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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서 떠들다가…딱 걸린 '22년 미제 살인' 용의자

<앵커>

22년 전 제주에서 한 변호사가 숨진 채 발견됐지만, 지금까지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었습니다. 공소시효마저 지난 줄 알았는데, 저희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이후 경찰이 재수사에 나서면서 유력한 용의자가 붙잡혔습니다.

늘어난 공소시효 덕분에 처벌도 가능하게 됐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신정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1999년 11월 5일, 제주의 한 도로에 멈춘 승용차에서 한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흉기에 팔과 가슴 등을 무참히 찔린 채였는데, 이 모 변호사로 확인됐습니다.

그러나 단서는 발견되지 않았고, 사건은 20년 넘게 미궁에 빠졌습니다.

그러던 지난해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이 사건을 잘 안다는 제주 지역 조직폭력배 김 모 씨가 직접 연락해 온 겁니다.

[김 모 씨 : 그 오더를 받고 실행하다가 사실 처음부터 죽일 의도는 전혀 없었어요.]

김 씨는 두목의 명령에 따라 동갑내기 조폭 '갈매기'를 시켜 이 변호사를 손보려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변호사의 거센 저항에 우발적 살인이 일어났다는 겁니다.

[김 모 씨 : 누구 동생 하나 시켜서 혼만 좀 내줘라. 다리에 한두 방.]

그러나 김 씨의 증언은 의문투성이였습니다.

범인만이 알 수 있는 구체적 내용이 불쑥불쑥 튀어나왔고,

[표창원/범죄심리분석 전문가 : 갈매기가 했다고 하는 상황들이 여기에다 갈매기를 빼고 제보자를 넣어버리면 너무 자연스럽게 모든 것들이 설명되는….]

반면 범행을 지시했다는 두목과 이를 실행한 갈매기에 대해서는 진술이 오락가락했습니다.

[김상중/그것이 알고 싶다 MC : 그의 진술을 분석하고 정황 등을 확인해본 결과 남자는 이 변호사의 살인범이거나 최소한 살해 현장에 있었던 공범으로 추정됩니다.]

김 씨는 양심의 가책을 느껴 나서게 됐다고 했지만, 방송을 이용해 누군가를 압박할 의도가 엿보였습니다.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 (이게 방송에 나가게 되면?) 위기를 느끼는 자가 있겠지. 청부한 자.]

반전에 반전.

캄보디아에 거주하던 김 씨는 방송 이후 다시 잠적했습니다.

이 제주 변호사 살인사건은 사실 2014년, '공소시효'가 만료돼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됐습니다.

그런데 최근 김 씨가 이 사건의 피의자로 붙잡혀 다시 제주로 송환됐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김 씨가 간과한 것도 바로 이 '공소시효'였습니다.

지난 수요일 제주국제공항.

캄보디아 경찰에 붙잡힌 김 씨가 제주 경찰에 넘겨졌습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이후 경찰은 사건을 다시 들여다봤습니다.

공소시효가 끝난 게 아닐 수 있다는 판단이 나왔습니다.

이 사건 공소시효는 2014년 11월에 끝났는데, 김 씨는 공소시효 만료 전 8개월여 동안 해외 도피 생활을 했습니다.

현행법상 해외로 도피했을 경우 그 기간만큼 공소시효가 늘어나기 때문에 제주 사건의 공소시효는 2015년 8월이 됐습니다.

그리고 김 씨를 붙잡을 수 있었던 건 살인사건 공소시효를 폐지한 '태완이법'이 결정적이었습니다.

태완이법 적용 기준은 2015년 7월 31일이었는데, 늘어난 공소시효 덕분에 가까스로 이 법의 적용을 받게 된 겁니다.

경찰은 즉각 인터폴 수배를 내렸습니다.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던 김 씨는 캄보디아의 한 검문소에서 현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강경남/제주경찰청 강력계장 : 국외 출입 사항 및 관련 판례를 저희가 면밀히 검토했습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것을 보고 (수사하고 있습니다.)]

김 씨는 내일(21일) 오전 제주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되는데, 살인 교사 혐의를 적용했던 경찰은 살인 혐의 입증을 위해 추가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양현철 ·강명철 JIBS, 영상편집 : 이승진, CG : 강유라, 자료협조 : 한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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