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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손에 죽을 것"…아프간 필사의 탈출 행렬

"탈레반 손에 죽을 것"…아프간 필사의 탈출 행렬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이 유화 입장을 보인 것과 달리 실제로는 잔혹한 폭력과 위협이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서방 언론들이 보도했습니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아프간인들은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탈출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영국 BBC 방송 보도에 따르면 영군 통역사로 일하던 우스만(가명)은 아침 일찍 아내와 이웃과 함께 대피하던 중 탈레반을 맞닥뜨렸습니다.

탈레반은 집안에 사람들이 감춰둔 무기나 문서, 정부차량이 없는지 수색하고, 누가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나 정부를 위해 일했는지를 캐묻고 다녔고 우스만은 이들을 피해 벽을 뛰어넘어 달아났습니다 우스만은 인터뷰에서 "그들의 손에 죽을 것이라고 직감했고 달아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외국군대의 통역사였다 현재 한 대도시의 아파트에 은신중인 하쉠(가명)은 BBC 인터뷰에서 갖고 있던 모든 문서를 파쇄한 뒤 카불 공항에 달려갔지만 결국 탈출에 실패했고 다른 나라로 달아날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쉠은, "탈레반이 '미국인들이 사람들을 외국으로 대피시키겠다는 가짜뉴스가 퍼져있으니 다른 사람들에게 공항에 오지 말라고 전하라'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탈레반은 카불 공항에서 외국으로 탈출하는 사람들을 막지 않고 있다고 공언하지만 실제로는 탈레반의 방해에 가로막혀 공항 입구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카불 공항 일대는 탈출을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로 아수라장이 됐고 경고사격과 최루탄 발사로 사람들을 해산하려는 시도도 있었다고 미국의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습니다.

다만 경고사격이나 최루탄 발사 주체가 미군인지, 다른 외국군대인지, 아니면 탈레반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외국 군대나 아프간 정부를 위해 일한 사람들 뿐만이 아니라 각종 내외신 언론에서 일한 여성들도 탈레반 집권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BBC는 언론사에서 일한 여성 아이다(가명)의 말을 빌려 탈레반이 이 여성과 남편을 찾으러 집에 두 차례나 찾아왔으며 가족들에게 여성의 소재를 묻고 찾으면 살해하겠다는 협박 문자메시지도 보냈다고 보도했습니다.

사미라(가명)라는 또다른 여성은 "탈레반은 정부, 기자, 여권운동가들을 색출하고 있다"면서 "비자가 없어 공항에도 갈 수 없고 돈도, 아무런 지원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아프간 전역에서는 탈레반의 살인, 구금, 협박 등 사면 약속과 모순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는 최근 조사를 통해 탈레반이 지난달 초 가즈니주에서 하자라족 민간인 9명을 살해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슬람 시아파인 하자라족은 아프간에서 인구가 3번째로 많지만, 탈레반의 주축을 이루는 이슬람 수니파 파슈툰족에 의해 줄곧 탄압을 받아왔습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어제(20일) 탈레반이 자사 기자를 잡기 위해 그의 집에 들이닥쳐 가족 한 명을 사살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탈레반은 이미 사회활동이 활발한 여성들에 대한 탄압에 들어갔습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아프간 국영방송 RTA의 여성 뉴스진행자 샤브남 다우란과 카디자 아민은 방송을 위해 출근했지만 탈레반이 가로막아 사무실에 들어갈 수조차 없었습니다.

탈레반이 임명한 새 RTA 국장과 잠시 얘기를 나눈 이들은 방송 출연을 못 하게 됐다는 말을 전해 들었습니다.

이번 사건은 여성이 정부와 공적 생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밝힌 탈레반 고위 관리들의 발언과 극명하게 대조된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지적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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