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월드리포트] 중국 "중국산 백신 1차 접종만으론 효과 '미미'"

중국산 코로나19 백신의 효능을 둘러싼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산 백신을 받아들인 다른 나라에서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거나 숨지는, 이른바 '돌파 감염'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델타 변이가 전 세계 지배종이 된 상황에서 중국산 백신에 대한 신뢰도는 더 흔들리고 있습니다.

물론 화이자나 모더나 등 다른 백신에서도 델타 변이 돌파 감염 사례는 상당수 보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지금까지 델타 변이 효능에 대한 이렇다 할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아 불신을 더 키워 왔습니다. 지난달 중순까지도 "델타 변이에 대한 중국산 백신, 즉 시노백·시노팜 백신의 예방 효과는 보고된 게 없다"는 게 우리 방역당국의 공식 입장이었습니다. 나아가 시노백과 시노팜은 최근 "델타 변이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금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백신은 델타 변이에 효과가 떨어진다는 방증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중국산 백신, 델타 변이 탁월한 효능 입증…예방 효과 70~78%"

이런 가운데, 중국 방역당국이 처음으로 관련 데이터를 공개했습니다.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는 20일 '델타 변이에 대한 광둥성의 백신 효과 연구'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게재했습니다. 중국 백신은 바이러스의 유전정보가 담긴 '메신저 리보핵산'(mRNA)을 이용한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과 달리, 약하거나 죽은 바이러스를 이용한 비활성화 백신(불활성화 백신 또는 사백신)으로 개발됐습니다. 중국은 이번 연구가 "델타 변이에 대한 비활성화 백신의 첫 효능 연구"라며 "중국 백신의 실제 효능 정보를 추출한 사례"라고 스스로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가 공개한 '델타 변이에 대한 광둥성의 백신 효과 연구' 보고서

이번 연구는 광둥성 질병예방통제센터가 지난 5월과 6월 광저우·선전시 등에서 발생한 델타 변이 환자와 밀접 접촉자 등을 대상으로 진행했습니다. 연구팀은 보고서에 "중국산 백신이 델타 변이에 대해서도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됐다"고 썼습니다. 3주 이상 간격으로 1·2차 접종 모두 완료 후 2주 이상 경과한 사람의 경우 델타 변이에 대한 예방 효과가 미보정치 78%, 보정치 70%로 나타났다고 했습니다. 연구팀은 또 중증질환에 대해선 100%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습니다.
 

"1차 접종자의 예방 효과는 1.4~8.4% 뿐"…1·2차 접종 차이 왜 큰가

하지만 이보다 더 눈에 띄는 대목은 중국산 백신을 1차만 접종한 사람들에 대한 결과였습니다. 연구팀은 1차 접종자의 델타 변이 예방 효과는 미보정치 1.4%, 보정치 8.4%에 불과했다고 기록했습니다. 연구팀도 2차 접종 완료자와 비교해, "대조적으로",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등의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1차만 접종했을 경우 델타 변이 예방 효과가 거의 없었던 것입니다. 다만, 백신을 한 차례도 맞지 않은 사람에게선 19건의 중증 사례가 보고된 반면, 1차 접종자에게선 심각한 증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연구팀은 덧붙였습니다.

보고서의 일부분. 중국산 백신을 1차만 접종한 사람의 델타 변이 예방 효과는 1.4~8.4%로 나타났다고 돼 있다.

궁금증이 안 생길 수 없습니다. 중국산 백신의 1차 접종과 2차 접종이 어떻게 다르길래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걸까요? 영국과 캐나다 등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1차 접종 시 감염 예방 효과가 화이자는 35∼56%, 모더나는 72%이고, 입원과 중증 예방 효과의 경우 화이자는 94%, 모더나는 95%로 나타났습니다. 때문에 우리 방역 당국은 일단 1차 접종이라도 늘리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이런 논리가 중국산 백신에는 통하지 않는 셈입니다. 중국 연구팀은 "델타 변이 예방을 위해선 2차 접종이 중요하다"며 "1차 접종을 마친 사람은 접종 권장 요령에 따라 가능한 한 빨리 2차 접종을 마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21일 중국의 코로나19 신규 환자 수는 32명으로, 이 가운데 28명은 해외 유입 환자이고, 4명이 중국 본토에서 감염된 환자입니다. 중국이 환자 통계에 넣지 않는 무증상 감염자는 21일 19명이 새로 나왔지만 이 역시 모두 해외 유입 사례입니다. 중국 방역당국의 발표만 놓고 보면, 중국이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보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약해 보이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게 중국산 백신의 효능인지, 환자가 발생하면 즉각 해당 지역을 봉쇄하고 모든 주민에 대한 코로나 검사에 돌입하는, 중국 특유의 봉쇄식 방역 조치 때문인지는 불분명합니다. 20일까지 중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횟수는 19억 2439만 회인데, 이 중 2차 접종 완료자가 몇 명인지는 따로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중국의 코로나19 권위자 중난산 중국공정원 원사는 "연말이 되면 백신 접종자가 전체 국민의 80% 이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아울러 "중국산 백신의 효능이 약 70%라는 점을 고려할 때 전체 인구의 80%가 백신을 맞아야 집단 면역이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서 70%라는 수치는 앞에서 연구팀이 발표한 수치(보정치)와 일치합니다. 중국도 아직 갈 길이 먼 셈입니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부터 중국산 백신 접종자에 대해서도 입국 시 격리 면제 조치를 해주고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2차 접종 완료 후 2주가 지난 사람'으로 한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국 연구팀 발표대로라면 70% 이상의 예방 효과를 보이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이번 연구도 국제사회로부터 얼마나 신뢰를 받을지 의문입니다. 연구 대상이 몇 명인지, 보고서나 중국 매체의 관련 보도에서 찾을 수 없습니다. 당장 중국은 모든 시계가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맞춰져 있습니다. 내년 하반기 시진핑 주석의 3연임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동계올림픽의 성공은 중국에게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이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계속 자국산 백신만 고집할지도 관심사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