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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스페셜리스트] 불타는 얼음의 땅…알고 보면 우리 얘기

러시아 시베리아는 지금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푸른 초목이 우거질 시기입니다.

그런데, 하늘에서 바라보니 올해는 온통 잿더미가 됐습니다.

러시아 산불 올해도 심각합니다.

심지어 올해는 산불이 사람 사는 데까지 번져 집을 집어삼켰습니다.

왜 얼음의 땅, 러시아 시베리아가 불타고 있는 것일까요?

이것은 NASA에서 촬영한 위성 영상입니다.

위아래 보이는 하얀색이 구름인데요, 구름보다 더 큰 연기가 시베리아의 하늘을 가득 뒤덮고 있습니다.

피해가 심한 야쿠츠크라는 도시는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연기가 가득 찼습니다.

시베리아 화재/야쿠츠크

지금까지 시베리아에서 불탄 면적만 무려 780만 헥타르.

우리나라 면적이 1천만 헥타르 정도니까 우리나라 넓이의 78%가 불탔다는 이야기입니다.

산불 원인에 대해서 현지 언론들은 담뱃불이나 모닥불에 의한 실화나 불법 벌목의 흔적을 없애기 위한 방화 가능성에 주목하는 반면, 번개 같은 자연 발화 가능성은 좀 낮게 보고 있습니다.

그럼 불은 언제까지 탈까요?

시베리아의 면적은 우리나라의 100배가 넘습니다.

사람이 끌 수 있는 불이 아니라는 것이죠.

러시아의 정책도 문제입니다.

해당 산림이 주는 이득보다 불을 끄는 데 드는 비용이 더 크다면, 아예 불을 끄지 않고 내버려두는 것을 택합니다.

이렇게 놔두면 불이 꺼질까요?

시베리아 화재

시베리아는 사실 겨울이 와도 불이 꺼지지 않습니다.

현지 언론이 올해 2월에 촬영한 영상인데요, 언뜻 보면 온천 같지만, 사실은 연기입니다.

땅 밑에 불씨가 꺼지지 않고 살아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시베리아의 땅이 '이탄'이라는 이끼와 식물 잔해가 가득한 물질로 이루어져서 불이 잘 붙기 때문입니다.

나무가 아니라 땅이 불타는 것인데 이 불이 몇 개월 지속되기도 하고, 혹한에도 불씨가 꺼지지 않고 버티다 봄에 다시 산불을 만드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일차적인 원인이고, 핵심은 기후변화입니다.

시베리아가 갈수록 고온건조해져 불이 더 잘 붙게 됐는데, 이것이 지난 30년 동안 시베리아 토양의 평균 수분 함량입니다.

작년에도 측정을 해봤는데, 평년보다 20%나 줄어 땅이 메마른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시베리아 기온도 보시는 것처럼 들쭉날쭉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급격히 오르다가 올여름에는 38도까지 치솟았습니다.

기후변화가 키운 산불은 그대로 온난화를 앞당깁니다.

시베리아와 북극, 남북의 얼어붙은 땅, 영구동토층은 지구 대기의 2배나 되는 탄소를 저장하고 있습니다.

영구동토층이 모두 녹으면, 이산화탄소 농도는 3배 넘게 늘어날 수 있겠죠.

그러면 시베리아도 더 건조해지고 산불도 더 자주 일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시베리아는 혼자만 아프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와 미국 같은 중위도 지역 상공에는 제트기류라고 하는 강한 바람이 부는데, 이것이 선풍기처럼 대기를 순환시켜줍니다.

이 제트기류는 찬 공기와 더운 공기 사이에서 만들어지는데, 시베리아가 산불과 온난화로 급격히 더워지면서 제트기류 형성 지점도 점점 북쪽으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중위도 지역은 대기가 돌지 않고 정체돼서 더운 곳은 계속 덥고,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하면 오랫동안 이어지는 것입니다.

시베리아 산불이 먼 나라 이야기 같겠지만, 알고 보면 우리 이야기입니다.

(영상취재 : 조춘동·김세경, 영상편집 : 황지영, CG : 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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