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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탐사] 160년 유랑, 귀국, 무관심…"필요할 때만 후손입니까?"

8·15 기획 - 잊혀진 영웅들, '이방인의 삶' 고려인

신출귀몰, 일제의 간담을 서늘케 했던 하늘을 나는 '비 장군' 봉오동 전투, 청산리 전투까지 연승을 이끌던 대한독립군 총사령관 홍범도.

스스로 의병이라 부르며 삶의 목적을 '고려 독립'이라 밝혔던 그는 스탈린의 강제 이주로 이역만리 카자흐스탄까지 끌려와 파란만장한 생을 마감하고 냉전과, 남북 갈등 속에 차일피일 미뤄졌던 홍 장군 유해의 국내 봉환이 마침내 78년 만에 성사됐습니다.

오는 18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 독립유공자 제3묘역에서 안장식이 엄수됩니다.

이 기쁜 소식을 듣고 남 몰래 눈물 짓는 이들이 있습니다.

홍 장군과 함께 활약했던 무명의 고려인 독립운동가들과 그 후손들. 

신흥무관학교와 고려혁명군을 이끌던 '백마 탄 장군' 김경천. 일본 첩자라는 누명을 쓰고 시베리아 수용소에서 억울한 죽음을 맞습니다.

훗날 복권은 됐지만 김 장군의 유해는 행방조차 알 수 없게 됐습니다.

카자흐스탄을 떠나 7년 전 할아버지의 나라로 귀화한 증손녀 올가 씨. 독립운동가의 핏줄임을 긍지로 살아왔건만 현충원 그 어디에도 할아버지의 흔적은 없었습니다.

수용소 한 켠에 묻혀 있을 할아버지 유해를 찾아달라, 고국으로 모셔달라 호소했지만 소용 없었습니다.

패전국 일본도 유전자 확인까지 해 유해를 돌려주건만 왜 한국 정부는 안 된다는 건지, 이러다간 할아버지와의 약속을 영영 지키지 못할 것 같아 조바심이 납니다.

유명한 독립운동가들만 더 기념하고, 더 추앙하고 수많은 무명의 독립운동가는 여전히 무명으로만 남아 있는, 독립운동계에서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씁쓸한 현실은 아닌지.

구 소련 붕괴 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러시아 등지에 흩어져 살아온 고려인만 50만명 차별대우와 경제적 어려움을 피해 2010년 이후 한국행을 택한 이들이 급증하면서 그 수가 10만명에 달합니다.

한국말이 서툴고, 기술이 없다 보니 대부분 저임금 단순 노동자로 어렵게 살아갑니다.

같은 피를 나눈 이들에게 우리는 따뜻한 비자를 주지 않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당하는 피해와 차별을 똑같이 당하는 겁니다.

또 다시 광복절. 160년의 긴 유랑 끝에 돌아와서도 여전히 이방인의 삶을 살아가는 고려인들 일상의 고단함 보다 견디기 힘든 건 같은 핏줄이자 이웃들의 무관심과 냉대 아닐까요?

SBS 이슈 탐사 콘텐츠 스튜디오 블랙이 준비한 8.15 기획에서 이들의 사연, 함께 나누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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