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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피자집 이야기'가 주작이냐고요?

[취재파일] '피자집 이야기'가 주작이냐고요?
코로나로 일자리를 잃은 한부모 가정 아빠가 피자 가게 사장님의 선물로 큰 감동을 받았다는 소식, SBS 8뉴스에서 전해드렸습니다. 포털, 유튜브 등 누적 댓글 2만 개가 달리는 등 정말 많은 분들이 기사에 관심을 가져주셨습니다. 3분 분량의 방송 뉴스에 미처 담지 못한 사연, 그리고 보도 이후 뒷이야기를 [취재파일]을 통해 전해드리겠습니다.

이 기사는 한부모 가정 아빠 김수한(가명) 씨의 제보로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가슴 아픈 사연에 훈훈한 결말까지 더하니 많은 분들이 기사를 접하고 '주작이 아닐까' 의구심을 품기도 하셨지요. 늘 범죄자를 만나는 경찰 출입, 사건팀 기자인 저도 이런 제보를 접하면 일단 의심부터 합니다. 그런데요, 제가 직접 만난 아버님은 정말 좋은 분이었습니다. 직접 만나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딸을 바르고 건강하게 키우겠다는 의지가 강하셨습니다. 그런 아버지 밑에서 자란 아이는 세상 귀엽고 야무지고 명랑했고요. 다만 방송에서 부녀의 자세한 사연을 담지 못한 건 아이를 위해서였습니다. 아버님은 아이가 혹여나 상처를 받지 않을까 어떻게든 신원이 노출되지 않길 신신당부하셨습니다. 그러면서 피자 가게 사장님의 선행 이야기를 더 실어 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피자가게 손님
Q. 왜 제보를 하기로 결심하셨어요?

우리 부녀는 그날 저녁, 눈물 나게 맛있는 피자를 먹은 거잖아요. 이렇게 좋은 분 세상에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어서 연락을 드렸습니다. 딸한테 말했어요. 가난은 부끄러운 게 아니다. 불편한 거다. 우리도 그렇게 누군가의 기억에 남는 좋은 일을 하자고. - 김수한 (가명)

섭외 없이 무작정 피자 가게를 찾아갔습니다. 32살 청년 사장 황진성 씨. 처음엔 아르바이트생으로 피자 가게에서 일하다가 몇 해 전 가게를 인수했습니다. 가게 곳곳엔 '한가할 땐 청소라도 하자' '술 생각이 나도 곧바로 집에 가자' '정신 차리자' 등등 젊은 사장의 굳은 다짐이 박스 종이에 마구 휘갈겨 붙어 있었습니다. 영상에서 사장님을 본 독자 분들은 금방 눈치를 채셨겠지만, 참 수더분하십니다. 사장님 선행 이야길 듣고 찾아왔다는 취재진의 말에 쑥스럽게 웃으셨습니다.
 
Q. 주문받았던 그날을 기억하세요?

저녁 시간대였죠. 주문이 들어와서 전표를 뽑는데 요청사항에 유독 긴 글이 쓰여있더라고요. 보자마자 같이 일하는 친구랑 '맛있게 해주자' 생각했어요. 상자엔 부담 갖지 말고 따님이 먹고 싶을 때 또 연락 달라고 적기로 했어요. 부모님 마음이 다 그렇잖아요. 자식한테 뭐 많이 먹여주고 싶어 하는 거요. - 황진성, 피자가게 사장님

'생계급여자며7살짜리딸아이혼자키우는데돈은없고부탁드려봅니다20일수급날드릴수있습니다꼭드릴게요' 글자 수 제한 탓에 띄어쓰기도 제대로 못하고 사정을 꾹꾹 눌러 담은 글. 자세한 사연도, 주문한 아버지의 얼굴도 모르지만 사장님은 서비스 메뉴까지 챙기며 피자를 구웠습니다. 사장님은 그날도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말합니다. '누구든 한 번쯤은 사람들을 다 도운 적이 있을 텐데, 또 거액 기부를 하는 분들도 계신데 피자 한 판쯤이야'라며 태연하게 넘겼다고 합니다. 그렇게 전해진 피자 한 판이 부녀에게 '눈물 나게 맛있는' 저녁 만찬이 된 겁니다.
Q. 사실 그게 아이 생일상이었다고 해요. 아버지가 이런저런 사정에서 주문을 하게 되셨고요. 이제 와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으니 어떠세요?

어휴. 생일. 어휴. (한참 말을 못 잇다가) 감동을 받으셨다고 하시니까 저도 너무 감사하고. 생일이라고 써주셨으면 더 잘했을 것 같긴 한데. 그게 좀 후회가 되고. - 황진성, 피자가게 사장님

더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사장님의 말씀. 그러면서 언제든 따님이 또 먹고 싶을 때 편하게 연락 달라고 하셨습니다. 어려운 시기에 건강했으면 좋겠고 또 힘냈으면 좋겠다면서요. 아버지와 따님이 나중에 누군가를 도울 기회가 생기면 이번 일을 기억해주시고, 다 같이 행복하게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참. 저도 이 일을 업으로 삼으며 많은 분들을 만나지만 그날은 오래간만에 선한 분을 만났다고 생각했습니다.
감동의 피자 아저씨
보도 후 피자 가게 사장님의 선행이 알려지자 곳곳에서 '돈쭐'을 내겠다고 나섰습니다. 방송 다음날 찾아갔더니 가게 분위기도 영 딴판이 됐습니다. 평소 오후 3시쯤이면 한, 두 건 들어왔을 주문이 하루 만에 67건으로 늘었습니다. 쉴 새 없이 전화 벨소리가 울렸고 포장 손님도 끊이질 않았습니다. 경기도 시흥에서 30분 운전해 온 손님, 전화 세 번 만에 주문에 성공했다는 손님, 제주도에서 주문하겠다면서 음식은 받지 않고 돈만 내겠다는 손님까지…. 저희도 영업에 더 방해가 될 수 없기에 금방 떠나야 했습니다.
Q. 한동안 좀 바빠지실 것 같은데 괜찮으세요?

얼떨떨합니다. 아직도 실감이 잘 안 나요. 금방 끝날 수도 있는 거고. 일단은 저도 최선을 다해서 임하는 거죠. 많은 분들이 감동을 받았다고 댓글을 남겨주시니까 저도 또 좋고. 모두 다 잘됐으면 좋겠어요. - 황진성, 피자가게 사장님

감동의 피자아저씨
이번 [취재파일] 제목을 좀 강하게 써봤습니다. 저 또한 취재하며 스스로 질문했던 것이고, 또 워낙 흉흉한 세상이라 마땅히 할 수 있는 물음이라 생각됩니다. 그동안 팍팍하고 험한 소식만 자주 전해드린 저도 괜히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이런 훈훈한 뉴스를 정말 오랜만에 본다'는 독자 분들의 댓글도 유독 많았는데요, 이게 끝이 아니라 선한 영향력이 더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는 아버님과 피자 가게 사장님의 뜻을 다시 한번 전달하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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