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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국산 지대공 '천궁-Ⅱ' 최종 시험 통과…정부 방해 떨치고 비상하다!

국산 중거리 요격체계 천궁-Ⅱ 포대. 레이더, 사통장치, 발사대 등으로 구성됐다.

국방기술품질원이 어제(18일) 국산 중거리·중고도 요격체계인 천궁-Ⅱ의 품질인증사격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21일과 이달 18일 국방과학연구소 안흥시험장에서 군 납품 예정인 천궁-Ⅱ 양산품으로 탄도탄, 항공기 요격 시험을 했고, 백발백중했습니다. 연구개발 단계에서 충족된 성능이 양산품에도 동일하게 구현되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를 통과한 것입니다.

천궁-Ⅱ는 미국의 패트리엇 팩-3급 요격체계입니다. 고도 20km~40km에서 적 미사일과 항공기를 요격하는 지대공 미사일입니다.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KAMD의 중추가 될 무기체계입니다. 품질인증사격시험 통과로 이제는 본격적으로 양산됩니다. 항공기만 요격할 수 있는 천궁-Ⅰ은 이미 전력화가 시작됐습니다. 1년여 후면 천궁-Ⅱ 포대도 공군에 배치될 전망입니다.

천궁-Ⅱ는 참 험한 길을 걸어왔습니다. 개발도 어려웠지만 제일 큰 난관은 정책 결정 과정이었습니다. 1천400억 원 들여 어렵사리 개발을 마쳤는데 청와대 고위 관계자와 국방장관이 "노후된 무기체계이다", "비싸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를 들어 양산을 막았던 것입니다. 당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현재 여당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전 국방장관은 송영무 씨입니다. 그들은 천궁-Ⅱ의 품질인증사격시험 성공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합니다.
 

죽다 살아난 천궁-Ⅱ

2017년 국군의날 행사에 공개된 천궁-Ⅱ 발사대

2017년 9월 28일 제 69주년 국군의날 기념행사에서 우리 군 전략무기들이 대거 공개됐습니다. 현무 계열 탄도·순항 미사일과 함께 개발이 막 끝난 국산 중거리·중고도 지대공 요격체계 M-SAM 즉 천궁도 등장했습니다. 장내 아나운서가 '원샷원킬(one-shot one-kill)의 요격체계'라고 소개했습니다.

천궁-Ⅱ는 말 그대로 원샷원킬의 성능을 보여줬습니다. 1년여간 5차례 요격 시험에서 표적탄을 100% 떨어뜨려 2017년 6월 전투적합판정을 받았습니다. 요격 시험은 스커드, 노동미사일과 레이더 전파 반사 면적이 똑같이 설계된 표적탄이 음속 몇 배 속도로 낙하하는 것을 맞춰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그러니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 주관하는 국군의날 행사에 현무와 함께 위용을 드러냈던 것입니다.

속히 양산해 KAMD의 허리를 맡겨야 했습니다. 그런데 뜻밖의 장애물이 나타났습니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 "M-SAM 성능 개량사업(천궁-Ⅱ 개발 및 양산)이 송영무 장관 지시로 전격 중단됐다"고 폭로했는데, 곧바로 송 장관이 인정했습니다. 같은 해 10월 31일 국감에서 송 장관은 "(SM-3 무장 가능한) 이지스가 곧 들어오는데 그것(천궁-Ⅱ 양산)을 하면 낭비다. 돈을 먼저 생각했고 그다음에 전술적인 생각을 했고…"라고 말했습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천궁-Ⅱ는 노후된 무기체계"라며 송 장관을 거들었습니다.

국방장관과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을 종합하면 차기 이지스함에 중간 단계 요격용 미국제 SM-3를 장착하고, 대신 갓 개발을 마친 국산 천궁-Ⅱ는 도태시키자는 것이었습니다. 국방장관과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뜻이 그러하니 천궁-Ⅱ의 운명은 말 그대로 풍전등화였습니다.

SM-3의 요격 고도는 150km 이상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한반도를 표적으로 미사일 공격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정상적인 발사라면 북한 미사일은 150km까지 올라갈 일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미국제 SM-3 사자고 국산 천궁-Ⅱ를 포기하라고 하니 여론의 반발이 거셌습니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는지 송 장관과 청와대 관계자는 슬쩍 발을 뺐습니다. 그래서 우여곡절 끝에 어제 천궁-Ⅱ 품질인증사격시험 성공 소식을 듣게 된 것입니다.
 

천궁-Ⅱ의 역할은

요격 시험 중 발사되는 천궁-Ⅱ 미사일

한마디로 천궁-Ⅱ가 없으면 KAMD도 없습니다. KAMD는 중충 대공 방어망입니다. 고고도에서, 중고도에서, 저고도에서 각각 적 미사일을 요격하는 구상인데, 천궁-Ⅱ는 패트리엇 팩-3와 함께 중고도를 맡습니다. 고고도는 현재 개발 중인 국산 L-SAM과 미국 사드가, 저고도는 패트리엇 팩-2가 책임집니다.

군은 천궁-Ⅱ 10개 미만 포대, 요격 미사일 수백 발을 전력화할 예정입니다. 현재 도입하고 있는 패트리엇 팩-3 요격미사일과 기존 요격망의 주력인 패트리엇 팩-2 요격미사일을 합쳐야 천궁-Ⅱ 물량 정도입니다. KAMD의 중하층을 맡을 전력 가운데 천궁-Ⅱ는 양적 질적으로 압도적 지위를 차지합니다. 모두 함께 그야말로 원샷원킬, 백발백중해야 빠듯하게 북한 미사일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습니다. 정부 고위급들은 그런 천궁-Ⅱ를 없애려고 했습니다. 지금 돌아봐도 아찔했던 장면입니다.

송영무 전 장관의 영향력이 아직도 군에 미치고 있고, 전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현재 여당 국회의원으로서 큰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더 이상 천궁-Ⅱ의 앞길을 막지 못할 것입니다. 천궁-Ⅱ는 이제 마음껏 날아오를 일만 남았습니다. 방사청도 어제 "수출 전망이 밝다"고 했는데, 천궁-Ⅱ는 한국 방산의 역대급 수출 효자가 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성공리에 개발해낸 국방과학연구소, LIG넥스원, 한화시스템, 한화디펜스에 경의를 표합니다.

국산 무기 개발 과정을 들여다보면 정부 내부의 반대를 종종 목격할 수 있습니다. 천궁-Ⅱ처럼 아예 도태시키려는 세력이 등장하기도 하고, 개인의 이익이나 편의, 취향 등을 좇아 국산 무기의 경쟁력을 망치는 이들도 있습니다. 한국형 전투기 KF-21 사업에서는 후자의 움직임이 슬금슬금 나타나고 있습니다. 잘 감시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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