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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타이완에 미군 3만 명 주둔?"…아프간 사태와 타이완의 불안감

"이것이 사실이라면 중국은 즉시 전쟁 방식으로 타이완에 있는 미국 군대를 소탕, 축출하고 무력으로 타이완을 수복해야 한다." <환구시보>

미국 상원의원의 트위터 게시물이 어제(17일) 중국에서 큰 논란이 됐습니다. 미국 공화당 소속 존 코닌은 최근 한두 달간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한 미군이 불과 2천500명에 불과하다면서 한국과 독일, 일본 등 다른 나라에 주둔한 미군의 수를 게시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타이완 – 30,000'이라고 적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이후 미국과 타이완의 관계가 개선되기는 했지만, 현재 미군이, 그것도 3만 명이나 타이완에 주둔하고 있다는 것은 처음 나오는 얘기입니다.

존 코닌 미국 상원의원 트위터

이 게시물에 대해 타이완 언론들은 사실이 아니라며, 네티즌들의 추정을 인용해 코닌 의원 측이 1954년부터 1979년 사이 한때 최고 3만 명의 미군 병력을 보유하다 없어진 '미국 타이완 방위사령부'에 대한 위키디피아 사이트에서 숫자를 가져다 썼을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사설을 통해 "타이완에 주둔한 미군은 중미 외교협정과 국제법, 미국 국내법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것"이라며 "미군 주둔은 타이완에 대한 군사적 침공 및 점령과 같은 것이면서 중국에 대한 선전포고 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위키디피아에서 잘못 가져다 썼을 가능성이 있지만, 미군의 타이완 주둔에 대한 중국의 반응을 떠보려 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는데 이 역시 용납할 수 없다"며 "코닌 의원과 타이완 당국의 즉각적인 해명을 요구한다"고 말했습니다. 타이완 야당인 국민당도 나서 코닌 의원 게시물에 댓글로 1979년 3월에 마지막 미군이 떠났다고 하고 있는 만큼 해프닝으로 일단락될 가능성이 크지만, 타이완을 둘러싼 긴장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갈수록 거세지는 중국의 무력 시위…"전쟁 직전의 상황"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어제 발표한 성명에서 "군함과 대잠 초계기, 전투기 등을 동원해 타이완 서남, 동부 해상과 공중에서 실사격 등 합동실전훈련을 진행했으며, 일체화 연합작전 능력을 점검했다"고 밝혔습니다. 동부전구는 "최근 미국과 타이완이 잇따라 도발하며 중국의 주권을 심각하게 침범하고 타이완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심각하게 파괴했다"며 "이번 훈련은 타이완해협의 안보 정세와 국가 주권 수호에 필요한 행동이며, 외부 세력의 간섭과 타이완 독립세력의 도발에 대한 엄정한 대응 조치"라고 강조했습니다. 환구시보 편집장이자 중국 공산당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는 후시진은 자신의 SNS에 "타이완 당국과 타이완 독립세력들은 동부전구의 경고를 듣지 않는다면 죽음을 초래할 것"이라는 말까지 남겼습니다.

중국 인민해방군 육군 5대 전구(戰區) 가운데 동부전구는 산둥과 장쑤, 저장, 안후이, 상하이 등 중국 동부 연안 지역과 타이완 해협 일대를 관할합니다. 동부전구는 '미국과 타이완'의 도발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미국과 타이완은 처음으로 해양경찰 간 회의를 공식 개최하면서 합동훈련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또 미국 국무부는 타이완에 약 7억 5천만 달러의 무기 판매를 승인했다고 의회에 통보했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는 12월 개최하는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에 차이잉원(蔡英文) 타이완 총통이 참석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국이 타이완에 판매 승인한 팔라딘 자주포

타이완은 지난 2016년 반중 성향의 차이잉원 총통이 집권하면서부터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됐고, 미국에선 트럼프 전 행정부에 이어 바이든 대통령도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타이완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타이완에 대한 중국의 무력 시위는 갈수록 수위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동부전구는 지난 6월 8일 성명에서 72집단군 산하 여단이 푸젠성 해역에서 상륙함에 장비와 물자를 싣고 내리며 수륙양용함의 수상운전을 하는 훈련을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성명이 나오기 이틀 전 미국 상원의원 3명이 전략수송기 C-17를 타고 타이완을 방문했었습니다. 지난달에는 푸젠성 해안에서 동부전구 제73집단군 수륙양용 혼성여단 소속의 기갑부대 등이 참여한 대규모 상륙훈련이 실시됐습니다. 중국이 자체 개발한 05형 수륙양용장갑차 수십 대가 바다로 들어간 뒤 대형 상륙함에 승선하는 식으로 장거리 이동을 했고, 실탄 사용 훈련도 진행됐습니다.

중국 인민해방군 해안 상륙 훈련 (출처 : CCTV)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공산당이 지원하는 중화전국청년연합회 회원인 레이시잉이 이끄는 싱크탱크인 중국양안아카데미는 지난 5월 19일 보고서에서 현재 타이완해협의 무력 충돌 위험 지수는 -10부터 10까지 범위에서 7.21이라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중국과 타이완 양측의 군사력과 무역 관계, 여론, 정치적 행사, 동맹의 지원 등의 요소를 고려해 "전쟁 직전의 상황"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국익 없는 전쟁 안 해' 미국과 타이완

타이완을 둘러싼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지만 중국이 당장 무력 통일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합니다. 우선,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과 10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 여부 결정 등이 예정돼 있는데, 무력 침공에 나설 경우 중국과 타이완 양측 모두 큰 인명과 경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외부적으로는 미군의 개입 가능성이 있는 데다, 국제사회의 커다란 비난과 경제 제재 등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다만, 중국 전문가들은 무력 통일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베이징 소식통은 "타이완 통일은 중국 공산당 정권의 정당성과 연결돼 있다. 타이완 독립 선포 등 '레드라인'을 넘는 일이 발생한다면 중국은 행동에 나설 것이다. 그 결정자는 국제사회의 비난 등 후폭풍을 감내해야 하겠지만, 중국 공산당 역사에는 위대한 지도자로 영원히 남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번 아프가니스탄 사태 이후 타이완 상황은 더욱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미군이 철수한 아프가니스탄이 탈레반에 함락된 것과 바이든 대통령이 '국익 없는 전쟁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을 놓고 "타이완의 운명에 대한 모종의 전조인가?"라며 "타이완도 미국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게 됐을 것"이라고 공세를 폈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공식적으로 "미국이 타이완에 얼마나 많은 무기를 제공하더라도 대세에는 변화를 줄 수 없을 것"이라면서 "중국의 조국 통일 프로세스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미국과 타이완을 압박했습니다.

타이완 공군 대원에게 연설하는 차이잉원 총통 (출처 : 타이완 정부 홈페이지)

이에 대해 쑤전창(蘇貞昌) 타이완 행정원장은 "아프가니스탄의 정세가 어지러운 것은 내부 정세가 먼저 어지러웠기 때문이라며 내부의 안정과 질서가 유지된다면 타이완을 침략하려는 어떠한 무력에도 대항할 수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또 랴오훙샹(廖宏祥) 전 국방대학 명예강좌학자는 "북대서양조약기구, 한국, 일본, 발트 3국, 폴란드 등의 국가 안보 전략이 모두 미국과 함께 하는 것"이라면서 "타이완은 당연히 미국 쪽에 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 완전히 기대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집권당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어 아프간 사태를 계기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타이완의 불안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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