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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증만 있으면 탐정 돼"…교육도 시험도 '허점투성이'

<앵커>

지난해 법이 바뀌면서 일정 자격만 갖추면 '탐정'이라는 명칭을 공식적으로 쓸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런데 교육과정도, 자격증 시험도 허점투성이였습니다.

조윤하 기자가 직접 탐정 자격증 시험을 치르면서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의 한 탐정사무소에 특정인의 주소를 알아낼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A 씨/사설 탐정 : 저희 몸만 나가잖아요? 그럼 50만 원이에요. 하루에. 보통 휴대전화 번호로 찾는 건 택배로 찾아요. 택배나 배달 앱을 이용하는 걸로….]

[B 씨/사설 탐정 : 결혼한 사람이라고 하면 자기 가족을 찾으면 되는 거고.]

무엇이든지 척척 알아낸다는 탐정, 어떻게 될 수 있는 것인지 학원에서 상담을 받아봤습니다.

시험만 합격하면 탐정 자격증은 물론, 사무소도 직접 열 수 있다고 홍보합니다.

[B 탐정학원 직원 : 이거 하시고서 자격증 갖고 사업 내면 돼요. 사업자, 개업하는 건 어렵지는 않아요.]

또 다른 학원은 합격률 100%를 자랑합니다.

[C 탐정학원 직원 : 이때까지 제가 떨어지신 분은 한 번도 못 봤습니다. 예상 문제지 거의 그대로 나오는데, 문제의 순서만 좀 바뀌고요.]

강의는 모두 비대면으로 진행됩니다.

그런데 어떤 영상 수업은 길이가 1분밖에 되지 않습니다.

[끝났는데. 50초? 갑자기 50초에 끝났네요.]

시험도 비대면이라 당연히 시험 감독도 없고, 인터넷 검색으로 답을 찾아 써내면 그만입니다.

강의를 다 듣지 않고 응시했는데 자격증 발급 기준인 60점을 넘었습니다.

[잘 합격해서. 다행히. 개업하는 거는 따로 제한은 없어요. 현재.]

제가 조금 전에 탐정학원에 들러서 자격증을 받아 왔는데요, 자격증을 보시면 탐정 2급에 합격해서 자격증을 수여한다고 돼 있습니다.

1시간 남짓한 시험을 통과해서 이제 탐정이 됐습니다.

은밀한 정보를 캐는 특수 업무를 하는데도, 기본적인 범죄 경력을 확인하는 절차도 없었습니다.

국가공인자격증이 아닌 민간 자격증이라, 경찰의 등록 심사를 거친 업체는 누구나 탐정 자격증을 발급할 수 있습니다.

[김태석 교수/경찰청 치안전문지식 자문위원 : 전문가들이 출제해서 수준 있는 문제를 출제하고, 경찰청에서는 엄격하게 좀 관리를 해서 시장에 올바르게 정착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올해 5월까지 탐정자격증 발급 기관으로 경찰청에 등록된 곳은 모두 75곳.

경찰이 정기 점검을 벌이고는 있지만, 자격증 발급 단계부터 세밀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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