와 그리스는 아프가니스탄 난민의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지역에 장벽을 세우겠다고 발표했어요. 오스트리아도 아프가니스탄 난민 수용을 배제했고, 난민 추방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 인접 국가에 추방 센터를 건립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고 하죠. 스위스 역시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받지 않겠다고 하고요.

일부 선진국에서는 난민 신청제도를 고도화해서 난민의 유입을 줄이는 방법도 쓰고 있어요. 애초에 신청 자체를 어렵고 복잡하게 만들어서 난민 신청자를 줄이는 거죠. 통과하기 어려운 난민 심사 제도를 만들어주고 그 행정 절차만 기계적으로 준수될 뿐인 겁니다. 전문가들은 난민을 받아들이기 위한 인도주의적 관점의 철학은 사실상 녹아 없어졌다고 지적하고 있어요. 그 지적은 우리나라도 피할 수 없습니다. 지난해 법무부에서 발표한 난민법 개정안은 난민 재신청 절차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거든요. UN을 비롯해 국내외 시민단체는 모두 난민 신청자의 권리를 크게 제약한 개악이라고 반발하고 있죠.

마부뉴스


모로코, 아이티, 에콰도르,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룩셈부르크 등 무려 67개국이 한국전쟁에서 우리나라를 지원하기 위해 손을 걷었습니다. 인류의 역사 중 가장 많은 국가가 단 하나의 국가를 돕기 위해 지원한 전쟁이 바로 한국전쟁이거든요. 이 기록으로 기네스북에도 올라와 있기도 해요. 한국전쟁 직후 한국 재건을 위해 만들어진 운크라와 비슷한 시기에 팔레스타인에서도 UNRWA라는 난민 구호기구가 생겼어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팔레스타인의 난민을 돕고 재건을 도와주는 목적이었죠. 이 기구는 2021년 현재에도 활동 중입니다. 그 사이 우리는 G7에 초청됐고, 선진국 이름표를 달았습니다. 전 세계의 손길이 없었다면 우리나라도 모르는 일이었겠죠.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이타적 수혜를 받은 우리나라가, 어쩌면 세상 어느 나라보다 난민에게 배타적 시선을 보이는 건 아닌가 싶어요. 오늘 마부뉴스가 준비한 질문은 여기까지입니다. 난민에 대한 여러분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본 기사는 마부작침 뉴스레터를 편집한 기사입니다)

마부작침

마부작침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56136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김선경, 주영은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