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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풀려난 이재용…'가석방 특혜' 팩트체크했습니다

[사실은] 풀려난 이재용…'가석방 특혜' 팩트체크했습니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오늘(13일) 오전 가석방으로 풀려났습니다. 재수감 207일 만입니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었습니다. 원래 감옥에 있어야 할 기간의 60% 조금 넘게 있다가 나오게 됐습니다. 보통은 형기의 80% 정도를 채워야 가석방이 됐습니다. 

자연히 특혜 시비가 불거졌습니다. 법무부는 경제 상황을 고려했다, (이재용 부회장처럼) 형기의 70%를 채우지 않고 가석방 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사회 감정을 고려했다 등 여러 부연을 덧붙였습니다. 법무부 설명을 팩트체크했습니다.

사실은

첫 번째 : "경제에 도움 된다"

법무부는 "국가적 경제 상황과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한 고려 차원에서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대상에 포함됐다"고 가석방 결정 취지를 말했습니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재벌 기업 총수가 풀려나면 도움이 된다는 얘기인데, 달리 말하면, 총수의 공백이 경제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논리와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SBS8뉴스에서도 팩트체크한 적 있습니다. 경제개혁연구소에서 펴낸 「재벌 총수에 대한 사법 처리는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가」 보고서를 소개해 드렸는데, 300여 개 기업 총수의 사법 처리와 기업 가치의 상관 관계를 연구 결과입니다. 실형과 집행유예를 기준으로 삼은 연구 결과이지만, 총수 '공백' 차원에서 맥락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핵심은, 기업 총수가 실형을 받고 공백 상태가 됐을 때 기업 가치는 -0.01%에서 -0.6%로 거의 변화가 없었지만, 총수가 집행유예로 나와 경영에 복귀했을 때 -1.4%에서 -3%로 더 나빠졌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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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총수가 경영에 참여함으로써 기업가치의 제고에 기여하는 바를 인정하는 동시에 불법행위를 저지른 총수에 대한 제재가 미약할 경우 그것이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것을 동시에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설될 수 있다.
- 이창민·최한수, 「재벌 총수에 대한 사법처리는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가」, 경제개혁리포트 2020-01호, 2020년 1월 3일, p.18

예전 논문이지만, 경영 비리로 수사 받은 128개 기업의 수익률을 분석한 명지대 김두얼 교수의 2008년 논문 「경영범죄와 기업성과」도 결론이 비슷했습니다. 수사나 재판 기간에는 다른 기업보다 수익률이 낮은 기업이 많았는데 사법 처리 이후에는 평균을 웃도는 기업이 더 많았다고 분석합니다.

반면, 총수가 수감됐을 때 기업 가치가 떨어졌다, 혹은 국가 경제 상황이 안 좋아졌다고 실증적으로 검증한 연구 결과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박상인 교수에게 물어봤더니 "아직 이를 규명할 실증적인 연구 결과는 찾을 수 없다. 있었다면 기업 관련 단체에서 적극적으로 활용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물론, 수익률만으로 기업의 상황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외부 변수도 많습니다. 다만, 재벌 총수가 풀려나야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가석방 논리의 전제는, "아직 실증적 근거가 없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두 번째 : "이재용처럼 풀려난 사례 늘고 있다"

법무부는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을 설명하면서, "최근 3년 간, (이 부회장처럼) 형기 70%를 채우지 않고 가석방된 사람이 244명"이라며 증가 추세임을 강조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 같은 사례입니다. 이 부회장은 형기의 60%를 약간 넘게 채우고 풀려났습니다. 이 부회장 같은 사례가 늘고 있다는 설명은, 이번 가석방 결정을 특혜로 보지 말아 달라는 뜻으로 읽힙니다. 

형법 제72조는 형기의 3분의 1이 지나면 가석방 자격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자격 요건일 뿐이고, 보통은 형기의 80% 이상 복역한 수형자들이 주로 가석방됐습니다. 

정확한 수치 알아보겠습니다. 법무부가 매년 펴내는 <2021년 교정통계연보> 참고하겠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처럼 형기의 70%를 채우지 않고 가석방 된 사람은 2018년 117명, 2019년 77명, 지난해 50명입니다. 법무부 설명대로 244명이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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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비율을 봐야 하겠죠. 비율과 관련해서는 SBS 법조팀 임찬종 기자가 최근 쓴 (<[취재파일] '1% 특혜 논란' 이재용 가석방, 결정권자는 누구인가?>)에서 정리를 잘해 놨습니다. 최근 3년 가석방 된 사람이 총 2만 4,682명인데, 형기의 70% 채우지 않고 가석방 된 사람은 0.98%로 계산됐습니다. 100명 중 한 명 꼴입니다.

전체 출소자를 기준으로도 따져보죠. 최근 3년 간 감옥에 있다가 석방된 사람은 16만 7,167명, 이 가운데 형기의 70%를 채우지 않고 가석방 된 사람은 0.15%입니다. 전체 수형자 1,000명 중 한두 명 꼴입니다. 어쨌든 희귀 사례임은 맞습니다.

그런데, 법무부 설명대로, 최근에 왜 이렇게 크게 늘었을까요. 위에 표를 다시 보시면, 2018년부터 급증했습니다. 형기 70%를 채우지 않고 풀려난 사람이 117명으로 전년 대비 6.5배가 늘어납니다. 

이는 헌법재판소가 2018년 6월 "대체 복무 제도가 없는 병역법은 헌법 불합치"라고 결정한 것과 관련 있습니다. 대법원은 같은 해 11월, 종교·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고, 법무부는 대법원의 판결 취지를 반영해, 가석방 시기를 앞당겨 이들을 풀어줬습니다.

보통 1년 6개월을 선고 받았던 종교·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수감된 지 1년 2∼3개월 뒤 가석방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사법 기관의 결정으로 더 일찍 나올 수 있었습니다. 같은 해 11월 30일, 57명 가석방을 시작으로, 이듬해 2월 28월, 70명이 우르르 풀려나면서 종교·양심적 병역거부 수감자는 0명이 됩니다.

법무부에 정확한 수치를 요청했습니다. 사흘을 기다렸지만 보유, 관리하고 있는 자료가 아니라며 공개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다만, 2018년에 가석방 된 사람 중에서 형기 60%를 채우지 않은 사람 50명이 종교·양심적 병역거부자라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법무부가 공개를 하지 않아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기 어렵지만, 형기 70%를 채우지 않고 가석방 된 사람 가운데 꽤 많은 병역 거부자들이 포함돼 있음은 반론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즉, 법무부가 말하는, "(이재용 부회장처럼) 형기 70%를 채우지 않고 가석방 된 사람이 늘고 있다"는 건, 헌법재판소의 헌법 불합치 결정에 따른 종교·양심적 병역거부자 가석방 사례가 상당수 포함돼 있으며, 이를 제외하면, 수혜를 받은 비율은 더 작아질 거라는 분석이 가능합니다.

결국, 법무부 설명대로 사례가 증가한 건 '사실'이지만, 맥락을 따져보면 달리 해석할 여지가 큰 것 역시 '사실'입니다.
 

세 번째 : "사회 감정을 고려했다"

법무부는 "가석방 요건에 사회 감정이란 요소가 들어가기 때문에"라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은 사회 감정을 가석방 심사 때 고려하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254조(사회의 감정에 대한 심사)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수형자에 대하여 적격심사할 때에는 특히 그 범죄에 대한 사회의 감정에 유의하여야 한다.
1. 범죄의 수단이 참혹 또는 교활하거나 극심한 위해(危害)를 발생시킨 경우
2. 해당 범죄로 무기형에 처해진 경우
3. 그 밖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죄를 지은 경우

하지만, 시행규칙을 자세히 읽어보면, 고려 대상은 '해당 범죄에 대한 사회 감정'입니다. 수감자가 아니라, 수감자의 범죄에 대한 사회 감정입니다. 법무부가 시행규칙의 외연을 너무 넓혔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습니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재벌의 경제 범죄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취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사면권을 제한하겠다고 했습니다. 물론 사면과 가석방은 법리적으로 다르지만, 범죄에 대한 사회 감정을 고려한 결과로 읽힙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정책공약집 18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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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상 사면은 대통령의 권한, 가석방은 법무부 장관의 권한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사면 기준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가석방'이라는 우회로를 밟았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사면이나 가석방만큼 정치적 이해 관계에 따라 들쑥날쑥하게 해석, 적용된 것도 드뭅니다. 워낙 사례가 많습니다. 문구 그대로 완고하게 해석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판단은 시청자분들께 맡기고, 맥락을 설명하는 정도로 갈음하겠습니다.
 

네 번째 : "이재용 때문에 가석방 확대했다"

네 번째는 법무부 입장이 아니라, 세간에 나오는 '의혹'입니다.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부는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과 함께, "교정시설 평균 수용률 110%를 105%로 낮추는 것으로 목표로 가석방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을 석방해주기 위해 가석방을 확대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가석방 확대는 어제 오늘 얘기는 아닙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 2003년부터 교정시설 과밀수용 해소를 법무부에 여러 차례 권고해 왔습니다.

결정적으로 2016년 12월, 헌법재판소는 구치소 과밀 수용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다며 재판관 만장일치로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결정문 보충 의견에는 "교정시설 내에 수형자 1인당 적어도 2.58㎡ 이상의 수용면적을 확보"하고, "5년 내지 7년 내에 개선"(당시 기준 2021년~2023년)을 촉구한다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7.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조용호의 보충의견
…… 국가는 교정시설 내에 수형자 1인당 적어도 2.58㎡ 이상의 수용면적을 확보하여야 한다. 다만, 교정시설 내 공간을 확보하거나 교정시설을 신축 또는 증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단기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을 참작하여, 상당한 기간(늦어도 5년 내지 7년) 이내에 위와 같은 기준을 충족하도록 개선해 나갈 것을 촉구한다. 
- 헌법재판소 2013헌마142 결정, 2016년 12월 29일

법무부는 2018년 10월에도 현재 25%인 수준인 가석방 비율을 50% 이상으로 상향하고 형 집행률도 85%에서 75% 이하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교정시설 과밀화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예전부터 이뤄진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난 4월 28일, 그러니까 가석방 결정 석 달 전 발표한 가석방 심사 완화 조치는 위와 같은 의심의 결정적 단서를 제공했습니다. 당시 법무부는 "재범 우려가 없는 모범수형자, 생계형범죄자, 노약자 등을 대상으로 5%p 이상 심사 기준을 완화하겠다, 이재용 부회장도 통상 절차에 따라 심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날, 삼성은 고(故) 이건희 전 회장의 상속세 납부와 미술품 기부 등 사회 환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을 위해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해 형식적,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하는 군불때기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여러 맥락을 봤을 때,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가석방 심사를 완화하는 흐름인 것은 맞지만, 왜 하필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직전에 기준이 완화됐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의심이 나오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직접적인 개입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의도'를 팩트체크하기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역시 맥락을 설명하는 걸로 갈음합니다.

시청자 여러분들께서 SBS 사실은 웹페이지( https://news.sbs.co.kr/news/fact.do)에 팩트체크 제안을 올려주시면, 빨리 취재해 답변하겠습니다. 
 
<관련 자료>
이창민·최한수, 「재벌 총수에 대한 사법처리는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가」, 경제개혁리포트 2020-01호, 2020년
김두얼, 「경영범죄와 기업성과」, 법경제학연구 vol.10, 2013년
법무부, <2021년 교정통계연보>
SBS 임찬종, <[취재파일] '1% 특혜 논란' 이재용 가석방, 결정권자는 누구인가?>
국회 정치·외교·통일·안보에 관한 대정부 질문 회의록, 2019년 4월 19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정책공약집, 2017년
헌법재판소 2016. 12. 29.자 2013헌마142 결정 [구치소 내 과밀수용행위 위헌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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