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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당신이 여태껏 버린 마스크, 얼마나 되나요?

[마부작침] 당신이 여태껏 버린 마스크, 얼마나 되나요?
내 이야기를 한번 들어볼래? 나는 오늘 오전에 집에서 업무를 보다가 팀 회의를 위해 영상회의 앱을 켜고 비대면 회의에 참여했어. 회의가 끝나니까 벌써 점심시간이더라고. 가벼운 음식을 먹겠다는 일념으로 배달 어플로 간단한 도시락을 시켰어.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배달 음식이 도착했지.  플라스틱 용기에 (맛있는 떡갈비)도시락이 담겨있었고, 같이 딸려온  일회용 수저로 맛있게 먹었어. 시간이 좀 남아서 마스크를 쓰고 집 근처 카페에 가서 테이크 아웃으로 아아 한 잔을 주문했어. 떡갈비를 너무 후다닥 먹어서 그런지 입에 묻은 양념이 마스크에 다 묻었더라고... 얼른 커피를 들고 다시 집에 들어와 쓰던 마스크를 버리고 새 마스크를 꺼냈어. 그리곤 다시 업무를 진행했지. 특별할 것 없는 나는 코로나19시대를 살고 있는 재택근무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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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내 이야기를 들어볼래? 나는 코로나19 확진자야. 선별진료소에 사람들이 검사를 받고 있길래 나도 궁금해서 받았는데 코로나19 확진자라는 거야 글쎄. 검사를 받기 위해 기다란 면봉이 내 콧속으로 들어갔고 이튿날 양성이라는 결과를 받았어. 집 앞으로 온 구급차가 날 생활치료센터로 이송해주더라고. 침대 하나 있고 TV, 미니 냉장고 정도가 갖춰진 그냥 원룸인 느낌? 다만 이 센터에 있는 동안은 생활실 밖으로 나오는 건 절대 금지야. 그냥 나는 제공된 컵라면이나 도시락을 먹고 TV보고 치료받고, 그게 다야. 다른 게 있다면 여기서 발생하는 모든 쓰레기(휴지나 페트병 등)를 주황색 봉투에 넣어야 한다는 것? 그 정도가 차이일 것 같아.

두 사람의 생활에서 밑줄 친 녀석들. 혹시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 알겠나요? 저 녀석들은 바로 코로나19 시대에 늘어난, 혹은 등장한 쓰레기들입니다. 하루 확진자 1,000명 시대가 이어지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4단계 거리 두기를 하고 있는 이 시점에 한 번쯤은 생각해볼 지점이 아닐까요. 그래서 오늘 마부뉴스가 던지는 질문은 바로 이겁니다.

"당신이 여태껏 버린 마스크, 얼마나 되나요?"
 

4차 대유행, 격리폐기물도 대유행


먼저 생소한 의료폐기물 이야기부터 해볼게요. 의료폐기물은 의료활동에서 발생하는 것 중에 우리 몸에 해를 줄 우려가 있거나, 환경보호 상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폐기물을 뜻합니다. 우리나라에선 이 의료폐기물을 3가지로 구분하는데, 첫 번째는 격리의료폐기물입니다. 코로나19처럼 감염병으로 격리된 사람에게 발생한 의료폐기물을 뜻하죠. 위에서 이야기한 코로나19 확진자의 생활쓰레기들이 모두 격리의료폐기물이 될 겁니다. 다음으로는 위해의료폐기물이 있습니다. 사람이나 동물의 장기기관이나 배양용기, 주삿바늘, 폐치료제 등 조직물부터 생화학까지 특별히 관리가 필요한 의료폐기물을 뜻합니다. 마지막으로는 붕대나 거즈 등이 포함된 일반의료폐기물입니다.

당장 코로나19로 인해 늘어난 건 격리의료폐기물입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증가세였는데, 코로나19가 그 속도를 가속시켰어요. 아래 그래프는 코로나19 격리폐기물과 확진자수를 그려본 겁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에 따라 폐기물량이 늘어나는 걸 볼 수 있죠. 지난 겨울, 3차 대유행 때의 데이터를 보면 12월엔 확진자 수가 27,117명으로 정점을 찍었습니다. 격리폐기물은 그 다음 달에 1,797톤으로 고점을 찍었는데, 그때는 코로나19 검사자 수가 142만여 명으로 최고점을 찍었던 때입니다. 4차 대유행이 시작된 7~8월의 데이터는 아직 나오질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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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대유행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7~8월의 격리폐기물 양은 상당할 겁니다. 한번 다른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늠해볼까요? 간단한 모델을 통해 격리폐기물을 구해봤습니다. 확진자 수뿐만 아니라 검사자 수 역시 격리폐기물에 영향을 주는 만큼 두 수치를 변수로 두고 7월과 8월의 격리폐기물의 양을 예측해봤습니다. (엄밀한 예측이 아니라 규모를 가늠해보기 위한 거니 양해해주시길 바랍니다) 그 결과 8월은 격리폐기물 양이 3,400t을 훌쩍 넘는 양으로 나오더라고요. 하루에 110t의 격리폐기물이 쏟아지는 겁니다.

이렇게 발생한 격리폐기물은 어떻게 처리될까요? 각별한 관리가 필요한 만큼 실시간으로 전자정보시스템에서 관리되고 있습니다. 기존의 격리폐기물은 2~7일 동안 보관하고 처리하면 됐는데, 1급 감염병인 코로나19는 조금 더 엄격하게 하고 있죠. 당일 반출을 원칙으로 당일 운반, 당일 처리로 규정이 강화된겁니다. 격리폐기물이 병원에 노출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감염경로를 엄격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격리폐기물을 포함해 대부분의 의료폐기물은 소각처리 됩니다. 2008년부터 2019년까지 지난 12년간의 소각 비율은 93.0%로 압도적이죠.
 

의료폐기물 처리에 문제는 없을까?


늘어나는 폐기물을 과연 다 처리할 수 있는걸까요? 일단 용량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격리폐기물을 제외한 의료폐기물(위해, 일반폐기물)은 월 15,400t 수준입니다. 하루 평균 496t 정도죠. 예측치지만 마부뉴스가 계산한 8월 하루 평균 110t의 격리폐기물까지 포함한다면, 8월 하루에는 600t 가량의 의료폐기물이 나오는 상황인겁니다. 2019년 기준 전국의 의료폐기물 소각 시설의 용량은 하루 613.4t. 의료폐기물 소각 업체들은 소각량에는 문제가 없는 수준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2019년 기준으로 의료폐기물 소각 시설은 전국에 14개가 있습니다. 경기권에 3곳, 부·울·경 지역에 3곳, 경북권에 3곳, 충청권에 3곳, 전남권에 2곳. 뭔가 좀 허전한 느낌이죠? 서울, 전북, 강원, 제주에는 자체 처리할 수 있는 소각시설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해외는 의료폐기물 처리할 때 발생지 처리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최대한 이동 거리를 줄여서 이동 중에 발생하는 돌발상황으로 의료폐기물이 노출되는 사고를 막기 위해서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서울, 전북, 강원, 제주에서 발생한 의료폐기물들은 무조건 권역을 넘나드는 이동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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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각장 자체가 너무 오래됐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경기 포천시에 있는 소각장은 96년에 처음으로 허가를 받아 가동된 지 24년이 넘었을 정도거든요. 14개 소각장 평균 약 16년. 15년 이상 된 소각장도 10개나 되는 상황입니다. 시설도 노후화됐지만, 과연 소각 자체를 계속 해야 하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죠. 의료폐기물을 한 번 생각해보세요. 격리자의 일반 생활폐기물과 마스크, 주사기, 의료기기 등... 이런 것들을 소각 처리하면 공기 오염이나 발암 물질 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거든요. 소각장에 오염물질 저감장치가 있지만 노후화된 시설이라는 한계도 명확합니다.

집중해 볼 지점은 온실가스입니다. 오염물질은 필터로 걸러내겠지만 온실가스는 소각하는 내내 대기로 뿜어져 나올 테니까요. 환경단체 자료에 따르면 고체 쓰레기 1t을 태우면 이산화탄소가 1.1t이 대기로 방출된다고 합니다. 소각이라는 게 폐기물 문제를 없애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거죠. 사실상 눈에 보이지 않은 또 다른 환경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소각의 대안으로 멸균분쇄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멸균분쇄는 문제가 되는 병균을 없애고 폐기물을 분쇄하는 과정을 뜻합니다. 분쇄해서 일반쓰레기를 처리하듯 의료폐기물을 처리하자는 거죠. 이전에는 멸균분쇄 시설을 짓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습니다. 2020년 9월 전에는 대학병원 200m 근처에는 어떠한 폐기물처리시설도 설치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막았거요. 지금은 개정된 상태입니다. 그렇게 되면 위탁 소각장에 보낼 필요 없이 병원의 멸균분쇄 시설에서 처리할 수 있는 거죠. 운송 시간도 줄이고, 운송 비용도 줄이고, 의료폐기물의 2차 오염도 최대한 방지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는 마스크를 얼마나 버려왔을까?


지금부터는 코시국 생활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생활폐기물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혹시 마스크를 며칠에 한 번씩 바꿔 쓰나요? 하루에 1번? 혹은 3일에 1번, 아니면 일주일에 1번?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조사를 해봤더니 우리나라 국민들은 2.3일에 1번씩 바꿔 쓴다고 답변을 했다고 해요. 계산해보면 하루 1명이 0.43개의 마스크를 쓰고 버리는 셈이니 대한민국 인구(5,182만)를 곱해보면 하루에 2,253만 개의 마스크가 소비된다는 거죠.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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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다 쓰고 나면 어떻게 하겠어요, 그냥 일반 쓰레기봉투로 넣어서 배출하겠죠. 일반 생활폐기물 처리하듯 일부는 소각되고 일부는 땅에 묻힐 겁니다. 마스크 필터에 사용되는 폴리프로필렌을 땅에 묻어 썩히는 데 걸리는 시간은 무려 450년! 게다가 소각 때는 1t을 태우면 그 무게의 3배가 넘는 3t 가량의 온실가스가 뿜어져 나옵니다. 의료폐기물 소각보다 훨씬 더 심각한 배출량인 거죠.

이렇게 처리되지 않고 바다로 떠내려간 마스크 양도 상당합니다. 환경단체인 오션스아시아가 2020년에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 바다로 유입된 일회용 마스크의 양이 15억 6,000만 개라고 합니다. 이렇게 떠내려온 마스크 줄에 발이 걸려 움직이지 못하는 새끼 갈매기 소식도 전해졌고, 먹이로 착각하고 마스크를 먹으려는 동물들도 속속 발견되고 있습니다. 해양 동물의 뱃속에서 앞으로는 일회용 마스크들이 발견될 것이라고 경고한 환경단체의 이야기가 과언이 아닐 정도죠.

작은 움직임이겠지만 마스크 끈을 가위로 잘라서 버리는 일부터 시작해보는 것도 좋을 겁니다. MIT에서는 마스크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재활용이 가능한 N95 마스크를 개발하고 있다고 하죠. 재사용이 가능한 마스크를 도입할 경우 이전 대비 환경폐기물이 75% 이상 절감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하니 기대해보자고요.
 

코로나19가 지구를 깨끗하게 해줄거야...?


비대면 활동이 늘어나면서 생활폐기물의 양도 많이 늘었습니다. 거리 두기를 강화하는 방역지침이 장기화되고 코로나19가 재유행을 하면서 폐기물 발생량이 줄지 않은 상황이죠. 2020년 8월의 온라인 음식 서비스 매출액은 1조 7,101억 원인데, 전년 동월 대비 평균 78%가 넘는 양입니다. 배달오는 음식들은 거의 대부분이 플라스틱 용기로 포장되어 있고, 이 플라스틱은 그대로 생활폐기물에 더해지겠죠.

코로나19가 인간을 자연으로부터 격리하면서 복원되던 지구의 모습을 본 기억이 있을 겁니다. 미세먼지가 사라지면서 하늘은 청명해졌고, 심지어 인도에서는 200km 밖의 히말라야산맥을 맨눈으로 볼 수 있을 정도였죠. 항공기는 멈추고 공장과 가게가 이전보다 덜 돌아가면서 자연이 회복되는 걸 우리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인간이 그동안 얼마나 지구를 많이 오염시켰는지 알게 해준 순간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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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코로나19 시국이 지속되자 "인간이 또..."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오고 있습니다. 오히려 과거보다 플라스틱 폐기물은 증가하고 있고, 재활용은 감소하고 있습니다. 발생한 폐기물은 소각되고 수많은 온실가스를 쏟아내고 있죠. 청결과 소독을 위해 사용하는 손 소독제 사용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수질 오염물질이 늘어나고 폐수와 물 소비량도 함께 증가하고 있기도 합니다. 코로나19로 잠시나마 멈춘 인간의 오염활동이 다시금 기지개를 켜는 것 같기도 하고요.

오늘 준비한 마부뉴스의 질문은 여기까지입니다. 코로나19가 쉽사리 잦아들지 않고 계속해서 변이가 등장하면서 결국에는 인류와 코로나19가 공존해야한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감염병 예방과 환경보호, 이 두 개를 어떻게 조화를 이뤄야 할지 결정할 시점이 오고 있는 것 같아요. 일단 현재를 위해 감염병 예방이 우선일까요? 아니면 미래를 위한 환경보호가 우선일까요? 여러분들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댓글에 여러분들의 생각을 남겨주세요. (*본 기사는 마부작침 뉴스레터를 편집한 기사입니다)
마부작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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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김선경, 주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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